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차라리 이회창과 후보단일화를
    2007년 11월 09일 10:4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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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의 출마가 이명박의 보수성이 미덥지 않아서라는 진단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 보수정치가 노선이나 정책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선진화되어 있다면, 우리 국민은 꽤 살 만할 것이다.

이회창 출마의 유일한 이유는 ‘혹시나’

이회창 출마는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는 아주 간단한 이유 때문이고, 이명박 등 기존 후보들의 불안정성 덕분이다. 이 불안정성에는 비리라든가 하는 것들도 포함되지만, 더 큰 불안정성은 지금의 보수 후보들이 재벌 사장 출신, 대기업 사장 출신, TV 앵커 출신이라는 데에서 비롯된다.

재벌 사장이든 노점상이든 정치하지 말란 법은 없지만, 정치 영역 또는 준정치 영역인 사회운동에서 훈련되지 못한 불안정성은 대선과 같은 큰 판에서 언제든지 폭발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이회창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장점을 지닌다.

사장이나 앵커가 정치에 뛰어드는 건, 이미지에 의존하는 현대 정치의 특성이기도 하고, 부패하고 낙후한 한국 보수정치가 정치 외부에서 인력을 충원하며 목숨을 부지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렵게 의미 부여를 하자면, 이회창의 출마는 비정치성이라는 한국 정치의 위기가 낳은 또 다른 위기인 셈이다.

여권은 이회창의 출마를 내심 기대해왔다. 그런데 막상 이회창이 나오니 막말을 퍼붓고 있다. 3파전 어부지리를 기대했는데, 저희가 3등으로 밀리고 이명박, 이회창의 2파전이 전개되고 있으니 뜨악하지 않을 수 없다.

버릇대로 반한나라당으로 연대하라

   
  ▲사진=뉴시스
 

그런데 이회창에 대해 이와 같이 적대적인 태도는 야합이라는 한국 자유주의의 빛나는 전통에서 벗어나는 꼴이다. 옛 버릇대로 반한나라당, 반이명박 후보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첫째, 한나라당 출신이라 마다할 이유는 없다. 한나라당에서 밀려난 손학규를 받아 안아 예비후보로 삼은 통합민주신당이 아닌가?

얼마 전, 이른바 개혁파 교수들은 자민련 총재였던 이인제까지도 단일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던가? 손학규나 이인제를 길 잃은 양처럼 품어 안는 따뜻한 여권이 개혁관료 출신 이회창을 내쳐서야 되겠는가?

둘째, 반북 수구라거나 차떼기 부패라는 것도 저어할 핑계가 되지 못한다. 김대중은 쿠데타 주범이며 반북 냉전, 유신독재의 2인자이고, 부정축재자인 김종필과 연합했었다. 노무현은 노동자를 식칼로 난도질하는 재벌 아들 정몽준과 연합했었다. 수구냐 개혁이냐, 부패냐 청렴이냐 하는 기준을 들이대면 이회창이 한국 자유주의의 옛 친구들보다 뒤질 건 전혀 없다.

셋째, 한국 자유주의의 철의 법칙인 당선 가능성과 지지율에 의거하라. 1987년 백기완, 1992년 백기완, 1997년 권영길, 2002년 권영길에게 적용했던 그 법칙을 꼭 지키기 바란다. 이회창, 정동영, 이인제, 문국현을 죽 늘어 놓고 누가 당선 가능성이 높은지를 따져 꼭 승복하길 바란다.

그들에게 철의 법칙인 ‘당선 가능성’에 승복하길

“이회창의 정치세력화는 정국 보수반동화의 신호탄이며 한반도 정세를 6.15 이전으로 되돌리고 서해평화협력지대에서의 국지전적 2차 서해교전 상황으로 퇴보시킬 위기의 발현이다. 반수구전선이야말로 이 땅 양심들의 애국의 지표이다.” – 신석진, 「이회창 효과와 진보진영의 대응」, 11. 6

민주노동당 홈페이지 메인에 걸려 있는 이 글의 논리는 독립적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의 논리가 아니다. 이명박의 당선 가능성이 압도적일 때는 보수반동화된 정국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이회창의 인기 영합적인 우익적 제스춰에 호들갑을 떨며 자기 정당의 명운을 좌우하자는 것은 언제든지 당을 팔아먹을 기회만 호시탐탐 기다려 왔다는 실토가 아닌가?

양심이니 애국이니 하는 도덕률이 진보정당의 지표도 아니거니와, 반수구전선이라는 정치 획정은 민주노동당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반수구니 뭐니 하는 정치 논리는 자유주의 정치인들의 2중대였던 재야의 존립 명분이었고, 지금은 자유주의 집권 연장을 위한 국민 협박의 논리일 뿐이다.

현실에서 반수구란 곧 신자유주의다. 노동자에게 반수구는 정리해고다. 농민에게 반수구는 외국산 농산물이다. 도시서민에게 반수구는 강제철거와 노숙이다. 이회창과 이명박과 정동영 중에서 자신을 죽일 살인자를 선택하라는 주문이 한국 민중의 전략일 수는 없다.

누군가의 말처럼 보수 여야 사이에는 샛강이 흐르고, 그들과 민중 사이에는 대양이 자리하고 있다. 해괴한 논리로 남 좋은 일할 생각 말고, 민주노동당의 이기적 이익을 추구하라. 그것이 진보정당 건설의 논리였고, 모든 정치행위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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