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동당과 커플댄스 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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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8월 01일 05: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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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이 글은 살사를 비하하려는 목적이 전혀 아님을 밝혀둡니다. 전국의 살세로스님들 오해 마시길…)

    자민통이 권영길을 지지하기로 중지를 모았다는 소식을 접하고 든 생각이다.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보다는, 춤에 비유를 해보겠다.

    커플댄스협회가 있다고 치자. 탱고, 스윙, 댄스 스포츠 등 각자 취향에 맞게 춤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입되어 사교도 나누고 행사도 같이 하는 모임이다. 정기적으로 모임도 갖고 운영진도 뽑는다.

    그런데 국내에서 가장 많은 회원을 보유한 살사 동호회가 이 협회에 가입을 요청했다. 살사도 엄연히 대표적인 커플 댄스이니, 당연히 가입이 허락되었다. 살사가 아무래도 머릿수가 많다. 다른 종류의 댄스 동호인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았다. 그래서 살사 동호회가 가입하자마자 커플댄스협회 머릿수가 배로 늘었다.

    사람이 많아지니 회비도 늘고 행사나 모임 준비도 훨씬 쉬워졌다. 그리고 협회에 가입하고 즐기는 사람들도 예전보다 많아졌다. 방송도 타고 취재나 인터뷰 요청도 자주 들어온다. 그리고 대외적인 발언 기회도 많아졌다.

    그런데 살사인들이 많다보니 행사나 모임이 자꾸 살사 위주로 이루어진다. 파티 음악도 살사 위주로 틀고, 사은품도 살사화나 살사 드레스만 준비된다. 다른 종류의 춤을 즐기는 동호인들은 좀 서운하지만 살사인들의 숫자가 배로 많으니 이를 애써 감춘다.

    살사인들 덕분에 협회가 크기도 했으니까. 탱고나 스윙만의 모임이나 행사를 가질 때마다 놀러왔다며 찾아와서 살사 강습 받으라며 회원을 빼갈 때에는 화가 나기도 하지만, ‘어차피 다 같은 협회 사람이려니…’ 하면서 참는다.

    시간이 흘러 새 운영진을 선출할 때가 되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여러 후보가 입후보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해버렸다. 살사 동호인들이 해당 직책에 어울리는지 확인하는 자질 검증은 뒷전으로 한 채 같은 살사 후보에게 몰표를 준 것이다. 덕분에 회장도 살사, 부회장도 살사, 회계도 총무도 살사인으로 선출되어버렸다.

    탱고나 스윙, 댄스 스포츠 동호인들은 당연히 분노했다. 그러나 그들이 더 분노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운영진을 제멋대로 뽑아버린 살사인들이 협회 이름을 내걸고 살사만의 행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럴 바에야 ‘커플댄스협회’ 간판을 내리고 ‘살사협회’ 간판을 새로 내거는 게 차라리 나을텐데, 마치 살사인들은 자신들이 모든 종류의 댄스를 대표하는 양 협회의 명예와 인지도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살사인들의 이러한 행태 덕분에 외부인들은 ‘모든 커플 댄스는 다 저렇게 라틴 음악을 틀어놓고 빙글빙글 도는 것뿐이로구나’라고 착각하기 딱 좋은 상황이 되었다.

    살사를 좋아하지 않거나 배우지 않은 동호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살사인들의 행태를 모방하여 똑같은 선거판을 벌여야 할까. 아니면 협회를 때려치워야 할까… 과연 댄스인들은 분열로 망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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