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견이 불여일행'…"해보니 알겠더라"
        2007년 08월 08일 04: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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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 불이 꺼질까 분주히 건너가기 바쁜 광화문 사거리 횡단보도에 전동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과 민주노동당 대선 예비후보 세 명이 등장했다.

       
      ▲ 장애인 체험. 서울 광화문 횡단보도 건너기에 동참한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들(사진=레디앙)
     

    8일로 다섯 번째를 맞는 ‘장애인 생존권 쟁취를 위한 횡단보도 투쟁’에 민주노동당 대선 예비후보인 심상정, 노회찬, 권영길 후보가 장애인의 삶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기 위해 동참한 것.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의 생존권 쟁취를 위해 지난 7월 11일부터 광화문 사거리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12시부터 1시까지 생존권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평화적인 ‘횡단보도 건너기 투쟁’을 전개해왔다.

    비장애인인 민주노동당 세 후보들은 장애인들의 생존 구호가 담긴 피켓을 목에 걸고 변덕 심한 날씨 덕에 간간히 지나가는 소나기를 장애인들과 함께 맞으며 전동 휠체어와 똑같은 속도로 횡단보도를 건넜다.

    이에 간혹 정신없이 길을 걷는 시민들 가운데 몇몇은 세 후보를 먼저 알아보고 악수를 청하거나 간간히 눈웃음을 보내기도 했다.

    평소와는 다른 시민들의 호응에 함께한 장애인들도 희색을 감추지 못했다. 오문영(지체장애 1급)씨는 “비가 많이 오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투쟁에 동참한 세 대선 후보가 마치 내 이웃이나 가족이 된 것처럼 기분이 좋다”면서 “이번 투쟁을 통해 장애인을 비롯한 소수의 의견에 일반 시민들이 귀 기울일 수 있는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도록 세 후보들이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양영희(지체장애 2급)씨는 “아무래도 대선 후보이다 보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세 후보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투쟁을 알릴 수 있어 좋았다”면서 “덕분에 오늘은 시민들이 우리의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는 참가 소감에 대해 “시민들이 무심한 것 같지만 사실은 다 보고 있으며, 우리의 눈을 외면한 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은 시민들에게 부담을 줘야 장애인이 우리의 이웃이자 식구로 인식하게 된다. 그 부담을 빨리 해결하기 위해 민주노동당이 집권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회찬 후보는 “백 번 쳐다보는 것이 한번 이행하는 것보다 못하다는 걸 느꼈다. 오늘 직접 함께 횡단 보도를 건너면서 장애인들의 얘기를 들으니 얼마나 힘든 고행을 강요받는지 몸으로 느꼈다”면서 “이런 차별이 시정되도록 앞으로 더욱 열심히 싸우겠다”고 밝혔다.

    권영길 후보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 조치들이 얼마나 형식적인지 새삼 깨달았고 전동 휠체어가 다니기에는 횡단 보도 폭이 상당히 좁다는 것도 오늘 알았다”면서 “이런 깨달음이 차별을 철폐하는 실질적 조치로 이어질 수 있게 실제 행동으로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그 동안 의정 활동을 통해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장애인 차별금지법’, ‘장애인 특수교육법’ 등 꾸준히 장애인 투쟁의 현장 목소리를 법안으로 만들어가는 의미있는 성과를 이룬 바 있다.

       
      ▲ 광화문 횡단보도를 한 시간 가량 돌고 있는 휠체어 탄 장애인들.(사진=레디앙)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는 장애인이 자립생활을 하며 살기에는 연금 문제, 활동보조 제도화, 시설, 주거권, 정신 지체인에 대한 지원 대책, 복지예산 등 많은 문제들이 여전히 산적해있다.

    민주노동당 장애인위원회 김태현 부장은 “대선 국면이 본격화됨에 따라 세 후보들이 장애인의 목소리를 대선 공약으로 제시해 일반 국민들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많이 알려달라는 취지로 이번 투쟁에 초청했다”면서 “향후, 장애인에 대한 대선 공약이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세 후보들의 정책들을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장애인 연금제도 도입, 활동보조권리 보장, 수용시설 장애인의 탈시설 권리 보장, 장애인의 주거권 보장, 시설비리 척결 및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등 장애인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전동휠체어를 탄 30여명의 중증장애인들과 민주노동당 세 후보들은 이날 일렬로 줄을 맞춰 광화문 사거리 횡단보도를 한 시간 가량 계속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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