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체파 때문에 민노당 미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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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1월 24일 11:2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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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문화아카데미(원장 강대인)는 2008년 헌정 60주년을 맞아 한국 정당정치의 현재와 과거를 진단하여 한국 정치의 발전 과제를 제시하는 연속 대화모임을 진행 중이다. 『대화모임 – 한국 정치의 오래된 새길』로 이름 붙여진 이 모임의 네번째 순서가 최장집 교수의 ‘2007년 대선과 정당정치의 위기’라는 발제와 토론이었다.

    23일 열린 이 모임에는 최 교수 이외에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과 강금실, 이부영 씨 등이 참석해 토론을 가졌다. 다음은 최 교수와의 간단한 인터뷰와 토론회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편집자 주>

       
      ▲사진=레디앙
     

    최장집 교수는 이날 대화아카데미 토론에서 언론의 주목을 모았던 대선 후보 촌평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다.  최 교수는 "민주주의의 핵심 문제인 정당이 공고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주의가 공고화된 문제, 정당이 공고화되지 않았을 때 어떤 문제점이 나타나는가 하는 문제"가 자신의 화두라며 말문을 열었다.

    최 교수는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과 관련해서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책임 추궁의 측면이라는 점에서 민주주의가 정상 작동하는 것인데, 이를 민주주의의 퇴행으로 이해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잘못 보는 것"이라 주장했다.

    야당 집권 민주주의 퇴행 이해는 잘못된 것

    반면 "보통 사람들의 고통 문제, 고용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후보도 이것을 제시하지 못하는 점"을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증거로 이야기했다.

    최 교수는 "민주화 이후 시간이 갈수록 후보 선택이 나빠지는 상황"이라며, "현재와 같은 후보 난립은 정당의 제도화의 실패" 때문이고, 이런 실패는 "정당체제가 사회의 갈등구조를 대변하고 동원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진단했다.

    최 교수는 "민주노동당이 잘 되길 바라고 애정도 있지만, 주체파가 시대에 맞지 않는 걸 가지고 지금처럼 해서 민주노동당에 미래가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또 "권영길의 출마로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말하기도 했다. (발제문은 http://www.redian.org/bbs/list.html?table=bbs_1)

    최장집 교수의 양당제 비판에 관련해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민주개혁세력이 다당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식인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너무 머리를 많이 쓰려 해서 답답하다. 개혁세력이 어디로 가야 하는가는 머리를 많이 쓰지 말고 정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강금실, 머리 쓰지말고 정서적 접근을

    원내교섭단체가 될 때까지는 민주노동당을 지지할 것임을 먼저 전제로 밝힌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은 최 교수의 프랑스식 준대통령제 구상에 대해 "정치는 클리어(clear)해야 한다. 대통령제든 의원내각제든 둘 중 하나를 해야지, 우리 국민의 기질상 복잡한 이원집정부제는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민주노동당이 코리아연방 같은 껍데기를 홀랑 벗어버리고 생활정치, 소외된 노동을 끌어들이면 굉장히 성공할테고, 적극 지원해줄 마음이 있는데, 지금으로 봐서는 굉장히 어려울 듯하다"고 토로했다.

       
     
     

    토론이 끝난 후 저녁식사 자리에서 최장집 교수와 몇 가지 이야기를 간단히 나누었다.

    – 코리아연방공화국을 민주노동당 비판의 논거로 들었는데, 민주노동당이 부유세,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하던 때도 있는 것 아닌가? 지금에 와 코리아연방공화국을 거론하는 것은 비판의 사후적 합리화 아닌가?

    = 그렇지 않다. 나는 이전에도 민주노동당에 비판적이었다. 당시에도 나는 민주노동당이 ‘군소정당’인 점을 비판했다. 민주노동당은 선거 역량의 중요성을 중시하지 않는다.

    – 어떤 유럽 진보정당도 처음에는 군소정당이었다. 오히려 민주노동당의 성장이 유럽보다 더 빠른 것 아닌가?

    = 유럽의 진보정당들은 지지율이 낮고, 의석이 적을 때에도 정당구조의 플레이어(player)로서 기능했기 때문에 군소정당이라 할 수 없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은 정당구조에 영향을 못 미친다는 의미에서 군소정당이다. 진보정당이라면 임금생활자의 생활 문제 같은 것에서 현실적인 정책을 모색해야 하는데, 지금의 민주노동당은 추상 수준이 높은 민족통일 문제 같은 데만 신경을 쓴다.

    – 얼마 전 내놓은 『어떤 민주주의인가』를 읽어보니 유럽형 사회민주당을 지향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노동조합과의 관계가 중요한데, 민주노총과 배타적 지지관계를 맺고 있는 민주노동당을 경유하거나 극복하지 않는다면, 그 당은 프랑스 공산당 같은 지식인 정당 아닌가?

    = 프랑스 사회당 같이 되겠지. 새로 만들 정당에 노동조합은 꼭 끼어야 한다. 그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내가 민주노동당에 비판적인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권영길 후보가 나온 것에 비판적이다. 이처럼 좋은 기회에 심상정이나 노회찬이 나오지 않고 권영길이 나와 기회를 놓쳐 버리는 것이 안타깝다.

    아래는 23일 열린 대화문화아카데미 ‘한국 정치의 오래된 새길’ 네 번째 모임 발언 요지다.

                                                       * * *

    남재희 : 최 교수의 결선투표제 제안에 적극 찬성한다. 그런데 프랑스형 준대통령제 말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정치는 클리어(clear)해야 한다. 대통령제든 의원내각제든 둘 중 하나를 해야지, 우리 국민의 기질상 복잡한 이원집정부제는 맞지 않다.

    한나라당 경선에서 사실상 대선 끝난 것 아니냐. 한나라당은 전국을 돌며 성공적인 정당 경선을 보여줬다. 그런 점에서 정당 정치의 위기는 한나라당 쪽이 아니라, 여당의 지리멸렬이다.

    이부영 : 열렬한 김대중 지지자 몇 분을 만났더니, 한 쪽으로 몰리는 호남인들의 묻지마 투표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 말하더라. 이제 호남에도 꽤 돈 번 사람들이 있어 신당이나 민주노동당 지지하지 않고 자신의 이해에 따라 정치적 선택을 할 것이다.

    한나라당에 확고한 기반이 있느냐? 기득권 되찾자는 것 외에는 없다. 이명박이 민주당에게 정책연합을 제안했다고 한다. 영호남의 보수세력이 연합하자는 것이고, 그것 때문에 민주당이 신당과의 통합에 소극적인 것 같다. 대선 끝나고 나면 정당 유동성이 더 커질 것이다.

    다음 총선 전에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정당명부제로 바꿔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논의 안 될테니, 밖에서 제기해야 한다.

    강금실 : 전국 지방의원 대부분이 한나라당이다. 민주개혁세력의 현실적인 어려움은 이처럼 인력 충원할 사람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보수 풀뿌리 NGO는 굉장히 강력한데, 이쪽 NGO는 호남향우회 말고는 없다고들 말한다. 열린우리당의 해체는 그나마 긍정성을 해체한 것이다.

    이렇게까지 보수를 지지하는 것이 이성적으로 판단 가능한 문제인가? 비논리적 묻지마 투표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민주개혁세력이 다당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몸이 아니라 머리와 이념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개혁세력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머리를 많이 쓰지 말고 정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식인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너무 머리를 많이 쓰려 해서 답답하다.

    대통령 민주적으로 선출하는 게 민주주의는 아니다

    최장집 : 남 장관 말씀대로 우리 나라 사람들이 복잡한 프랑스 준대통령제 못받는다는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 제가 그것을 제안한 것은 정당체제 발전의 측면에서다. 비교적 의회제에 가깝고 결선투표제 때 연합을 통해 정당이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회중심제를 더 좋아하지만, 아직 정당이 허약하기 때문에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 내각제 요소를 가미하자는 것이다.

    대통령을 민주적으로 선출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생각은 잘못이다. 우리 나라 정당은 사회적 기반이 굉장히 약한 정치인들끼리의 모임인데, 이 측면에서 민주주의를 볼 수 있다.

    노무현 정부가 덜 부패했다는 것 인정하지만, 개인이 더 부패했는지 덜 부패했는지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비대한 국가권력에 책임을 묻지 못하는 현실이다. 국가권력에 책임을 묻지 못하면 부패는 필연적으로 나타나고, 노무현 정부 역시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이다.

    현재의 민주주의는 잘 관리되지만, 지구당을 없애는 등 보통 사람 참여는 봉쇄된 민주주의다. 선관위가 정치행위를 판단하고, 조정하고, 제어하는 민주주의다. 이런 민주주의는, 민주화 이후 운동권이 정치와 민주주의를 잘못 이해한 결과다.

    새로운 정당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특정한 인구집단이나 직업집단의 사회경제적 문제가 무엇인지를 추출해내는 것이다.

    다당제에 대한 비판은 범여권 단일후보라는 문제의식에 연결된 것이다. 여권을 진보, 한나라당을 보수라 상정하는데, 많은 사람들의 삶의 문제에서 한나라당과 여권은 구분이 안 되고 차이가 없다. ‘진보파 표 모으자’라는 말은 과거 어떤 시기까지는 유효했지만, 지금은 설득력이 없다.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통합당 아니라 한나라당 찍는 것은 그 사람들이 잘못 생각해서가 아니라, 한나라당이 고용 같은 것 더 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카터-레이건 선거 때 미국 동부 지역 블루칼라가 레이건을 지지했다. 현재 우리 나라 대선구도도 그와 비슷하다.

    여권을 지지해달라는 이야기는 허황되게 들린다. 지지를 호소하려면 무엇이 다른지 이야기해달라.

    강금실 : 어떻게 이기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지느냐도 중요하다. 그래야 다음 단계를 열어나갈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대선에서 단결된 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같으면 선거에 이긴다 할지라도 정당을 만들 수 있는지 굉장히 심각하다.

    여권이 정책의 차별성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 것은 문제가 복잡해서이기도 하지만, 얼마나 깊이있는 진보였는가 하는 선명성의 문제도 있다.

    한나라당 집권해도 권위주의화 막을 수 있다

    최장집 : OECD 국가 중에서는 한국 성장률이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성장이 문제되는 것은 IMF 이후에 저소득층에 대해서 구체적인 체감 정책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요구에 ‘성장 안 됐다’는 담론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남재희 : 지구당은 밥 사주는 것이다. 내가 지구당 위원장 할 때는 한 달에 천만 원이 들었다. 요즘에는 TV 같은 매체의 영향으로 돈이 훨씬 덜 든다. 그런 점에서 지구당 폐지는 최 교수 주장처럼 ‘정당 약화’가 아니라, ‘정당 변형’ 아닌가.

    최장집 : 한국의 민주화는 강력한 국가가 자리잡은 후에 발생한 민주화다. 강력한 소수 재벌이 시장을 독점한 이후, 강력한 보수언론이 담론을 지배한 이후에 제약 구조 아래에서 발생한 민주화다. 국가, 시장, 사회 발전과 민주화가 동시 진행된 서구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운동을 통해 민주화할 수밖에 없었고, 민주주의를 학습할 기회 없이 집권했다.

    노 정부는 대통령과 국회 과반을 다 잡았음에도 박정희 시대 성장담론 이외에 별다르게 내놓은 게 없다. 민주정부들이 실제 한 일은 그 정책 내용에서든 실적에서든 개혁하고는 상관 없기 때문에 이제 변별력도 프리미엄도 없다.

    남은 건 보수파와 민주파가 대등한 위치에서 실력 경쟁하는 것 뿐이다. 순조로운 민주화는 영국밖에 없었다. 독일도, 프랑스도 재반동화됐었다. 한나라당 집권은 첫 번째 민주화의 계기가 끝나는 것 뿐이다.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우리 나라 민주주의 체제는 권위주의화를 막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한나라당 집권 후의 다음 체제 준비가 중요하고, 새로운 정당 건설이 중요하다. 공간은 열려 있다. 어떻게 조직할 것이냐. 조직의 예술이다.

    남 장관 말씀처럼 정당의 하부조직을 매스미디어가 대체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것 역시 돈이 많이 든다. 더 자본집약적이다.

    이부영 : 매스미디어 통해 정치하는 것도 돈 놀음이다. 그 돈이 노동자 후원금은 아닐테니, 돈 있는 사람 돈이다. 대자본이 지배하는 선거, 자본의 지배력이 관철되는 여건 속에서 정당이 어떻게 민의를 전달하며 견딜 것이냐. 그나마 문국현이 부자라서 다행이다. 그런데 정당은 마음 착하고 돈 있는 사람만 하는 게 아니다. 시민의식에 기초한 정당 만드는 것이 굉장히 힘들다.

    정동영 득표율이 30% 아래일 경우, 다음 총선에서 그 당으로 나올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 아이 네 명 중 한 명이 아토피 앓는데, 이런 얘기하는 후보가 없다. 이명박 쪽 사람들은 그런 정책 마인드가 없다. 이번 선거 끝나면 정치 백수 엄청 생길 것이다. 국가보안법 폐지만 중요한 줄 아는 사람들이지만, 그 사람들 모아 생활정치를 가르쳐야 한다.

    노동을 말하지 않는 것은 경제를 말하지 않는 것

    강대인(대화문화아카데미 원장) : 노조 조직률이 11% 정도고, 민주노동당의 현실을 보더라도 좁은 의미의 노동자 농민보다는 시민으로 넓혀야 하지 않을까 한다. 민주노동당은 북한 노동당 문제에서 석연치 않다. 권영길 후보가 TV 토론에서 그 질문에 대답 않고 넘어가려 하던데, 당내 지지 기반 때문인 것 같다.

    최장집 : 생산직 노동자 중심 계급정당 패러다임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냉전을 경험하며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이 부정적 유산으로 남아 있다. ‘노동’을 말하지 않으면, 정치가 경제 문제를 말하지 않는 것이고 그래서 ‘성장’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만들어져야 하는 노동 중심의 정당은 블레어의 실험과 비슷한 것이다. 반시장주의나 반신자유주의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민주노동당이 잘 되길 바라고 애정도 있지만, 주체파가 시대에 맞지 않는 걸 가지고 지금처럼 해서 민주노동당에 미래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노동은 정치의 문제로 들어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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