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먹은 ‘물관리기본법’ 다시 수면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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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0월 08일 01: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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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물관리 체계의 비효율성에 대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물 관리 내용에 따라 담당 부처가 다르고, 막대한 예산이 손실된다는 것도 국민들에겐 이젠 지긋지긋할 정도로 알려진 내용이다.

    평소엔 잠잠하다가 여름 홍수철만 되면, 이듬해 예산 수립할 때 쯤만 되면, 물관리 체계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거지다가 또 잠잠해진다. 그리고 그 논란이 있는 동안에도 전국의 수많은 하천 유역과 행정기관에선 물 관리 체계의 문제점으로 끊임없는 갈등이 발생한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그동안 국무총리실 수질개선 기획단(현재는 기구조정)에 의해 물 관리 기구 통합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환경부와 건교부, 행자부, 농림부 등 여러 부처가 관리하고 있는 물 관리 기구의 통합을 두고, 조직적 통합 방안과 기능적 통합 방안에 대해 토론이 있었다.

       
      ▲ 물 관리 체제 심포지움 모습.
     

    그러나 정부 부처 간, 전문가 간, 민간단체 간 의견을 조율하지 못해 합의를 못보고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 위임되었다.

    지속위원회에 위임된 물 관리 통합에 대한 내용은 물 관련 정부 부처의 주된 업무를 하나의 부서로 통합하는 조직적 통합이 아닌, 각 부처의 기능을 통합하고 조정하는 국가물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에 대한 법적 토대를 만드는 물관리기본법 제정이었다.

    그러나 물관리기본법안은 사안의 중요성과 NGO, 전문가들의 관심도를 고려했을 때 지속적인 논의나 공청회 등을 거쳐 의견을 조율했어야 하나, 지속위원회는 환경부와 건교부 등 정부 부처의 의견만 조율한 채 국무조정실에 제출하였고, 이 내용은 건교부와 환경부 공동발의로 입법 예고됐다.

    이러한 과정은 물관리 부서를 하나로 통합하거나 민주적인 절차를 거치지 못했다는 점에선 아쉬움을 남기고 있으나, 다원화된 물 관리 체계를 기능적으로나마 일원화하고, 그 법적 토대를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국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하다가 사장되게 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환경부와 건교부가 입법 예고한 물관리기본법안은 물 관리기구의 기능적 통합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국회의원들과 전문가들의 해석 때문이다.

    허술한 법을 제정하게 되면, 우리나라 물관리 체계가 더욱 복잡하고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주장으로 물관리기본법안은 사장되게 되었다. 결국 참여정부 수년에 거쳐 논의가 된 물관리기구의 조직적 통합과 기능적 통합 모두가 좌절되게 된 것이다.

    또 그로 인해 환경부와 건교부, 행자부, 농림부 등은 서로 물 관련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복잡한 물 문제 있어서는 서로의 책임을 떠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법을 제정하고, 정책을 수립할 때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신중에 신중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부처이기주의로 어느 부처도 물관리기본법이 제정되기를 원하지 않는 상황이고, 한해 수십조 원의 예산이 물을 관리한다는 명분으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최선이 아닌 차선이라도 참여정부 내에서 결정을 봐야 한다.

    12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고 새로운 정권이 탄생되면, 그에 따른 수많은 새로운 이해관계의 질서가 생겨날 것이다. 특히 대통령 후보자들이 경부운하 등 각종 막개발 공약을 제시하고 있어, 국가 물관리위원회 구성과 물관리기본법 제정은 요원해질 수 있으며, 자칫 물 개발위원회나 물 개발법이 생겨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예로부터 치산치수만 잘해도 국가가 잘 산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물관리 체계를 개선시키고 효율성만 높여도 한해 수십조 원의 경제적 이득과 사회적 갈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다시 시작해야 한다. 꼬리 감춘 ‘물관리 기본법’, 물관리 통합논의를 다시한번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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