• 이명박 "냅둬"-정동영 "살짝 고칠까"
    권영길-문국현 "확 바꾸자"-기타 "…"
        2007년 12월 04일 04: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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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후보들의 정책 공약을 평가할 때면 언제나 ‘과연 진정성 있는 공약일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길이 없다. ‘듣기 좋은 말들의 성찬’ 가운데 옥석을 가리는 일이 만만치 않다. 정책공약은 가능한 최대 다수를 만족시키려는 캐치올(catch-all) 전략의 반영이기 때문일 게다.

    그래서 여기저기 듣기 좋은 소리를 남발하여 앞뒤가 안 맞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나 적어도 이전 두 차례 선거의 경험은 대중의 중요한 평가지표이다. 후보자 때의 공약과 실제 당선자의 집행 성적을 알고 있기에 우리는 ‘빈 약속(空約)’으로 끝날 걸 짚어낼 안목도 좀 생겼다는 점이 큰 위안거리이다.

       
      ▲공식유세 첫날 이랜들 상암점을 찾아 비정규직 법안 개정을 약속한 권영길 후보.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노동정책 공약은 ‘250만 개 일자리 창출과 5대 차별 해소를 포함한 사회통합적 노동정책’으로 집약된다.

    김대중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았으나, IMF 위기 탈출 이후 심화된 양극화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두고 비정규직 차별해소방안 등을 적극 추진하리라는 개혁‘적’ 정부의 ‘노동정책을 통한 사회개혁’에 대한 기대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 투자자의 눈이라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받아들이는 한 노동정책의 기조는 양극화를 촉진하는 요소인 노동유연화로 이어지게 된다. 개혁적 과제를 포기할 수 없다는 명분은 ‘비정규직 활용을 촉진하면서 동시에 과도한 남용은 억제 하겠다’라는 쉬 뜻을 분간하기 어려운 정책조합(policy mix)으로 그치게 되었다.

    그 결과가 비정규법안의 강행 통과이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보수주의자들로부터 좌파로 지칭되는 노무현 정부도 결국 ‘양극화 해소→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로 해결→성장률 목표치 달성’이 관건으로 이어지는 성장 담론의 벽을 답습했다는 점이다. 그건 후보 때의 250만개 일자리 공약에 이미 반영되어 있던 숨은 그림이었던 셈이다.

    그 많은 일자리, 어떻게 만들 건가?

    요즘 서민들의 팍팍한 생활사정을 반영하여 노동부문 제1공약으로 떠오른 고용정책을 보자. 일자리 창출 숫자로 순위를 매기면, 문국현 후보가 500만개로 1위이다. 권영길, 이명박, 이인제 후보는 300만 개로 공동 2위이다.

    정동영 후보는 청년실업 해결을 위한 100만 개 창출을 말할 뿐 일자리 총량은 제시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5% 성장으로 매년 50만 개, 총 25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 달성에 실패했던 노무현 정부의 실적이 부담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회창 후보는 뒤늦게 출발해선지 관심이 부족해선지 노동공약에 빈 지점이 많다.

    질적으로도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어야 한다는 말을 고의로 누락시킬 후보는 없다. 좋은 일자리와 비정규직 400만 명 정규직 전환(권영길), 가고 싶은 중소기업 만들기와 사회적 일자리, 전문서비스 일자리(문국현) 등 구체적으로 일자리 질을 겨냥한 공약들이 제시되기도 한다.

    한편 신성장전략으로 지식경제 일자리 창출(이인제)처럼 막연하거나, 직업훈련 확대와 정규직 전환 인센티브제(정동영) 등 세부적인 정책방향만 제시되는 경우도 있다. 이 분야 공약은 좋은 걸 가능한 많이, 나열식으로 제시되기 십상이다. 고용정책에 대한 기본 철학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이명박 후보는 ‘기업 살리기’ 구호로 집약된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며, ‘일자리 창출=기업 살리기 =경제 살리기’라는 전형적인 기업주의 성장이데올로기이다.

    IMF위기 이후 잃어버린 10년이자 한나라당의 실권 10년이 친기업정책 후퇴 10년이라는 평가를 바탕에 깔고,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이며 이는 규제완화, 감세, 공공부문 민영화 등 기업 살리기 정책으로 달성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확산 등 일자리 질 저하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은 이런 신보수주의 정책의 아킬레스건이다.

    반면에 권영길 후보는 신자유주의 유연화 정책이 고용 악화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정규직 전환제, 산별교섭 법제화, 최저임금 인상, 사회적 차별금지 등 정부가 고용정책에 능동적으로 개입하여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정부의 고용-사회 정책 역할 강조’라는 대척점에 서 있다. 두 후보는 시장주의와 정부 개입주의, 기업가 중심주의와 노동자 중심주의로 대별된다.

       
      ▲ 한자리에 모인 대선 후보들. 비정규직 해법과 관련 이명박, 권영길 두 후보는 대척점에 서있고 나머지 후보들은 그 중간이거나 아예 해법이 없다.(사진=뉴시스)
     

    그 중간에 문국현 후보와 정동영 후보가 있다. 먼저 정동영 후보는 정치적 거리두기가 있는지 몰라도 정책방향으로는 여전히 노무현 정부의 연장선에 서 있다. 5년 전 5% 성장과 250만 개 일자리 공약은 이제 6% 성장 목표로 바뀌었는데, 그간 고용흡수력 하락을 감안하면 일자리 목표도 동일한 250만 개일 것이다.

    차별 없는 성장이나 노사 대타협, 유연안정성 추구 등 구호에도 큰 차이가 없다. 결국 노무현 정부처럼 노동정책 목표를 노사 자치주의와 정부의 조정 역할로 설정한다. 현실에서 견해차가 클 수밖에 없는 노사에게 모두가 상생하는 해법을 찾자고 주문하는 노사 협력주의에 치중한다. ‘다 같이 잘 해보자’라는 노동정책의 귀착점에 대해 새롭게 판단할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문국현 후보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혁신이라는 뉴패러다임과 사람중심 경제라는 새로운 상표를 제시하는 면에서 돋보인다. 그러나 교대제 개편, 평생학습 체계 구축 등 중소기업의 자생적 노력과 정부 지원이라는 해법이 대기업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라는 구조적 난관에 봉착할 때 어떤 정책적 처방을 내릴지 제시된 공약의 면면만으로는 판단키 어렵다. 노사협력주의의 세련된 버전이 될지, 정부 개입주의의 온건한 버전이 될지 판단하기엔 새 상품의 진열대가 아직 좁다.

    모든 후보가 GDP성장률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목표를 연관시키고 있다. 이회창, 이인제, 정동영 후보는 6%, 권영길 후보는 5%(서민소득 7%), 이명박 후보는 7%, 문국현 후보는 8%이다. 잠재성장률이 5% 전후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꽤 높은 성장률을 제시하고 있다.

    좋게 보면 우리 공약이이 잘 실행되면 잠재성장률 수준은 넘는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성장담론을 비껴가겠다는 권영길 후보나 문국현 후보, 정동영 후보에게서 이런 대중영합에 가까운 목표치가 서슴없이 제시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고용 없는 성장 시대’에 ‘성장과 고용의 연결고리’를 강화할 정책 방안을 세밀히 제시하는 것이 정직한 태도다.

    미사여구 비정규 공약의 허실

    비정규 공약에선 대부분 후보가 표면적으론 듣기 좋은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비정규법 평가와 이랜드 해법 등을 자세히 따져보면 확연한 입장 차이가 있다.

    정동영 후보는 ‘법은 큰 문제가 없는데, 법의 취지를 악용하는 처사가 문제’라고 평가한다. 긍정적 성과가 계속 확산되기도 하므로 간접고용 문제나 차별시정 청구 주체 측면에서 보완하면 법안을 안착시킬 수 있다고 본다.

    이랜드 사태는 사측의 부당노동행위가 원인이라고 보지만, “노사갈등을 정치화하는 노조도 성찰해야”한다는 주문도 빠트리지 않는다. 벽에 부딪힌 자율 타결을 다시 강조하며, 법안 통과를 주도한 당사자인데 ‘유연화는 세계적 대세(라서 불가피하다)’라는 태도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

    이명박 후보는 비정규직 확산은 “고임금체제 하 가격경쟁력 확보 수단”이며, 이랜드 문제는 “준비 없는 차별시정제도 도입” 때문에 발생했으며, 이랜드 사측의 행위는 “불법은 아니나 외주화, 대량 계약해지는 ‘아쉬운 일’”이라고 평가한다.

    정부도 문제고, 기업도 지나치면 안 되고, 노조도 과격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두루두루 주문하긴 하는데 법을 고쳐야 한다는 건지, 또 기업 측 요구대로 고쳐야 한다는 건지, 차별시정제도를 지금 시행해서 안 된다는 건지, 이랜드 문제는 노사 불신만 해소하면 되는 건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한마디로 비정규 문제는 ‘고민거리의 범위에 들어 있지 않다’로 요약된다. ‘실태조사를 해봐야’라고 뒤로 미뤄두는 태도로 무마하는 게 현재 방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반대로 권영길 후보와 문국현 후보는 매우 분명한 입장을 제시한다. 비정규직법 전면 개정(권)과 재개정(문)의 입장이며, 대규모 정규직 전환제도, 불법파견 법적용 강화, 원청 사용자 책임성 확대 등 대부분의 정책방안도 비슷하다.

    다만 이랜드 사태와 관련해 책임소재와 해법과 관련해 강도에서 미묘한 차이가 드러나는데, 권 후보는 잘못된 비정규법이 초래한 결과로 정부와 이랜드 사측의 합작품이며, 해결방안으로 원인 제공자인 박성수 회장과 대통령의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반면에 문 후보는 “이랜드 사측의 일방적 편법 대응과 정부 당국의 안이한 태도”가 원인으로 보고, 상급단체에 교섭을 위임하고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중재하는 해법을 제시한다. 이인제 후보는 “비정규직은 실업상태보단 낫지만, 너무 많아 문제”라며 “기간제한 2년이 실업을 초래”하므로 기간을 연장하자는 제안을 하는데 내용 파악이 충분히 안 된 것으로 평가된다.

    집약하자면, 비정규법에 대해서 ‘확실히 바꾸자’(권영길)부터 ‘크게 바꾸자’(문국현), ‘좀 고쳐 그냥 해보자’(정동영), ‘어째야 할지 두고 보자’(이명박)는 입장의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노동정책의 비전

    노동정책처럼 갈등적 요소를 안고 있는 공약을 평가할 때 중요한 점은 ‘그들의 말이 아니라, 그들의 행실’이다. 그런데 이번엔 대체로 노골적일 정도로 솔직하다는 점에 대해선 긍정적인 점수를 줄 수 있을 듯하다.

    ‘성장률 7% 달성되면, 자동적으로 일자리 300만개’라고 노동정책은 하위변수이자, 솔직히 무관심하다는 것까지 굳이 감추려고 하지 않는 이명박 후보. 그는 2007년 말 한국사회의 키워드가 “성공하세요”라는 노골적인 물질주의라는 것도 당당히 알리고 있다.

    거기서 노동정책은 경제정책의 하위부문 정책 중에서도 변두리일 뿐이다. 노동정책엔 관심도 의지도 부족한 듯 보이는 이회창 후보의 예의 ‘법과 원칙에 입각한 노사관계’와는 사촌지간 쯤으로 평가된다.

    정동영 후보에게선 사회적 양극화를 불러온 사회통합적 노사관계의 기치를 업데이트 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갈등의 진원지를 파헤치지 못하고 노사대타협, 노사 자율을 반복하는데 이전 5년과 뭐가 달라질지 전혀 알 수 없다. 적어도 노동정책 영역에서는 노무현 정부 정책에서 딱 한 치 정도 벗어났을까?

    권영길 후보는 노동자 중심의 노동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신자유주의의 폐해로 인해 고통 받는 노동자, 서민의 편에 확고히 서있겠다는 의지가 드러났다. 다만 신자유주의 극복의 비전은 안개속이다. 대부분의 공약은 신자유주의 폐해를 시정하는 정책 수위에 해당한다.

    이를 넘어서는 노동자 중심 한국사회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일관된 자세라고 주문하는 건, 지금 노동자 중심 정당의 대선후보에겐 과도한 주문인지 묻고 싶다.

    문국현 후보의 새로운 비전이라는 곳간은 현실의 갈등을 쓸어 담기에는 아직 비좁다. 과연 고부가가치, 고지식, 높은 고용의 질이라는 윗길(High Road)이 많은 사람이 갈 만큼 너른 길일지 확신까지 주지는 못한다. 우리에겐 세속적 성공의 목표 말고도 사람에 투자하는 좋은 기업, 일과 가정의 조화를 이루는 노동자가 공존하는 사회라는 이정표도 보여줬다는 데 만족해야 할 듯하다. 어디로 가면 되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더라도…

    말의 성찬이 난무하는 가운데도 일부 솔직한 편들기가 잘 드러났다. 이명박 후보는 기업 편들기, 권영길 후보는 노동자 편들기, 문국현 후보는 중소기업 편들기이다. 계층 투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책공약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다만, 이명박 후보에게는 편들기가 노골적이라 아예 노동정책 비전이 없는 것이 문제이고, 권 후보와 문 후보는 정책의 일관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정동영 후보는 겉과 속이 다른 불일치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해결할 비전이 없으며, 이회창 후보와 이인제 후보는 노동정책에 대한 무심함이 지나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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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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