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교육 핵심 모순에 정면 승부 걸다"
    By
        2007년 11월 14일 04:29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국민운동본부(준)에서는 학벌 구조의 폐해와 입시경쟁체제를 근본적으로 타파하고자 범국민적 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오는 11월 24일에 전국 20여 개 지역에서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공동행동’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 행사를 앞두고 <레디앙>이 4회의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연속 기고’를 마련하였다. 연재 순서는 아래와 같다.

    ①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운동의 의의와 전망 : 정진상 (경상대 교수)
    ② 입시폐지 대학평준화로 공교육을 살리자 (가제) : 장혜옥 (전교조 전 위원장)
    ③ 프랑스의 대학평준화와 한국의 교육 (가제)
    ④ 독일의 대학평준화와 한국의 교육 (가제)

    지난 9월 20일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국민운동본부(준)'(이하 대학평준화국본)가 출범했다. 출범식 자리가 조촐하기도 하고 보수 언론의 의도적인 무시로 인해 아직 그 이름에 걸맞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온라인상의 활동이 본격화되고 지역에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10월 27일에는 대학평준화운동에 동참하기로 한 각 지역의 초동 주체들이 모여 지역공동실천단의 구성과 활동 방향에 관해 활발한 토론을 벌이고 11월 24일로 예정된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범국민대회’를 전국 동시다발 행사로 치르기로 결의하였다. 이 대회의 성패는 대학평준화운동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대학평준화 운동의 새로운 의의 

       
      ▲학벌철폐, 대학평준화 등 교육혁신을 촉구하며 전국 자전거 대장정을 떠나는 필자(사진 오른쪽).
     

    대학평준화국본 결성은 한국 교육운동사에서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진전이다. 대학평준화국본의 결성은 다음 두 가지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첫째, 교육운동 진영이 한국 교육의 핵심 모순에 대해 정면 승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점이다. 2003년 ‘WTO 교육개방 저지와 교육공공성 실현을 위한 범국민교육연대’를 결성하여 공교육 개편안을 제출하고 학벌체제와 입시제도를 돌파하려고 하였으나, 대중 동력을 동원하지 못하고 문제제기를 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후 갈수록 거세어지는 신자유주의 공세에 수세적 대응으로 일관해온 교육운동이 반격의 실마리를 잡았다는 데 대학평준화국본의 가장 큰 의의가 있다.

    둘째, 대학평준화 운동은 부문 운동으로 분화된 한국 사회운동이 결집하여 정치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핵심적 매개고리이다. 노동운동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으로 인한 고용불안과 비정규직 문제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고, 농민운동은 한미 FTA 반대투쟁으로 여념이 없다.

    여러 형태의 연대운동이 모색되고 있기는 하지만,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 하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다보니 운동의 구심력보다는 원심력이 압도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정세이다.

    대학입시와 사교육비, 대학등록금 등 교육 문제는 노동자, 농민을 비롯한 모든 국민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 있다.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무상교육 의제는 이러한 국민의 공통 관심사를 결집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대학평준화 운동이 이러한 잠재력을 현실화시킨다면 분산되어 있는 한국의 사회운동을 결집하여 정치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는 매개 고리가 될 것이다. 대학평준화국본은 교육운동의 지평을 넘어 대중적 정치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단초를 열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대학평준화 운동의 임무와 전략

    대학평준화국본의 임무는 한 마디로 ‘대학평준화’라는 단일한 의제를 가지고 명실상부한 ‘국민운동’을 목적의식적으로 조직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직 방식과 전략은 한국의 사회운동이 아직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운동 방식이다. 대학평준화국본의 조직과 전략의 특징은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대학평준화국본의 회원은 개인 가입을 원칙으로 한다. 지금까지 교육운동에서 여러 교육연대 운동이 전개되었는데 대부분 사안에 따라 주도적인 단체가 있고 여기에 찬동하는 단체가 연대하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연대운동에서는 사회적 이슈로 형성되고 연대 단체들이 적극적일 때는 잘 되는 듯하다가도 결국에는 형식적 연대를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 왔다. 또한 연대운동에 참여하는 단체들의 숫자를 늘리는 데 힘을 쏟다 보면 투쟁 의제가 최소화되고 투쟁 방법이 완화되는 경향이 나타나 운동의 실효성을 살리기가 쉽지 않았다.

    또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중조직 내에 고질적 병폐로 되어 있는 정파 간 알력이 연대운동에 그대로 이전되는 경향이 강하였다. 즉 각 단체나 대중조직의 일반 회원들의 의사와는 별개로 집행부의 정파적 경향에 따라 연대운동의 참여나 적극성이 규정되기가 일쑤였다.

    대학평준화국본이 개인 가입 원칙을 채택한 것은 지금까지 각종 연대운동이 안고 있는 한계들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둘째, 대학평준화국본은 각 지역의 공동실천단을 골간으로 명실상부한 ‘국민운동’을 전개하고자 한다. 지금까지의 교육운동은 서울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지역은 동원대상이 되어왔다. 대중운동의 뒷받침이 없는 가운데서 전개된 서울의 교육운동은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반대나 비판의 수준을 넘어서기 힘들었으며, 그 방법 또한 기자회견이나 소규모의 집회 이상을 조직하기가 힘들었다.

    각 지역에서 고립된 채 전개된 지역 교육운동은 가끔 가시적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그것은 대부분 현재의 교육 정세를 변화시키기에는 미풍에 불과했다. 서울과 지역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의제와 소통 구조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교육운동을 대중운동으로 전개하는 것이 중요한데, 대학평준화국본의 조직체계는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대중운동을 묶을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대학평준화국본은 중앙과 지역을 수직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공동실천단의 수평적 네트워크로 조직된다. 이런 조직체계에서는 각 지역 간에 운동의 불균형성이 나타나더라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으며 오히려 수평적 네트워크를 통해 앞서 간 지역이 뒤따라오는 지역의 모범이 되어 전체 운동이 상향평준화되는 경향을 가질 것이다. 이러한 조직체계에서는 운동의 창조성과 자발성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다.

    셋째, 대학평준화국본의 가장 중요한 사업은 회원의 지속적인 확대이다. 국본은 중단기적 단일과제로 설정된 대학평준화가 실현될 때까지 회원 확대를 통해 대중운동을 확장하는 한편 자발적 회비를 지속적으로 충당해야 한다.

    대학평준화국본의 회비 납부방식은 지금까지 좀처럼 시도하지 않은 특별한 방식인데, 대학평준화에 찬동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가입할 때 한 번만 일정액(성인은 1만 원 이상, 대학생은 3천 원 이상, 청소년은 무료)의 회비를 내면 평생회원이 된다.

    이러한 방식은 다수의 대중을 조직하기 힘든 점을 극복하는 한편, 서명운동과 같이 일회적인 조직방식을 넘어 지속적인 대중을 조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이러한 회비 납부 방식은 회원의 지속적 확대에 조직의 사활을 거는 방식이다.

    왜냐하면 이 조직이 재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올해 1만 명, 내년에 10만 명, 후년에 100만 명 하는 식으로 지속적으로 회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넷째, 대학평준화국본의 활동은 생활권 단위의 지역을 기반으로 전개된다. 매년 예정되어 있는 범국민대회도 서울 집중대회가 아니라 각 지역에서 지역조직을 중심으로 전국동시다발 행사로 진행된다.

    서울 집중대회 방식은 집회의 모양을 갖추는 데는 손쉬운 방법일지 모르지만 치러야 하는 대가가 너무나 크다. 일회성 행사로 끝나거나 매년 계속될 때에도 운동이 성장하지 못하고 그때그때의 정세에 따라 대회 규모와 열기가 등락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대학평준화운동은 주체 동력의 확대에 성패가 걸려 있는 만큼,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지속적이고 끈질긴 운동을 조직할 필요가 있다. 11월 24일로 예정된 ‘제1차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전국동시다발 범국민대회’는 대중운동으로서 대학평준화 운동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제1차 범국민대회는 각 지역에 확실한 운동의 거점을 마련하여 확대재생산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다섯째, 대학평준화국본의 활동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개별 회원은 웹진 발송 등 온라인 공간을 통해 운동을 선전하여 새로운 회원을 모집한다.

    국본은 온라인을 통해 가입한 회원들을 지역공동실천단과 연결하고, 지역공동실천단은 지역 회원들을 조직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한편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실천활동을 전개한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온라인을 통해 지역과 전국 수준으로 파급됨으로써 개인들의 자발성에 기초한 범국민적 운동을 전개하고자 한다.

    대학평준화 운동의 전망

    대학평준화는 분명 현재의 정치 지형 속에서 당장 실현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따라서 대학평준화운동은 지금 시작하여 지속적이고 끈질긴 대중운동을 확대하여 정치권력을 바꾸어내는 중기적 운동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대학평준화국본이 지역공동실천단을 통해 회원을 확대하고 적극적인 실천활동을 벌이는 데 성공하여 일정한 단계에 이르면 머지않은 장래(필자는 이 운동이 길어도 5년 안에는 승부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에 대중운동이 폭발하는 시기를 맞게 될 것이다.

    현재의 교육모순과 사회세력들의 관계로 미루어볼 때, 모순이 집중되어 있는 중고등학생들의 행동이 폭발적 대중운동을 촉발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따라서 대학평준화 운동은 대중운동이 폭발하는 지점을 예상하고 목적의식적으로 대중운동을 조직하는 한편, 폭발적 대중운동 이후의 과제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도 해야 한다. 폭발적 대중운동 이후에는 대학평준화의 제도화를 둘러싼 정치투쟁이 격렬하게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평준화 혁명의 도화선은 11월 24일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범국민대회>이다. 광화문에서 열리는 수도권 대회를 비롯해 전국 20여 개 주요 지역에서 진행된다. 지금 대학평준화국본 홈페이지(http://www.edu4all.kr)에 접속하라. 대학평준화 운동은 시작이 절반 이상이며 교육혁명의 도화선이 될 것이다.

    정진상 (경상대 교수,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