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민 vs 연방' 논쟁에 책상 엎을 땐가
        2007년 10월 27일 01: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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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하게 말하면, 이제야 대선 슬로건 얘기를 시작하는 게 아니라 아직까지 대선 슬로건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 맞습니다"

    지난 26일 선대본 시도당 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한 민주노동당 전진숙 경남도당 위원장 직무대행이 "이제야 대선 슬로건을 얘기하는 게 문제"라고 말하자, 김선동 상임선대본부장이 “바로 잡겠다”면서 이같이 정정했다. 그러면서 김 본부장은 "오는 29일께 선대본 회의를 열어 메인 슬로건 및 기조를 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자는 지난 9월 15일 경선이 끝나고 한 달이 지나서야 각 시도당 위원장과 공식적으로 ‘첫’ 연석회의를 갖은 것에도 놀랐지만, 현재에 이르기까지 선거의 기초 골격조차도 정하지 못한 것을 ‘확인’하고 나니 황당했다. 

    이날 회의에서 모든 것은 예외없이 ‘논의 중’이었다. 선거 기조와 주 슬로건을 무엇으로 할지, 11월 대회의 구체적인 상과 프로그램이 뭔지, 대선의 승패가 민중총궐기 성사에 있다고 하면서도 실패와 성공에 따른 전략이 뭔지, 그 이후에는 무엇이 준비 되고 있는 건지, 이 모든 것이 ‘논의 중’이었다. ‘이제야’가 아니라 ‘아직까지’라니까 오래 동안 논의만 진행되고 있다는 말이었다.  

    이날 연석회의에서 난상 토론을 지켜보던 김덕윤 전여농 회장은 “민주노동당은 다 좋은데 회의에 와보면 실절적으로 일을 추진할 생각은 안하고 왜 그리 말꼬리들을 물고 늘어지는지 모르겠다”면서 먼저 자리를 떴다.

       
      ▲민주노동당 선대위원과 광역시도당 위원장 연석회의 모습.(사진=레디앙)
     

    한 달이 넘어가도록 민주노동당은 무엇을 했나? 선대위 구성 후 민주노동당은 매일 아침마다 선대본 점검 회의를 갖고 일주일에 한 번은 선대위원장도 참석하는 모임도 갖는다.

    선대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후보의 메인 슬로건과 관련해 "’서민 행복’ 과 ‘코리아 연방공화국’을 놓고 열띤 논쟁을 벌이느라 책상을 뒤엎어가며 치열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아직도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것도 걱정이고, 책상을 엎어가며 결론은 내리지 못한 내용이 바로 저런 것이라는 것도 더 큰 걱정이다. 

    그렇게 통합되지 못하는 장고의 시간을 거치는 동안 어느 덧 대통합 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민주노동당이 주장한 ‘5대 걱정 없는 나라’를 카피한 ‘4대 불안 해소’를 내세우며 ‘차별 없는 성장, 가족행복 시대’를 메인 슬로건으로 정해 민주노동당이 2002년에 사용했던 ‘행복’ 이라는 단어를 가로챘다.

    또 정치 신인 문국현 후보가 ‘사람중심 진짜경제’를 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사람이 희망이다’를 역설하는 동안 모 주간지의 커버스토리로도 소개된 권 후보의 ‘사람중심 경제’ 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기본적인 대선 기조와 목표조차도 설정하지 못하는 사이 사실상 당의 중앙전 및 고공전이 전면 중단돼 후보의 이미지 형성도 실패했다.

    차별화된 메세지를 제시하지 못해  삼수생이 주는 식상함이 더욱 공고해졌고,  메시지보다 민중총궐기가 먼저 배달됨으로써 ‘데모 정당’이라는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가 더 심화됐다. 권 후보는 민주노총당, 데모당, 간첩당 등 민주노동당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얘기했지만, 그의 실천을 그것들을 더 강화시키는 쪽으로 가고 있다.  

    내부로 파고들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권 후보가 올인하고 있는 백만민중대회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전 당원이 신이 나서 움직이면서 주변을 모아야 함에도, 움직임이 경선 시기때만도 못한 상태다.

    연석회의에 참석한 한 시도당 위원장은 대선에 대한 밑바닥 분위기와 관련해 "흉흉하다"고 전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 또한 "당내에서 움직이지 않는 냉소적 방관자들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여전히 경선 후유증의 여진이 가시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게다가 최근 한국노총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사과로 인해 공공운수연맹이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고 나서고 있고 민주노총도 차기 중집회의에도 이 문제가 안건으로 상정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부 균열 요소는 한층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앞으로 남은 50여일은 어떤 전략이 세워져 있을까? 연석회의가 시작되자마자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각 시도당 위원장들이 앞다퉈 질문을 던졌다.

    11월 11일 민중총궐기대회 이후에는 어떤 전략이 기다리고 있는지. 대선 전략에 대한 초안을 잠깐이라도 미리 볼 수 있는지 등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다. 답변은 동일했다.

    김선동 상임선대본부장은 "11월 대회 이후 전략은 앞으로 주간 전략 회의를 통해 논의해야 한다"는 답변만 여러 번 반복했다. 이처럼 무언가 매일 ‘회의’를 진행하고 논의하지만,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 채 시간을 날려버린 지 어느 덧 한 달이 지나고 있다.

    후보는 홀로 지역을 돌고, 당원들은 후보에 대해 할 얘기가 없고, 중앙 선대본은 그들만의 밑도 끝도 없는 회의를 반복하고 있으나 사실상 집행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투표일 기준으로 54일, 법정선거운동개시일 기준으로 33일이 남은 가운데 열린 대선 선대본 시도당 위원장 연석회의의에서 확인된 민주노동당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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