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까지 지루해진 만화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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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7월 22일 06:4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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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오락가락 하자, 생활이 지루해졌다. 몸도 지루해졌다. 하여 몇 개의 만화책을 봤다. 그러자 이번에는 마음마저 지루해졌다.

    『버디』 이현세 만화, 중앙books

       
     

    『스포츠서울』에 올해부터 연재됐던 것들을 묶어 책으로 펴냈다. 미셸 위와 박세리로 크게 대비되는 천재형과 노력형의 골프 선수 두 명을 주인공을 내세운 골프 만화. 경제력과 실력 모두를 갖춘 윤해령과 가족의 모든 미래를 짊어진 성미수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현세는 골프 용어인 ‘버디birdie’를 ‘친구, 동료’를 뜻하는 같은 발음의 ‘버디’buddy와 겹쳐놓고 있기도 한데 윤해령과 성미수 둘의 경쟁과 우정 그리고 사랑이 아마도 이번 작품의 큰 얼개가 될 듯싶다.

    지금까지 3권만 출간된 관계로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말해보면 예전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마초형’ 캐릭터와 ‘약육강식’ 스토리로부터는 일정 정도 벗어난 작품이 될듯 여겨진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럼으로써 작품의 재미는 반감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그것이 오직 나만의 생각일까? 작품의 올바른 재미란 과연 무엇일까?

    『아이스 헤이번』 대니얼 클로즈 만화, 박중서 옮김, 세미콜론

       
     

    독특한 만화다. 독특하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만화다. 대충 엉성한 그림에 많은 지문, 모노톤에 가까운 색감들,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미국 대중문화의 여러 아이콘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명확하지 않은 서사구조.

    가령 『아이스 헤이번』에는 아이스 헤이번이라는 작은 도시를 무대로 하고 있는데, 그 주민들이 만화의 주요 등장 인물들이다. 중년의 별 볼일 없는 시인 지망생, 가출만이 유일한 꿈인 여고생, 자폐아와 무미건조한 어린아이들, 아내와의 관계에 소원한 사립탐정 등등.

    작가는 아이스 헤이번에 어린이 유괴사건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던져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로 하여금 그 어떤 인간적인 소통과 이해의 관계를 맺게끔 애쓰지 않는다. 오로지 각기 파편적인 일상만을 영위하도록 할 뿐이다. 곧 대니얼 클로즈의 세계에는 그 어떤 특별하도도 인간적인 사건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각자는 단절되고 분절돼 있고 그것이야말로 현대 사회의 적나라한 단면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대니얼 클로즈의 인물들은 거의 반영웅anti hero의 의미를 지녔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들은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는 슈퍼맨들하고는 거리가 한참이나 멀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마저도 버겁고 무의미한 것들로 채워졌다고 느끼는 우리들 자신을 방불한다. 그렇게 대니얼 클로즈의 만화는 미국 내부에서 미국을 들여다보는 미국적 좌파의 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참고로 영화 『판타스틱 소녀백서』의 원작인 『고스트 월드』도 이번에 함께 번역돼 나왔다.

    『not simple』 오노 나츠메 만화, 천강원 옮김, 애니북스

       
     

    『not simple』은 더도덜도 말고 ‘필’로 읽으면 맞춤할듯 싶은 작품이다. 가족의 아픈 사연이 큰 줄기를 이루고 있는 스토리텔링도 그렇지만 여러 형식적인 요소들이 ‘필’을 요구하는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다. 스토리인즉슨 누나를 찾아 떠도는 이안과 그를 지켜보는 게이 소설가 짐의 이야기가 주축이다.

    과거와 현재가 겹쳐진다거나 가족에 얽힌 충격적인 반전 등은 스토리텔링의 한 묘미이기도 하다. 한편 여성작가인 오노 나츠메는 단촐한 극중 인물들의 얼굴을 거의 비슷하면서도 중성적인 모습으로 그린다. 곧 극중 인물들은 거의 동일한 분위기의 인물들로 연출된 셈이다.

    그리고 흑과 백의 적절한 조화와 독특한 화면 분할이 그같은 분위기를 더욱 강조한다. 게다가 유독 얼굴이 강조되고 있는 그림풍에 덧붙여 클로즈 업이 유난히 많다는 사실 또한 그렇다. 곧 작가는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창조한 세계로의 몰입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그 세계에 몰입할 수 있다면 『not simple』은 단순하지 않은 만화가 되지만, 몰입할 수 없다면 그저 단순한 만화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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