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붕괴되는 원자력 안정성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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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7월 23일 01:4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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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니가타현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의 사고는 그 탄생 단계에서부터 논란이 되었던 원자력의 안전성 문제에 대한 인류의 불안감을 다시금 확산시키고 있다.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은 1969년 입지 선정이 고시된 이래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1978년 1호기를 착공해서 1997년에 7호기를 완공한 총 출력 821만2천kw 규모의 일본 최대 전력회사 도쿄전력의 핵심 플랜트이다.

    원자력 안전성 신화에 대한 의문 세계로 확산

    이 세계 최대 규모의 원자력발전소가 지난 16일 발생한 리히터 규모 6.8의 강진으로 50건 이상의 기능 장애와 3호기 변압선의 화재 및 방사능 오염, 냉각수 유출 등 각종 사고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지자, 원자력 안전성의 신화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일본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은 이번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된 지진에 대비한 원전 설계의 안전성 문제이다. 이번 지진의 진원은 가시와사키-가리와 원전에서 불과 9km 가량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고 이로 인한 흔들림 정도의 관측치가 680gal(중력가속도 단위, 1gal=0.01㎨)에 이르러 원전 내진설계 당시 가정한 흔들림 최대치(273gal)를 두 배 이상 웃돌았다.

    그런데 이번 지진은 애초 원전 설계 시 고려했던 육지 쪽의 활성단층과는 다른 인근 해저에 존재하는 단층이 움직이면서 일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도쿄전력이 원전 건설 시에 가장 기본적 고려 사항인 주변 단층에 대한 정밀 조사조차 충분히 하지 않은 채 내진 기준치를 설정한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지진이 발생하자 당시 가동 중이던 2, 3, 4, 7호기가 자동으로 작동을 멈췄다는 점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끔찍한 원전 사고로 발전했을 것이다. 하지만 원전 시스템에 의한 자동 정지로 모든 안전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동해로 들어간 방사능 오염 물

    우선 방사능이 함유된 9만베크렐(Bq)에 달하는 물이 누출되어 동해바다로 흘러들었다. 도쿄전력 측은 환경이나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낮은 수준의 방사능이라고 발표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누출된 방사능 핵종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제시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누출된 물은 지진 발생 당시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수조의 물이 흘러넘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이는 그 이전의 지진에서도 몇 차례 반복된 것이어서 일본 원전의 안전 관리에 있어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언론 등에서 제대로 부각돼지는 않았으나 변압기 화재 역시 치명적 원전 사고로 발전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일본의 원전감시 민간단체인 원자력자료정보실에 따르면 원전 3호기 변압기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는데 2시간이 소요되었는데 그 중 1시간은 소방요원의 출동을 기다리는데 할애되었다고 한다. 원전측이 기름으로 인한 이런 종류의 화재에 대한 대비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변압기 화재가 치명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건 이런 이유에서이다. 원전이란 게 엄청난 양의 전기를 생산하는 플랜트이지만 정작 그 플랜트를 가동하는데 당장 필요한 동력은 외부 전기를 끌어다 써야 한다. 변압기는 그러한 외부 전력을 공급하는 시스템인데 이것이 원활하게 작동되어야 원전 안전의 가장 핵심 장치라 할 수 있는 냉각수의 지속적 공급도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 일본 가시와자키-가와리 원전 3호기 변압기 화재 장면
     

    변압기 화재 치명적 문제 될 수도

    따라서 이 변압기가 특정한 원인에 의해 작동하지 않을 경우 비상용 발전기가 가동되어서 전원을 공급하게 되어 있다. 비록 지진 발생 이후 원자로 작동이 정지되었지만 노심의 연료는 매우 높은 온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냉각수의 공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에 실패할 경우 노심이 녹는 사태가 발생해 심각한 방사능 누출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변압기 화재에 내재된 이러한 잠재적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도쿄전력 측은 변압기가 화재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작동을 했는지, 혹은 비상용 발전기가 작동을 시작했는지 여부에 대해서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사고 발생 후 보여준 원전 측의 미숙한 대응 조치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원전 시설 밖으로 유출된 물에 방사능 물질이 함유되었는지 여부를 밝혀내는데 5시간이 넘게 걸렸고, 이를 당국에 보고한 것은 1시간 반이 더 지난 후였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는 원전 노동자들이나 주변지역 주민들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 일이다. 아베 일본 수상도 이례적으로 언론을 통해 도쿄전력 측의 늑장 보고를 비난했을 정도이다.

    사실 이번에 보여준 도쿄전력의 안이한 대응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지난 2002년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을 포함한 3개의 주요 발전소에서 발생한 안전규제 위반과 기록 왜곡을 이유로 도쿄전력 간부 3인이 사임했으며 17개 원자로 전체가 가동 중단 명령을 받은 바 있다.

    원자력이 탄생한 그 순간부터 원자력 발전 회사, 정부 에너지 담당 부처, 그리고 관련 과학 기술자 집단은 원전 기술의 절대 안전이라는 신화를 창조하고 그들의 우월한 전문 지식과 정치 사회적 영향력을 무기로 대중들의 정당한 우려와 문제 제기를 무시하고 억눌러 왔다. 원전 사고가 계속 발생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거대 기술에 대한 맹신은 결코 약화돼지 안았다.

    체르노빌 사고에서 아무 것도 배우려하지 않는 사람들

    전통과 영향력을 바탕으로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가장 강력한 옹호자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986년 3월 29일자 사설에서 “매년 수백 명의 사람들이 탄광에서 사망하고 있는데 비해 원자력발전소는 초콜릿 공장만큼이나 안전하다”고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확신에 찬 주장을 했다.

    그리고 불과 4주후 체르노빌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당시의 원자력 과학자들은 체르노빌과 같은 사고는 핵분열을 통한 전력생산 시스템의 필연적 결과라기보다는 소련의 조잡한 원전 설계와 무능한 운전을 한 사람 탓이라고 주장했다.

    1999년 발생한 토까이무라 핵연료 가공공장에서 발생한 임계 사고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태도 또한 체르노빌의 그것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일본 원전 역사상 최악의 사고로 평가되는 이 사고로 방사능에 노출된 노동자 2명이 사망하고 6,600여명의 주민이 방사능에 영향을 받았다.

    사고 후 일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사고조사위원회 보고’라는 것을 발표 했는데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모두 작업자의 일탈 행위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원자력 기술 자체의 ‘원천적 문제’라기 보다는 일본 원전 업계의 관리 소홀에 따른 ‘사고’에 불과하며 철저한 관리를 통해 충분히 예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작업자의 사소한 실수로도 치명적인 재해를 유발하는 기술이라는 것은 이미 자체로서 심각한 위험성을 내재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집단들은 어떠한 치명적 사고로부터도 교훈을 얻을 수 없다. 이것이 평생 동안 원전의 위험성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위해 활동하다가 지난 2000년 사망한 일본의 시민과학자 타까기 진자부로가 죽음을 앞두고 지적한 진실이다.

    안전성 신화가 만들어내는 위험한 문명

    원자력 발전에 내재한 여러 가지 근원적 위험 요소들 중에서 이번 가시와자키-가와리 원전 사고는 지진과 연관된 원전의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사고로 일본 원전의 내진 설계 기준은 총체적으로 불완전하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과 민간 단체들은 항시적인 지진의 위협하에 있는 일본의 현실을 고려할 때 모든 원전의 가동을 중단하고 이 문제를 완전히 체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이 일본 전체 전력의 30%를 담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전면적인 안전 점검은 실행되지 않을 것이다.

    당장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의 가동 중단만으로 올 여름 일본의 전력공급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자력 발전으로 대표되는 중앙 집중적이고 대규모적인 전력공급 시스템이 근본적 한계가 명료하게 드러나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규모의 열병합 발전이나 태양광 및 풍력 발전 등 소규모 분산형 전력 시스템으로 원자력 발전과 같은 중앙 집중형 에너지 시스템을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정부 에너지 당국이나 에너지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없고 낭만적인 접근이라 치부하고 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전체 에너지의 36%를 열병합 발전과 풍력 등으로 해결하고 있는 덴마크의 사례나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새로운 경제 발전의 길을 열어가고 있는 독일의 사례를 보면 이는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닌 정책적 지향의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길을 외면한 채 거대 기술 문명의 가치를 절대화하고 인류의 발전이 과학 기술의 발전을 통해서만 이뤄질 것이라 생각하는 신화가 사회를 지배하는 한 우리는 원자력 발전과 같이 위태로운 문명의 위협에서 벗어 날 수 없을 것이다. 그러한 신화를 맹신하는 지배 엘리뜨들에게 이번 가시와자키-가와리 원전사고는 아무런 교훈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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