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구상은 어디로 갔나?
        2007년 08월 01일 10: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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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구상은 어디로 갔나?

    연초 언론의 각광을 받으며 등장한 ‘시민운동 정치세력화’, 흔히 ‘미래구상’이라 불리는 흐름은 그 좌장인 김호진 교수 같은 이가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인가 하는 당에서 한 자리 차지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로 낙착되고 있다.

    몇 달 전 나는 미래구상의 기획자에게 “투기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고, 그는 “정치는 투기!”라 맞받았다. 미래구상에 대한 시민운동 주류의 판단은 더 노골적이어서 “결국 사기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돌았었다. 그렇게 됐다.

    반 년 남짓 동안 ‘창조한국미래구상’에서 ‘통합번영미래구상’으로, 그리고 ‘미래창조연대’로 간판을 바꿔 단 자칭 ‘시민운동 정치세력화’는 몇 가지 원칙을 공언했었다.

       
      ▲ 언론에 시민사회의 대표로 보도되는 미래구상류의 ‘정치조직’에 시민대표는 존
    재하지 않는다. 사진은 지난 4월’ 매래구상과 통합과 번영의 ‘통합’ 기자회견 모습.(사진=뉴시스)
     

    “들러리 2중대는 안 되겠다(최열)”라거나 “대통령 선거 때만 되면 헤쳐모여 식으로 정당 간판을 바꿔 다는 정략적 행태는 종식되어야 한다(미래창조연대 창당 선언문)”는 원칙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물을 필요도 없다.

    “선(先)정책 후(後)후보 전략(정대화)”은 어떻게 실현되었을까?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인가 하는 당에서 정책이 문제 되었다는 말은 들어 본 적도 없다.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의 있으나마나 한 3대 과제, ‘미래번영, 민주화합, 평화공존’보다는 정형근의 대북정책과 홍준표의 민생정책이 훨씬 진보적이다.

    앞으로 며칠 갈지 모를 이 당이 “새로운 가치와 비전(오충일)”에 입각해 있다고 믿는 사람도 없다. 냉장고에 묵은 반찬 끌어내 놓고 섞어찌개 만들 것이냐 비빔밥 만들 것이냐 하는 수준의 논란만이 있을 뿐이다. ‘똥값’끼리 모여 결혼식 날짜 받아놓고 혼수 다툼으로 세월 보내고 있을 뿐이다. “선 정책 후 후보”는 “선 지분 후 통합”이었다.

    미래구상은 “합리적이고 진보적인 시민이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오늘에 이르기까지 미래구상의 행보는 그들이 비판해왔던 정치 브로커의 행태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더 근본적으로 따지자면, 애초 미래구상에 ‘순수한’ 시민운동가 따위는 있지도 않았다. 그 주도세력의 대개는 이러저러한 인연으로 여권에 몸 담았던 사람들이었으므로, ‘시민운동’ 팔아 정치 장사하는 매명(賣名)이자 대목 맞은 정치 떴다방이었을 따름이다.

    ‘비판적 지지’는 10년이 지나든 100년이 지나든 그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유주의자들이 선거를 맞아 자유주의 정당에 뛰어드는 건 지극히 당연한 귀결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은 정치 철이 아닌 평소에 ‘시민’이나 ‘노동’이나 ‘진보’로 치장하고 있을 뿐이다.

    미래구상의 구태는 지금 여권으로 합류한 사람들만의 잘못이 아니다. 미래구상에 이름 빌려줬던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학자들은 미래구상의 오늘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자신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선거권 가진 성인이고 지식인인 그들이 불과 반 년 후도 예측치 못했다면 자신의 정치사회적 활동 뿐 아니라, 자신의 직업 분야 활동에서도 그처럼 무책임하지 않은지 반성적 성찰을 해봐야 한다.

    민주노동당의 일부 간부 역시 마찬가지다. 미래구상이 언론 주목을 받던 몇 달 전에 민주노동당의 일부 간부는 미래구상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며 ‘진보개혁세력’이라는 세력 구도를 공유하고 미래구상을 염두에 둔 ‘개방형 경선’을 주장했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지금 민주노동당이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과 연합해야 하는지 아닌지를 분명히 답해야 한다.

    미래구상이 속내를 드러낸 지금, 아직 여권 밖에 남아 있는 세력으로 이른바 ‘미래구상 좌파’가 있다. 그들은 임종인 의원 등과 함께 여의도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조직 확대 작업을 시작했다. ‘미래구상 좌파’에는 민주노동당 당원인 민주노총 간부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드러난 이들의 계획은 “1단계 독자후보 → 2단계 민주노동당과의 후보 단일화 → 3단계 범여권과의 후보 단일화” 정도다.

    이런 계획의 정치그룹 활동을 하려면 세 가지 전제를 지켜야 한다. 첫째, 여권 탈당파와 함께 시작하고 범여권과의 통합을 목표하는 정도의 정치활동을 하려면 그 계획을 민주노동당의 적정한 의결단위에 부쳐 의논해야 한다. 둘째, 민주노동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을 변경할 것인지를, 그 방침을 결정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 부쳐 의논해야 한다. 셋째, 만약 민주노동당 안에서 그들의 계획이 수용되지 않는다면 민주노동당에서 탈당한 후 ‘미래구상 좌파 당’을 만들고, 그 당의 이름으로 독자적인 정치활동을 해야 한다.

    미래구상은 한국 정치의 낙후성과 병폐를 가장 단시일에 축약적으로 보여줬다. ‘미래구상 좌파’라든가 앞으로도 계속 나올 신진 정치세력이 배워야 하는 점은 미래구상처럼 하지 않는 것이고, 그 핵심은 이름 팔아 장사하지 않는 정정당당한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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