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또 다시 한나라당을 버리시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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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7월 02일 07: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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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일 오후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나라당 정책비전대회 4차 토론회에서 강재섭 대표와 후보들이 토론 시작에 앞서 손을 잡고 당원 등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내가 처음 ‘이명박이 대통령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은 서울시 버스체계 개편으로 이명박이 엄청 욕을 먹고 있을 때였다. 당시 이명박 측은 자신의 취임 3주년(2005년 7월)에 정확히 맞춰 행사를 하느라 무리하게 서둘렀고, 그 결과 많은 미비점이 나타났다. 언론은 질타를 시작했고 여론은 들끓었다. 나는 이명박이 요즘 유행하는 ‘쑈’를 하느라 결국 대선 레이스에서 튕겨져 나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다음날, 버스를 타보니 전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새로 바뀐 버스 체계가 무척 합리적인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욕을 먹고 있지만, 얼마 후 그 합리성이 대중적으로 인식될 시점에서는 찬성과 반대가 역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것이다.

당시 버스체계 개편의 기조는 ‘준공영화’ 였다. 전자화폐에 의한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준공영화’가 필수적인 조치였다. 평소부터 무슨 공영화라는 말에 관심이 많았던 나로서는 눈길이 쏠리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었다. 사실 나는 평소 버스와 택시는 완전공영화 되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 왔다. (대중교통 영역이란 혁신이나 위험 부담 같은 자본의 역할이 별로 작용할 여지가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공공성의 개입 정도를 높여 문제의 해법을 찾아가는 방식은 원천적으로 좌파적 해법의 기본 방향이다. 이명박은 바로 이 좌파적 해법을 적용해서 버스 체계를 합리화 시켰다. 그리고 이런 역설적인 과정을 거치면서 이명박은 매우 강력한 포지션을 확보했다.

최근 유행하던 정치적 아이콘들은 대체로 자기가 상징하고 있는 나름의 대중적인 코드를 담고 있다. 예를 들면 강금실=여성+유쾌 상쾌 코드였고, 고건=전문성+안정감 코드였다. 오세훈은 참신성+합리적 보수 라는 코드를 갖고 있다. 노회찬은 재치+선명성 코드를 갖고 있는 반면 이명박은 경제+능력 이라는 코드를 담고 있었다. (정동영은 통일+북한에 대한 온정 코드를 선점하는 바람에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다.)

그런데 이명박이 갖고 있던 강력한 코드가 최근 들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것은 처음에 한반도 대운하라는 정책 이슈의 실패에서 촉발되었다. 정치적 지지율이란 자본주의 경기변동처럼 주기적으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 따라서 잘나갈 때 일수록 다음단계에서 떨어질 지지율을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상종가를 치고 있을 때 전략은 보수적으로 운용해야했다.

그러나 이명박은 한반도 대운하라는 무리한 공약을 계속 유지했다. 사실 이런 식의 ‘논란 유발성 공약’은 지지율 5% 이하의 후보들이 주로 제출하는 공약이지 지지율 40%후보가 제출할 만한 성격은 처음부터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원래 한반도 대운하라는 것이 주로 충청도 지역의 땅을 파야 된다는 점에서 이것이 충청도 개발공약으로 변신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이런 전망은 빗나갔다) 이것이 첫 번째 자살골이었다.

뒤이은 도덕성 시비는 지지율 추락을 가속화, 공고화 시키고 있다. 사실 포지션 문제까지는 과학적 정세분석의 영역이 되지만 개인 비리 등의 도덕성 문제로 무너지는 것은 정세분석 불능 구역이다. 만약 이명박이 정치적 포지션 문제가 아니라 개인비리 같은 도덕적인 한계로 몰락한다면 이것은 과학적 분석 이라는 맥락에서는 사전 예측이 불가능한 자살골이 아닐 수 없다. 이 두 번째 자살골 때문에 이명박 지지율은 다시 상승할 여력을 잃고 있다.

물론 내가 오매불망 당의 발전을 기원하는 한나라당 당원이라면 나는 아직도 이명박을 찍지, 박근혜를 찍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명박이 대선후보가 되면 박근혜 지지층은 이명박한테로 옮겨가겠지만 박근혜가 후보가 되면 이명박 지지층은 박근혜에게 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명박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기 않는 한, 이명박의 본선경쟁력이 여전히 더 높은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나라당 당원들이 객관적인 본선 경쟁력을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하겠느냐?’라는 부분이다. 한나라당은 -민주노동당도 비슷하지만- 아마도 조직투표의 전당일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본선 경쟁력’이라는 합리적 기준 대신 ‘당내 조직력’이라는 부적절한 기준이 개입할 여지가 크다.

이명박이 적지 않은 당내 조직력을 확보했지만 기본적으로 조직싸움의 후발 주자이고 현재의 조직력이라는 것이 지지율 고공 행진 시절에 급히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조직싸움에서 불리하다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다. 따라서 강재섭이 본선경쟁력 때문에 박근혜를 배신하지 않는 한, 박근혜가 당내 경선에서 이길 것 같다는 전망이 급속히 힘을 얻고 있는 중이다.

‘한나라당 후보가 이명박이 되느냐? 박근혜가 되느냐?’에 따라 이번 대통령 선거의 양상은 양자구도나 다자구도로 갈라질 것이다.

만약 한나라당 후보로 박근혜가 확정되면 반 박근혜 진영에서는 반 한나라당 단일후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 질것이다. 그리고 (물론 그 정도와 양상은 다분히 약화 되겠지만) 2002년과 같은 대중의 자발적 표 쏠림이 재현 될 가능성이 커진다. 1:1 구도에서 표의 양극화가 다시 진행되는 것이다.

이렇게 될 수록 민주노동당 후보가 대선에 대한 개입할 수 있는 여력은 점점 위축된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또 다시 대선 패배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로썬 ‘대선 1:1 구도, 총선 다자구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한나라당이 계속 여름(=지방선거)에 이기고 겨울(=대통령 선거)에 지는 이유는 당의 상징색이 파란색이기 때문이다. 파란색은 여름에 시원한 느낌을 줘서 좋지만, 겨울엔 추운 느낌을 주어 오히려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한나라당은 ‘색깔’을 바꾸지 않는 한, 겨울선거에서 이기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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