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을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행복하세요?
By
    2007년 09월 17일 10:12 오전

Print Friendly

1. 미스 아톰에서 행복한 에너지까지

얼마 전 6월에 러시아에서 ‘미스 아톰’ 선발대회가 열렸다고 한다. 러시아와 구소련 지역의 핵 발전 사업자들이 개최하는 ‘미스 아톰’ 선발대회이다. 선발대회에 나갈 수 있는 우선적인 조건은 핵발전소 직원이어야 한다고 한다.

참 요상한 대회도 개최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국과 러시아 핵산업자들의 생각이 유사할까 하는 의문도 가져보고, 아마도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나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유사 대회를 개최하지 않을까 하는 예측도 해본다.

점쟁이가 아닌 이상 장담하기는 힘들지만, 한국이나 러시아나 핵산업자들의 고민은 ’핵 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제고‘가 중요한 과제일 것이라 생각하니 한국에서도 유사한 대회를 볼 날이 멀지 않지 싶다.

한국에서도 ‘미스 아톰’까지는 아니지만, 아주 ‘희한한 광고’를 하는 집단이 있다. ‘전 언제나 당신 곁에 있어요. 우리 전력의 40%를 만들지요. 화장품에도, 타이어에도 있어요. 야채 과일에도 제가 있어 더욱 싱싱하지요. 저 사랑받을만 하지요. 누구냐고요? 생활 속 행복 에너지 원자력’.

누구나 한번은 들어보았을 광고이다. 이 광고를 하는 집단이 바로 대표적인 찬핵 홍보 집단인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자체가 노태우 정권에 의해 ‘무지한(?) 국민’을 깨우치기 위해 만든 집단이라서 그런지 아직도 이런 광고가 그들의 밥벌이로 유효하다.

2. 행복한 에너지? 행복해지는가?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 지난 2006년 1년 동안 집행한 사업비를 보면, 1년 동안 144억 원 정도의 수입(정부지원)에 137억 원 정도의 지출이 있었다. 이 137억 원의 지출 중 목적 사업비가 124억 원이며, 이중 광고홍보사업이 약 37억 원, 전시홍보사업이 23억 원, IT홍보사업에 8억 원 정도가 소요되었다. 사업비 중 50% 이상인 약 70억 원이 광고 및 홍보사업에 투입된 것이다.

   
  ▲ 원자력문화재단 홈페이지.
 

단지 ‘행복한 에너지 핵’을 읊조리기만 하는 집단이 사용하는 예산으로는 과다하지 않은가? 국민이 핵에너지에 대해 정말 궁금해 하는지는 모르겠다.

국민이 핵에너지를 생각하면 행복해 하지 않을 것 같아, 매일 같이 행복하다고 광고를 통해 세뇌하는지 모르겠으나, 실제 핵에너지의 위험성으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핵에너지 안전규제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경우 2006년 총예산이 약 116억 원에 불과하다.

이중 인건비는 약 30억 원이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나, 참으로 딱한 지경이다. 과기부의 통제를 받는 원자력안전기술원의 관계자들이 한결같은 소리로 ‘이 상황에서는 핵 발전 안전규제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소리에 절로 공감이 간다.

이 한탄은 비단 예산 타령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정부와 핵산업계가 핵에너지의 위험성은 뒤로하고 무조건 행복하다고 외치는 사이, 정작 핵에너지로부터 국민의 안전은 외면당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한탄일 것이다. 무조건 ‘행복한 핵에너지’를 주창하는 것이 도대체 누구의 행복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3. 우리 생활 속의 핵에너지

실상 한국 핵산업계의 고민 중 하나는 앞서 말한 ‘핵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제고’이다. 얼마 전 핵 발전 30년을 기념하여 진행된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심포지엄에서도 이 주제가 중요한 과제로 다루어졌다.

‘새로운 원자력 정책 논의구조의 형성 방안’이라는 주제의 글은 핵정책을 둘러 싼 찬핵과 반핵의 논리를 비교하며, 찬핵 집단의 분발을 촉구하는 글이다. 이제 ‘핵발전은 무조건 안전하다는 논리를 지양하고, 일부 위험이 있어도 장점이 크니 계속 확대발전 시켜야 하며, 핵산업계가 전면에 나서기보다 객관성을 가지는 언론과 학계가 적극 나서고, 찬핵을 옹호하는 집단의 외연을 확장하자’는 것이 내용의 핵심이다.

그런데 핵산업계의 우려와 달리 실상 우리 사회는 핵을 참 많이 사랑하는 것 같다. 핵무기를 얼마나 사랑하면, ‘핵폭탄을 세일해서 판매’한다는 ‘핵폭탄 세일’ 광고가 그렇게 자주 등장하겠는가? 우스개 소리가 아니다. 이미 ‘핵’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친근한 존재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2005년 IAEA에서 주요 18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52%가 핵발전소 지속적 건설에 찬성하는 의견을 밝혀 가장 높은 찬성응답을 보였다. 물론 응답자의 나머지 절반이 현재 존재하는 핵발전소 이외는 건설 중단(34%) 및 폐지(12%)를 지지하였다.

이 결과와 상반되는 설문 결과를 하나 더 인용하자면, 2007년 3월 EU 설문조사에서 ‘핵에너지의 잠재적 사고와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우려’로 시민의 61%가 원자력 비중을 줄이기를 희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의 다수가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2005년 EU 조사에서는 태양광과 효율 기술, 풍력에 더 많은 투자와 개발이 필요하며, 원자력 개발은 8%로 최하위를 기록하였다.

다른 여타의 나라들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핵 발전의 지지가 가장 높게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생활 속에서 진행되는 한국 핵산업계의 조용한 그리고 소프트한 전략이 빛을 발하는 것일까? 아니면 정의와 평화를 지키는 아톰과 메칸더V가 ‘원자력 에너지에 힘이 솟는다’는 광고에 아련한 추억을 가지는 20~30대와 ‘핵무기를 민족적 자긍심과 국력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이해할 수 없는 집단이 만들어낸 광기일까?

4. 또 늘어난 행복한 에너지. 우리는 정말 행복해지고 있는가?

우리 모두(?)가 핵에너지로 행복해 하는 사이, 산업자원부는 지난 9월 12일 신고리 핵발전소 3, 4호기 건설 사업을 승인하였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1,400MW급 대용량 규모이며, 올해부터 7년간 약 5조 7,33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어 각각 2013년, 2014년 준공될 예정이다.

이번 결정으로 현재 공사가 진행되는 신고리 1, 2호기와 신월성 1, 2호기를 포함하여 2014년에는 총 26기의 핵발전소가 가동될 것이다. 그리고 폐쇄하기로 하였던 고리 1호기는 수명연장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가동된다.

한국의 핵산업은 여타 산업과 달리 정부의 절대적인 그리고 차별적 보호와 정책 지원을 받고 있다. 핵에너지 정책 결정은 대중의 이해와 요구를 배제한 상태로 일부 학자와 정책 입안자들에 의해 이루어져 왔으며, 이들은 대부분이 핵 이용 및 진흥으로 직접적인 이익을 이해당사자에 해당되는 근원적 문제를 안고 있다.

대중에 의한 사회적 합의 및 공론화에 기초한 정책 결정 과정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들이 만들어가는 행복한 에너지가 늘어갈 때마다 우리의 불안은 더욱 커져만 가는 근원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객관적 신뢰성이 없기 때문이다.

핵에너지를 이용하는 아톰과 메칸더V가 지구를 노리는 악마의 그림자를 무찌르듯이, 이제 시민이 에너지 정책의 결정권을 다시 확보하여야 한다. 저들만의 행복한 핵에너지 아니라, 모두가 평화롭게 공존 가능한 재생가능에너지와 지속가능에너지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행복한 에너지가 아닐까 한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