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신문, 눈물겨운 '이명박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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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7월 04일 06: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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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까지 ‘작전’은 착착 들어맞았다. 일부 보수신문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공방 과열을 우려하며 관련자 징계를 요구하자 당 지도부가 발빠르게 움직였다. 이들 언론은 네거티브 공방보다는 정책 경쟁에 나서야 한다는 ‘훈수’도 잊지 않았다.

    대통령선거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질주하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주말에 산에 올랐다. 기자들 앞에서 뿌리가 깊으면 흔들리지 않는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고 언론들은 이를 충실히 전달했다. 월요일 아침 일부 보수신문들은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가 10%대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보냈다.

    대선 주자 검증 국면이 계속되면서 대세가 바뀌지 않았느냐는 관측을 불식시킬 만한 결과물이었다. 이명박 박근혜 두 대선 주자의 희비가 엇갈리는 대목이다. 이 전 시장 입장에서는 지지율 하락세에 제동을 걸고 재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명박 대세론, 경향신문-한겨레 보도로 다시 ‘출렁’

    언론의 보도 흐름도 그렇고, 여론조사 결과도 그렇고 이명박 대세론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주변환경이 조성되고 있었다. 그러나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월요일과 화요일 연이어 이 전 시장의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 언론의 의혹제기는 지상파 방송을 통해 주요 뉴스로 처리됐다. 전국단위 종합일간지들도 관련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이명박 선거캠프에는 다시 ‘빨간 불’이 켜졌다. 무대응 원칙을 밝히기는 했지만 언론의 본격검증이 시작된 마당에 무작정 ‘침묵’으로 일관하기도 어려웠다.

    한나라당 내부 경선까지는 4일 현재 36일 남았다. 지금까지 고공행진을 벌였던 이명박 선거캠프 입장에서는 마무리만 잘 하면 되는 상황이다. 위기상황을 탈출할 국면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었다. ‘위기의 이명박호’를 구하기 위해 뛰어든 주체는 다시 언론이었다.

    조선-동아, 검증자료 출처에 의혹의 시선

       
      ▲ 조선일보 7월4일자 사설.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이 전 시장 관련 의혹을 제기한 이후 보수신문들이 어떤 방향으로 국면전환을 시도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는 <국가관리 개인정보 불법유출 범인 찾아내야>라는 4일자 사설에서 "지금 나도는 자료는 불법적으로 만들어져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다"면서 "지금의 국가는 사람의 활동을 24시간 전자 감시하는 ‘빅브러더’를 떠올리게 할 만큼 방대한 개인정보를 수집·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국가가 그 정보를 남용하면 사생활 침해를 넘어 민주주의가 뿌리째 흔들린다"면서 "수사당국은 누가 어떻게 무엇을 위해 개인의 정보를 불법적으로 생산·유통시켰는지를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이지 않는 어떤 손이 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들려 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조선일보 사설은 독자들의 공포와 분노를 자극할만한 내용이다.

       
      ▲ 동아일보 7월4일자 사설.  
     

    동아일보도 <이명박씨 ‘부동산 의혹’ 제기 경위와 실체적 진실>이라는 사설을 통해 "최대한 훌륭한 대통령을 뽑기 위한 검증이라면 의혹제기의 과정부터 투명해야 한다"면서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자료를 어떻게 입수했는지도 의혹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로 묘사되는 이명박

       
      ▲ 4일 경남 양산 통도사를 방문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차를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논쟁의 지점이 바뀌고 있다. 해명해야 할 대상은 재산형성 과정에 의혹이 일고 있는 이 전 시장이 아니라 의혹을 제기한 경향신문 한겨레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국가를 책임져야 할 인물의 자질과 도덕성 검증이라는 본질은 뒷전이다.

    이 전 시장은 지난 3일 "권력형 음해는 21세기 일류국가를 지향하는 나라에서는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 본인은 권력형 음해의 피해자로 묘사된다. 이 전 시장 개인의 주장만은 아니다.

    매일 아침 전국의 독자들에게 ‘새로운 소식’을 전달하는 주요 언론들이 이러한 시각을 충실히 설명하고 전달하고 있다. ‘피해자’ 이 전 시장에 대한 동정과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분노는 한나라당의 4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도 쏟아졌다.

    한나라당 지도부 ‘공작정치’ 돌림노래

    강재섭 대표는 "국민들은 21세기 SF 영화시리즈를 보고 있는데, 범여권은 박물관에나 있을 구시대적 정치공작 드라마에 푹 빠져 있다. 날만 새면 언론을 통해서 하나씩 하나씩 이상한 것을 흘리면서 정치공작으로 대선을 이끌어 가려고 하는 그런 작전을 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국민의 투표가 공작정치에 의해서 왜곡이 되거나 또 당선자가 뒤바뀌는 일은 이제는 없어야 될 것이다. 또 반드시 공작정치, 또 정치공작에 가담한 자는 끝까지 추적해서 이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보수신문의 눈물겨운 ‘이명박 구하기’와 한나라당 지도부의 ‘공작정치’ 돌림노래가 7월 정국에 어떤 결과로 나타나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정보가 독점되던 시절에는 주요 신문의 의제설정으로 여론의 흐름을 쥐락펴락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날로그 시대의 ‘주입식 교육’이 디지털 시대에도 통할 수 있을까. / 류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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