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엔 동의하나 간단한 문제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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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1월 14일 08:0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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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지난 1일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례대표 의원으로 만들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위한 전당적 토론을 제안해 놓고 있는 가운데, 비례대표 선출 시기와 방법 등이 논의되는 중앙위가 3일 앞으로 다가와 권 후보의 제안이 어떻게 실현에 옮겨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 안팎에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개별적인 견해나 작은 규모의 토론회가 열리고 있으며, 당내 의사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각 정파들의 경우 원칙에 동의하는 수준 이상 구체적인 논의는 하고 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금까지 당내 주요 정파의 지도급 인사들이 비례 후보에 등록하는 것을 당연시 여겼던 관성과 함께 비정규직을 비롯한 각 부문의 전문 역량들을 중심으로 비례 후보를 배치하자는 원칙 자체에 일정 정도 이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앙위 개최를 앞두고 민주노동당 내 주요 정파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본다.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 회의 모습.(사진=진보정치)
 

의석수도 많지 않은데 부문별 대표 세우는 건 문제

당내 자주파의 중심 가운데 한 부분인 경기동부 측의 관계자는 "이 문제에 관해 주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눌 만큼 주요한 화제로 등장한 적이 없으며, 또 공식적으로 논의를 해야 하는 과제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어 관련 논의가 활성화된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사견’ 임을 전제로 비정규직을 끌어안고자하는 권 후보 발언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시기의 촉박함과 권 후보의 제안을 실현시키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난감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당 혁신을 위해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는 전문성을 안배한 각 부분 및 직능별 대표를 비례대표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시각 차이를 보이며 조심스럽게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민주노동당이 보수 정당처럼 의석수가 많은 것도 아닌데, 다른 보수 정당처럼 각계각층의 다양한 시민 사회 진영의 각 부분별 대표로 비례를 내세우는 것이 과연 맞는지 의문"이라며 "민주노동당의 경우에는 다른 당과 달리 비례대표가 당 지도부의 역할을 해야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당 중심의 대표성을 더 강화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성과 당 중심성 적절한 비율로

울산연합 쪽의 관계자는 권 후보의 제안과 관련해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당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조치 중 하나로써 어떠해서든 그 취지와 의지를 살려야 한다는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를 현실화시키는 문제는 다른 수준의 문제"라며 "그 방법과 조치들이 간단치 않아 구체적인 진도가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홍세화 당원과 조승수 진보정치연구소 소장이 제시한 전문 영역에 대한 전략적 비례 대표 배치론에 대해 "마치 그것만이 당 혁신을 위한 ‘절대적이고 유일한 해법’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해 이들의 제안 내용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전문성 못지않게 당 중심성이 강한 정치적 대표자와 황금비율을 이루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인천연합 쪽 관계자는 "권 후보의 발언을 묵직하게 받아들인다"며 ‘사견’임을 전제로 "그간 한국노총과의 문제, 백만민중대회 조직 등으로 인해 차분한 논의가 사실상 가능한 상황이 아니었으나, 의미 있는 검토가 필요한 중요한 발언으로 인식하고 공식적인 논의석상에서의 주요 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방법까지는 고민하지 못했지만, 민주노총 등 이해 당사자인 당 안팎의 관계자들과 논의를 통해 권 후보의 발언과 내년 총선에 대한 다양한 고민 등에 대해 심도 깊은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논의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여줬다. 

잠재 후보자들 손해 감수해야

당내 좌파 가운데 가장 큰 평등파 그룹인 전진은 집행단위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논의를 좀 더 진전시키기 위한 상임위 차원의 토론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진 쪽의 관계자는 "권 후보의 제안이 당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상징이 될 것"이라며 "먼저 각 의견 그룹 내 비례 대표를 준비하는 예비 후보자들이 정치적 결의를 통해 손해 볼 것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정규직 남여 노동자를 비례 2, 3번으로 할당하거나, 당 안팎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별도의 단위를 구성해 추진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혁신 네트워크 관계자는 "당내 잘못된 의사 결정 구조가 반영된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바꾸자는 고민의 일환으로써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가 논의 돼야 한다"면서 "문제를 가로막고 있는 잘못된 제도와 의사 결정 구조에 대한 고민 없이 당위론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국회의원이 돼야 한다고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러 의견 그룹들이 권 후보의 제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어느 것이 최선의 방안인지 비교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면서 "후보 또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직접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 당내 토론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권 후보의 발언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오는 17일 중앙위에서 논의될 비례 대표 선출 시기를 늦추고, 별도의 논의 단위를 구축해 각 의견 그룹들과 함께 전당적인 제도적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도 적극 나서 구체적 방안 제시해야

노동해방실천연대'(이하 해방연대) 관계자는 "이번 제안이 그 동안 당이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등에 대해 올바른 태도를 견지하지 못한 것에 대한 ‘면피용’이 될 수 있다"며 권 후보의 제안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 

해방연대 측은 "한국노총 사과 사건 등에 대한 대응으로  아직 권 후보의 제안에 대해 체계적인 검토를 하지 못했다며, 중앙위를 앞두고 조만간 논의를 벌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함께 쪽 관계자는 "권 후보의 제안에 적극 공감한다"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 오는 중앙위가 정치적 의지를 모으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실현 방법을 논의하기에 앞서 당이 비정규직을 껴안아야 한다는 것에 대한 각 의견 그룹 내 책임 있는 지도자들의 정치적 결의와 공감대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당장 구체적인 안이 가시화되기는 힘들지만, 그 공감대를 이끌어내서 전당적인 토론에 부쳐야한다"고 말했다.

당내 사민주의를 깃발을 내세우고 있는 자율과 연대의 오흥엽 대표는 "홍세화 선생이 제안한 것은 우리가 논의했던 내용과 같은 것"이라며 "정파보다는 당에서 필요한 사람들이 비례 후보로 나가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비례 후보 선출 방식의 변화만으로는 당 혁신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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