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생긴 그가 바닥을 기는 이유
    2007년 12월 04일 09: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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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에 한 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그것은 밑바닥에 찰싹 붙어서 도무지 꿈쩍도 않는 ‘정동영의 지지율’에 관한 것이다. 정동영의 지지율은 한마디로 미스테리하다. 손학규와 합친 지지율이 15%도 안되고 있다.

바닥 지지율의 미스테리 벗기기

물론 처음 후보로 선출되었을 때는 20%에 육박하기도 하였으나 고등학생 도시락 까먹듯이 은근슬쩍 까먹어서 지금은 15%밑으로 다시 내려갔다. 이런 추세라면 문국현과 합쳐도 좀 시간이 지난 뒤에는 도로 까먹을 것 같다. 다시 까먹기 전에 대선이 끝나야 한다.

이렇게 정동영의 지지율이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다. 정동영은 크게 실수 한 것이 없다. 말실수로 따지자면 이명박을 당할 수 없고, BBK처럼 도덕성에 대한 대형 흠집도 없다. 얼굴이 못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말을 제대로 못하는 것도 아니다.

   
  ▲사진=뉴시스
 

오히려 그 어떤 후보보다 나으면 나았지 별로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정동영은 기본적으로 집권 여당의 후보다. 최소 30~40%의 지분은 기본적으로 인정받고 시작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지지율은 이상하리만치 바닥을 헤매고 있다. 노무현 지지율의 반도 안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졌을까? 참 미스테리다.

그 미스테리의 첫째 원인으로 보이는 것은 정동영이 시대정신을 잘못 짚었다는 사실이다. 정동영의 고전적 컨셉은 ‘평화’와 ‘통일’ 이다. 그러나 대중의 머릿속에 평화와 통일은 이미 시대정신도 아니고 더 이상 전혀 중요한 역사적 과제도 아니다.

통일운동은 이제 관변단체들의 정기 여름행사 처럼 되어버렸다. 오히려 대중들은 통일을 싫어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미 북한과의 체제경쟁은 끝났다. 이런 마당에 통일비용 마련을 위해 자기 주머니에서 세금 나가는 것을 은근히 거부하는 의식이 형성된 것이다.

잘못 읽은 시대 정신

평화, 통일 같은 구호가 더 이상 대중의 머릿속에서 철지난 구닥다리 레코드라는 사실은 선거를 한 두 번 해본 사람이면 이번에 누구나 피부로 느끼는 부분이다. 권영길 선본은 코리아 연방공화국을 주창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를 점점 축소 시켜 결국 대통령 선거 포스터에서 조차 이를 빼버렸다.

올해에는 집권당의 선거전략 차원에서 10월에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고 12월에도 김정일의 최 측근이 서울에 다녀갔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무 관심도 없다.

유권자들 중에 정동영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들의 머릿속에는 ‘정동영=개성공단=통일=먹고사는 거랑 별 관계없는 사람’ 이라는 등식이 이미 뿌리 깊게 성립되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동영의 지지율은 밑바닥에서 꿈쩍도 안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정동영의 지지율은 그 자체가 새로 성립한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적나라한 단면이다.

둘째, 너무 복잡한 전략 때문에 정동영은 밑바닥을 헤매고 있다. 설사 정동영이 ‘평화와 통일의 메신저’ 같은 철지난 이미지를 초반에 너무 과도하게 구축했다 하더라도 향후 어떤 정면 돌파를 통해 새로운 컨셉을 만들어나갔다면 새로운 정치적 자산 축적의 계기를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올 초부터 열린우리당과 정동영은 참으로 묘한 정치공학을 이어나갔다. 이번 대선에 이르기 까지 구 열린우리당 세력들은 멀쩡한 당을 3~4개로 쪼개서 탈당하고 분당하고.. 하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실로 어처구니 없는 쑈를 계속 했다.

쪼개고 뭉치고, 분당-합당 생쑈, 사라진 메시지

이 뿐만 아니다. 후보단일화에 지나친 집착을 보이기도 했다. 정동영은 후보로 선출된 이후 지속적인 언론노출을 통해 대중에게 ‘후보단일화’만 뇌까렸다. 선출된 당일 날, 양극화 문제를 적극 다뤄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던 것 외에는 별로 새로운 컨셉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게 두 달을 까먹었다.

두 달 동안 거의 매일 TV에 1분 이상 노출되면서 그 기회를 통해 묵묵히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주지 못한 채 후보 단일화 얘기만 하다가 지나간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정동영은 자기 변신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정면승부를 할 지 모르는 어설픈 정치공학이 결국 정동영의 미스테리 같은 지지율을 만들어냈다. 늙은 김대중의 훈수와 김한길의 잔대가리 때문에 망한 셈이다.

셋째, 자기를 포기할 줄 모르는 폐쇄적 전략 때문이다. 내가 볼 때 정동영의 마지막 전략적 탈출구는 문국현을 키워주는 것이었다. 이명박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가 시작되면 거기서 이탈한 지지층이 정동영으로 곧바로 넘어오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정동영은 평화, 통일이라는 철지난 시대정신으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명박 쪽에 있던 지지율이 정동영 쪽으로 다시 넘어오고 싶어도 상당한 이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문국현 키우기 했어야

따라서 정동영은 문국현을 키워서 이명박 지지율이 넘어올 수 있는 정거장을 건설할 필요가 컸다. 즉 반이명박의 전체 파이를 키운 후에 후보단일화를 시도해 막판에 지지율의 산술적 합을 노려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동영은 문국현의 TV 토론 제안을 묵살하는 등 문국현 키우기에 완전히 부정적인 전략으로 나갔다. 단지 문국현이 흡수통합의 대상이라는 ‘예고탄’만 계속 날렸을 뿐이다. 이 결과 이제 도토리 키재기식 통합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사실 대중들은 벌써 이명박의 도덕성에 관한 진실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문제는 지지를 철회하더라도 마땅히 넘어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만약 손학규가 여당의 후보였다면 이명박의 지지율은 벌써 넘어가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문국현을 키워서 막판 단일화를 했다면 다른 국면을 펼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결국 평화와 통일이라는 철지난 구호를 제때 떨쳐버리지 못하는 우유부단함, 정면승부를 할 줄 모르는 복잡한 정치공학, 결정적인 시점에서 자기를 포기할 줄 모르는 폐쇄적 전략 때문에 오늘날 정동영의 미스테리 같은 지지율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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