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노-사회당과 손 잡으면 표 되냐고?
        2007년 10월 02일 11:4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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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회당이 새진보연대(준)와 함께 지난 28일, ‘민주노동당에 진보대연합 실현을 위한 요청서’를 보낸 것을 두고 이래저래 말이 많다. 대강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과 민주노동당 왼쪽이 손을 잡는 것이 표가 될 것인가?’라는 것이 오고가는 말들의 공통분모다.

    일단 ‘민주노동당과 왼쪽이 손을 잡는 것이 표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의 시선은 당장 2007년 대선에서 진보정치세력의 대선 득표율에 고정돼 있다. 그런데 이런 질문에서 나는 ‘교각살우(矯角殺牛:소의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의 위기감을 느낀다.

    금민, 권영길 혹은 그 누가 됐든 진보정치세력의 대선후보가 2007년에 실제로 대통령 당선권에 근접한 상황이라면 ‘민주노동당과 왼쪽이 손을 잡는 것이 표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파괴력이 붙는다.

    표 계산이 진보대연합 절박함을 대체할 수 없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진보정치세력 전체를 하나로 놓고 이번 대선에서의 목표를 서술한다면, ‘진보정치세력이 이번 대선에서는 아니지만 다음에 집권할만한 세력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명확하게 각인시키는 것’이라고 봐야 옳다.

    이번 대선이 미래 의제의 싸움이라는 것은 금민 후보나 한국사회당이 세력연합 방식의 진보대연합을 비판할 때만 쓰는 말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의 진보정치세력, 혹은 진보정치세력을 그동안 대표해 온 민주노동당은 국민에게 각인시킬만한 미래의제가 있는가?

    냉정하게 말해서 저항과 반대의 정치에만 기대어 온 지난 10년은 “진보도 낡았다!”라는 평가를 진보정치세력 스스로 창출해 온 역사였다.

    민주노동당과 한국사회당, 새진보연대(준)가 손을 잡든지 말든지, 한국의 진보정치세력 전체가 이번 대선에서 가져올 수 있는 표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따라서 표 계산으로 진보대연합의 절박함은 애초부터 설명될 수 없다.

    금민 한국사회당 대통령 후보는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와 진보대연합의 큰 틀을 확인하는 양당 대표회담에서, 그리고 이수호 새진보연대(준) 대표와 공동으로 작성한 요청서에서 세력연합이 아닌, 2017년까지 10년 내 진보정치세력의 집권을 위해 미래의제를 중심으로 진보대연합을 추진하자고 반복해서 강조했다.

    이는 당장 실현가능한 연대와 연합을 미루자는 말이 아니라 한국 진보정치세력 전체의 혁신에의 절박함을 대표하는 말이었다. 단순한 세력연합을 강조하는 것도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왼쪽과 손을 잡는 것이 표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과 마찬가지로 교각살우의 위기를 내포한다.

    득표율이 아니라 미래 의제

    한국사회당이 진보대연합의 전제조건으로 미래의제를 중심으로 하는 혁신을 주장하는 것은 단지 정치적 레토릭이 아니다.

    진보대연합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든 중요한 것은, 그리고 절박한 것은 진보정치세력이 이번 대선에서 국민들에게 선보일 미래의제와 이를 통해 ‘낡은 진보’의 탈을 벗고 대안세력이 되는 것이지 득표율 제고가 아니다.

    물론 선거에서 몇 표를 얻을 수 있는가는 모든 정치세력에게 중요한 문제이고, 한국사회당이 주장하는 미래지향적인 진보대연합의 틀이 구체화된다면 득표 전략 논의도 함께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제기되는 진보대연합과 득표의 연관성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나는 대답할 필요를 별로 느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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