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평한 정부에 분노, 비정규 해법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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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7월 12일 05: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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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어제(11일)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했다. 올해 산업 생산과 소비가 상승을 보이고 있고, 실업율/물가/부동산 가격이 안정세를 구현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다. 그래서 올해 GDP 성장률 예상치도 당초 4.5%에서 4.6%로 상향조정했다.

    “상반기 우리 경제는 물가안정속에서 점차 경기회복국면으로 이행”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결론이다. 과연 그러한가? 정부의 이러한 장밋빛 경제 평가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인가? 심상정 후보가 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 대한 비판과 자신의 경제 구상을 밝힌다.

    낮은 국민총소득 방치할 것인가? 안정적 원자재 확보와 대안외환정책 시급

       
      ▲ 정부가 발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우선 거시경제 영역을 보자. 첫째, 낮은 국민총소득(GNI)에 주목해야 한다. 보통 경제성장율 평가에서 대표적인 항목이 국내총생산(GDP)이다. 정부가 내세운 올해 목표 성장율 4.6%는 이명박, 박근혜후보가 내세우는 7% 수준에 비하면 턱없이 낮지만, 우리나라 잠재성장율이 5%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그리 낮은 것도 아니다. (자본주의가 심화될수록 상품화가 포화상태에 접근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경제성장률 절대 수치는 하향할 수 밖에 없음. 지난 10년간 세계 경제성장률 평균 4.4%, 미국 2.8%, 유로 2.1%, 일본 1.6%, 중국 9.4% 등)

    여기서 양적 성장지표로서 GDP가 갖는 한계를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최근 GDP와 관련하여 관심을 가져야 할 점은 GDP 성장률 수치 자체 보다는 GDP와 GNI의 괴리에 있다. 아무리 GDP가 화려하더라도 우리 국민이 체감하는 실제 성장률은 GNI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GNI는 GDP에서 교역조건의 변화(환율, 원자재 가격, 외국인 배당 유츨 등)를 반영한 개념으로 대외적 변수의 영향력이 크고, 외국인의 주식 지분이 많은 한국의 경우 특히 중요하다.

    지난 4년간 GNI 성장률 평균은 2.2%로서 GDP 성장률 평균 4.3%의 절반에 불과하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올해 상반기 GNI가 개선되고 있다는 전망을 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제유가가 재상승하고 있고, 달러화 약세경향에 따라 환율의 전반적 하향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GNI 괴리는 계속 넘는 문제이다. 국제 경제협력을 통해 저렴하고 안정적인 원자재 확보와 미국 달러체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근본적인 외환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단기외채 증가와 금융변동성 심화: 금융변동성 규제 및 아시아 통화체제 구축

    둘째, 한국경제의 변동성을 안정화시키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거시경제의 변동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한국이 아무리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라고 하더라도, 이는 지나치게 신자유주의적 개방을 추진한 한국 정부의 자충수이다. 특히 지난 IMF 금융위기에서 절감했듯이, 금융변동성에 따른 위험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점점 늘어나고 있는 단기외채가 심상치 않다. 2007년 3월 현재 전체 대외채무(2,861억)에서 단기외채(만기 1년 미만 부채)가 1,298억 달러로서 무려 45.3%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3/4분기 45.4%와 같은 수준이다. 단기외채가 전체 외환보유액(2,439억달러)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승하여 현재 53.2%에 이른다. 이는 지난 2004년 말 28.3%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정부는 외환보유액이 세계 5위로서 충분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우리가 세계 5위의 외환보유 국가라는 점은 자랑할 것이 아니라 걱정할 일이다. 과도한 외환보유액으로 말미암아 외환관리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지출되고, 추락하는 달러체제에 지배당하는 경제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단기외채를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

    심후보는 이미 ‘투자기간에 연동해서 자본이득을 과세하는 투자기간연동 자본이득세’, 국제적 외환거래에 일정 세금을 부과하는 ‘토빈세’를 대안으로 제안했다. 또한 시급히 달러중심의 국제통화체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달러 과다보유국가들이 모인 아시아에서 대안통화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피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중, 미, 일 편중 교역 vs. ‘4+1+1’ 아시아 호혜경제전략

    셋째, 한국의 국제 경제협력전략으로서 미국, 중국, 일본을 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2007년 상반기 우리나라 수출이 지역별로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전통적인 미국, 일본, 중국, EU 지역은 감소하거나 정체하고 있지만, 아세안, 중남미, 인도, 러시아 등 신흥지역의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4년 전체 수출 중 16.9%를 차지하였으나 올해 상반기에 13.2%로 감소했다. 반면 아세안은 9.5%에서 10.5%, 인도와 러시아는 2.4%에서 3.9%로 증가하였고, 이러한 경향은 지속될 것이다.

    이는 한국 경제에 무엇을 말해 주는가? 심후보는 세박자경제론 중 세 번째 영역인 동아시아 호혜경제론에서, 기존 미국과 중국이 패권이 내재화된 한중일 중심에서 벗어나 한국,아세안,인도,러시아가 새로운 전략적 경제협력지대를 형성하고, 이를 토대로 중국, 일본을 견제하는 ‘4+1+1’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기존 노무현정부의 한중일 동북아구상과 질적으로 다른 아시아 지역전략으로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심후보는 동아시아 호혜경제전략은 조만간 발표될 예정. 이는 지금까지 진보운동이 공백 영역으로 남겨두었던 국제 경제협력전략을 세워나가려는 노력의 일환임)

    확대재생산되는 삼성공화국: 순환출자 금지 및 기업집단법 제정

    넷째, 삼성공화국의 확대재생산을 막아야 한다. 정부는 자본시장통합법으로 지급결제가 가능해진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보험사도 지급결제 등을 포함해 취급업무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한다. 이로써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으로 이미 예견됐던 ‘삼성은행’ 탄생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른 증권사 업무범위 확대와 지급결제권 부여의 실질적인 수혜는 삼성이며, 이번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에 따른 보험사의 업무확대와 지급결제 기능 부여도 명백히 삼성이 핵심적인 수혜대상이다. 대형 증권사와 생보/손보사를 보유한 삼성에는 은행 소유와 동일한, 또는 더 나은 금융환경이 열린 것이다.

    삼성공화국은 한국에서 재벌 중의 재벌이면서, 이건희 총수일가 지분이 1% 미만에 불과한 재벌이며, 서민들의 예탁금인 금융계열사를 소유지배의 핵심 축으로 삼는 재벌이다. 재벌 중에서도 가장 불량한 재벌인 셈이다.

    이제 총수 지배체제를 온존케하는 상호 순환출자를 금지하여 총수의 황제적 지배를 종식시켜야 한다. 나아가 기업집단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기업집단법을 제정하여, 공동의 지배권을 행사하는 기업집단에 대해서 원하청 하도급 민주화, 노동권 보호 및 노동자 경영참가, 고용과 환경 의무 등 사회적 책임 조항을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조정과 함께, 공적 재원(연기금)을 통한 소유 참여, 노동자 경영참여 등을 통해 기업집단의 내부 민주화도 이루어야 한다.

    실업율 하락?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시급

    정부 경제운용방향에서 제시된 민생분야를 살펴보자. 첫째, 일자리가 늘어야 하고, 그것도 제대로 된 일자리여야 한다. 최근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인한 대대적인 노동자 해고와 저항에서 드러나듯이, 더 이상의 일자리 불안은 체제의 뿌리를 흔들 수도 있는 지경이다. 정부는 상반기 실업율이 3.5%로 지난해 3.7%에 비해 0.2% 포인트 하락했다며 고용환경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수없이 제기되는 고용관련 통계수치의 허점을 알면서도 이렇게 태평한 정부에게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대대적인 해법이 마련해야 한다. 심후보는 이미 5년 이내에 비정규직 노동자의 절반인 425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민주노동당 내부에서 논란이 되었던 고용율 추이에 대해서도 주의깊게 보아야 한다. 전체 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 비중을 나타내는 고용율을 보면, 실업율이 저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정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청년층(15~29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이 3년째 크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실업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또한 인구구조가 고용율에 미치는 효과도 주목해야 한다. OECD 기준 고용율(취업자/15~64세 인구)을 보면, 우리나라는 올해 2/4분기에 64%대에 진입하여 OECD 평균 65%에 거의 육박하였다. 하지만 이는 정부 자료도 지적하듯이,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발생하는 인구구조적 효과가 개입된 것이다. OECD 고용율 수치를 사용하는 데 있어 특히 주의가 요구된다.

    변죽만 울린 서민금융대책: 서민은행 설립하고 지역재투자법 제정해야

    둘째, 서민금융 지원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단. 정부의 서민금융 지원방안은 기존의 미봉적 대책을 되풀이하는 수준이다. 사회투자재단, 휴면예금관리재단 등을 활용하겠다고 하나 이것으로 서민금융을 활성화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대부업 상한이자율을 현행 66%에서 49%로 인하하는 것은 지금에 비해 개선이긴 하지만, 여전히 시장금리에 비하면 수배에 달한다. 옛 이자제한법 수준인 25%로 이자 상한선을 설정하고, 이에 저항하는 대부업체들에 대해 엄격한 감독을 해야 한다.

    서민금융시장을 규제하는 대책과 함께 반드시 필요한 것이 서민들이 돈을 빌릴 수 있는 서민금융기관을 세우는 일이다. 이를 위해 심후보는 이미 서민은행을 설립하고, 5조원 규모의 서민금융기금을 설치하며, 대형금융기관들이 준수해야 하는 서민의무대출제(한국판 ‘지역재투자법’)을 제안해 놓았다.

    실효성 없는 유류비 대책: ‘알뜰 유류세공제카드’ 제안한다

    셋째, 지금 가장 큰 현안인 유류비 부담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정부는 유가 상승에 따라 영세 자영자를 위한 대책으로 단순경비율 인상을 통해 소득세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정유사의 실제 판매가격을 조사발표하여 유통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서민연료인 등유의 특소세 인하 폭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음)

    그러나 영세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이 소득이 낮아 비과세 대상인 현실에서, 이들에게 경비율을 낮추어 세금을 줄여주겠다는 발상은 한참 어긋난 정책이다. 소득세가 아니라 유류비 자체를 줄이는 직접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심후보는 두가지를 제시한다. 하나는 유류 생산 및 유통구조의 획기적인 투명화 초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작년 5개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이 2조원이 넘는데도 여전히 구체적인 가격 결정구조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올해 초 공정거래위 불공정거래 발표에서도 4대 정유사가 불과 70여일 동안 1조 6천억원의 부당매출로 소비자에게 2,400억원의 피해를 입힌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유류 유통구조에 대대적인 감독과 개혁이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서민들에게 ‘알뜰 유류세공제카드’를 제공하는 방안이다. 많은 사람들이 유류세를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이는 비산유국이면서도 에너지 과다사용국인 한국의 낮은 에너지효율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고, 유류세가 지닌 환경세적 성격을 고려하지 않는 주장이다.

    이에 심후보는 유류세 자체는 인하하지 않는 대신, 실제 서민에게 유류세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방안으로 ‘공제카드’를 제안한다. 예를 들어 생활필수품이 되어버림 소형차를 이용하는 경우 한달의 일정량에 대해서 유류세를 환급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조그만 트럭으로 행상을 하시는 분들을 위해서도 최소량의 경유에 대해서 같은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이것이 유류세가 지닌 환경세 성격의 긍정적 의의도 지키면서, 서민들에겐 필수적 소비에 대해서 세금을 경감해주는 방안이다.

    공급확대 되풀이하는 부동산정책: 택지국유화가 답이다

    넷째, 정부가 마련한 부동산 대책은 여전히 안이하다. 투기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은 가운데 동탄2지구 신도시 건설, 행정/혁신/기업도시 착공 등 공급확대정책을 되풀이 하고 있다. 12월 대선에서 집권가능성이 높은 한나라당이 종부세 폐지와 각종 개발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공급확대정책은 대선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 가격 폭등을 부채질하게 될 것이다.

    해법은 다른 곳에 있다. 기존 부동산을 사회적으로 재활용하면 부동산 공급 문제, 서민의 내 집 마련 꿈은 해결될 수 있다. 심후보는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헌법에 토지 국유화 원칙을 도입하고 집을 여러 채 소유한 사람의 택지부터 정부가 사들이는 방식으로 임기 안에 20%의 택지를 국가가 소유하는 등 택지 국유화”를 공약으로 제안해 논 상태다.

    변질되는 노인복지: 기초노령연금 훼손 중단해야

    다섯째,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기초노령연금이 정부에 의해 변질될 우려가 있어 이를 지적하고자 한다. 정부는 기초노령연금을 자랑하며, 내년부터 전체 노인의 60%에게 월 8~9만원씩 지급하겠다는 밝혔다. 그러나 행정부 내에서 실제 진행되는 방향은 이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이미 보건복지부는 기초노령연금법이 정한 지급대상 70%가 2009년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향후 지급대상 비율을 낮추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6월 27일에 입법예고된 시행령은 ‘기초노령연금액을 일부 감액할 수 있다’는 본법 규정을 악용하여, 다수의 노인들에게 9만원이 아니라 2만원, 4만원만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마침 오늘 보건복지부 주체로 기초노령연금 공청회가 열린다. 만약에 국회의 입법취지를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훼손한다면 이는 간관할 수 없는 행위임을 밝혀둔다.

    마무리하며: 하반기 경제 최대 과제는 한미FTA 중지

    지금까지 어제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운영방향’에 대하여 진보적 시각에서 몇가지를 지적하였다. 종종 진보정당이 경제정책에 대한 입장이?대안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를 따끔히 인정하며, 이후 정부 경제정책이나 경제동향에 대한 진보적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

    올해 하반기 한국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시 한미FTA 비준과 관련된 일이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매 협상마다 특위 보고 및 비공개 자료 열람실 운영으로 한미FTA 협상 추진과정 전반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하였다’고 평가하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완전히 새까맣지만 않으면 투명하다는 것인가? 정부는 올해 안에 국회에서 한미FTA 비준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한미FTA 대결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미 FTA 논의를 중지하고 무효화하는 대대적인 활동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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