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노선이 조직노선 압도하는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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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8월 20일 11:0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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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의 후보 경선 결과 발표가 불과 몇 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경선 결과 누가 후보로 될 것인가는 매우 첨예한 관심거리인 동시에 권력 재편기의 두 가지 전망, 즉 비관론과 낙관론과도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우리는 어느덧 정세 이해의 어떤 분기점에 와 있는 셈이다.

    중요한 건 예측보다 예측 근거

    선거 직전까지는 일단 이명박이 다소 유리하다는 여론조사가 많았지만 누구도 결과를 확신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예측 자체보다는 예측의 근거이다. 즉 예측 자체 보다는 ‘그 예측치를 제시하게 된 인식틀이 무엇이냐?’를 정리하는 것이 우리에게 맡겨진 중요한 정치학 숙제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누가 후보가 되느냐에 상관없이 이번 한나라당 경선을 통해 몇 가지 점에서 중요한 인식틀을 뽑아낼 수 있다.

    이번 경선이 주는 하나의 중요한 교훈은 결국 ‘대중노선이 조직노선을 압도한다’는 것이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이명박의 탈당 가능성을 점쳤었다. 왜냐하면 이명박이 당 밖에서의 지지율은 높지만 당내 기반은 취약하기 때문에 결국 박근혜와의 당내 경선에서 패배할 것이 확실하고 그렇다면 사전에 탈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였다.

    그러나 이 전망은 완전히 빗나갔다. 오히려 거꾸로 당내 역학 관계에서도 이명박이 앞서나갔다. 불과 4개월 만에 당내 역학 관계는 박근혜에서 이명박으로 뒤집어졌다. 상황이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물론 이렇게 된 이유는 대선에서의 한나라당 집권이 총선에 출마할 자신들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창출해 줄 것이라는 기대와 전망 속에서 이명박에 대한 전면적인 줄서기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 한나라당 대선 후보 4인.(사진=뉴시스)
     

    이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당내 조직력보다 당 밖의 대중적 득표력이 우선한다는 사실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 당 밖의 본선경쟁력이 당내 역학관계까지 규정해버린다는 결론에 이른다. 다시 말해 궁극적으로 당 밖의 대중을 상대로 쌓아올린 인지도가 당내에 축적한 조직적 자산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노무현과 이인제의 차이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이번에 처음 확인된 것은 아니다. 5년 전에 노무현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었을 때 나는 이인제가 대통령 후보가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당시 우리가 갖고 있던 분석틀은 “선거란 모름지기 조직과 자금을 쥐고 있는 쪽이 승리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조직과 자금을 쥐고 있던 권노갑이 이인제를 지지했지만 결과는 전혀 엉뚱하게도 노무현의 승리였다. 그래서 우리는 당시 노무현의 승리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당 밖에서 대중적인 명분을 갖고 있던 노무현이 결국 당 안으로 진격해 당을 장악한 것이었다. 이것은 하나의 충격이기 전에 새로운 분석틀을 도입해야 할 ‘전환점’을 제공했다. 그 당시에 새로 수립한 가설이 대중노선(=당 밖)이 조직노선(=당내)을 압도한다는 결론이었다. 즉 노무현의 경선 승리는 한마디로 정세분석의 틀을 바꾸게 만든 일대 사건이었다.

    당내 기반에서 밀려도 결국 ‘선거’의 지배를 받는 대중정당은 본선경쟁력을 최대의 선택기준으로 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당내 조직력은 결국 당 밖의 대중적 자산에 의해 재편된다는 정리를 도입한 것이다.

    이것은 이번 한나라당 경선에서도 그대로 재확인되었다. 설사 이명박이 떨어진다 해도 지금까지의 과정만으로도 이러한 인식틀은 이미 성립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만약 우리가 이런 인식틀에 충실했다면 이명박이 탈당한다는 시나리오는 처음부터 부정할 수 있는 근거가 있었던 셈이다.

    결국 한나라당 경선을 바라보며 가졌던 일관된 관심은 5년 전에 확인된 명제 즉 본선경쟁력이 당내 조직력을 지배한다는 정리가 이번 한나라당 경선에서도 적용되겠느냐? 라는 것이다. 즉 과연 한나라당이 본선경쟁력을 기준으로 후보 선택을 하겠느냐? 아니면 기존에 형성되어있던 박근혜 중심의 ‘고정라인’을 따르겠느냐? 라는 문제였던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라는 여론

    여기서 또 한가지 주목되는 부분은 후보 선택의 기준으로 도덕성 이전에 후보의 경제적 능력이 훨씬 중요한 기준으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거의 회생불능의 타격을 받았을 이명박의 각종 비리 등이 이번에는 매우 긴 시간 동안 폭발이 지체되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이는 두말 할 것 없이 ‘대통령 선거는 도덕군자를 뽑는 과정이 아니라 먹고 사는 데 도움을 줄만한 후보를 뽑는 것’이라는 변화된 여론의 결과다.

    우리는 여기서 박근혜 측의 노련한 대응을 엿볼 수 있다. 이명박의 각종 비리에 대한 박근혜 측의 입장은 “그래서 이명박은 도덕적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후보다” 라는 입장이 아니었다. 박근혜 측의 공격 포인트는 “이렇게 흠집이 많기 때문에 결국 본선경쟁력이 떨어 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즉 이명박의 도덕적 흠집을 도덕성 기준 자체로 제한해서 공격한 것이 아니라 이것이 초래할 수밖에 없는 본선경쟁력의 한계로 전환 시켜 제기한 것이다.

    아무리 경제성 기준이 도덕성 기준을 능가하게 되었다 하여도 가랑비에 옷 젖듯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도덕성 시비는 유권자의 뇌리에 결국 ‘뭔가 있는 것 같다’는 심증을 굳게 해준다. 그리고 이는 후보의 본선 경쟁력에 대한 의문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박근혜가 이번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그 1등 공신은 바로 이런 전략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도덕성 문제를 도덕성으로 제기하지 않고 본선경쟁력으로 전환시켜 제기함으로써 쇠퇴하는 기준(즉 도덕성 문제)를 상승하는 기준(즉 본선경쟁력)으로 바꿔치기 한 전략의 승리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본선경쟁력’이 바람직한 정당발전 과정

    반대로 이명박이 승리한다면 우리는 이를 두고 ‘당 밖에서 권력기반을 형성해 당 안으로 진격하는 모델이 확실하게 정착한 과정’이며 동시에 ‘도덕성 기준에 대한 경제성 기준의 저항력을 확인시켜준 선거’라고 평가하게 될 것이다.

    결국 근대적인 대중정당들은 당내 조직력 이전에 당 밖에서 형성된 대중적 지지도의 지배를 받는다. 이를 통해 대중의 신뢰를 당 안으로 흡수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이것은 바람직한 정당 발전 과정이다.

    만약 당내 조직력이 본선경쟁력을 짓누르는 당이 있다면 그 당은 대중정당으로 오래 존속할 수 없다. 마치 생산력 발전을 억압하는 생산관계가 혁명에 의해 필연적으로 교체되듯이 이러한 정당은 조만간 두 동강 날 운명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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