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소원 낼 일" vs "사회 분위기 선도”
    2007년 07월 01일 04: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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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심상정 후보의 ‘여성의류 빅사이즈 의무화 제작, 판매’ 공약이 네티즌 사이에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는 대선 공약으로써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적인 다수의 지적과 신선하다는 소수의 의견이 300여개의 댓글을 통해 공방을 주고받았다. 또 <미디어 다음>에서는 블로거 기자가 (goooood) ‘심상정 의원의 말도 안 되는 대선 공약에 대한 한 마디’라는 제목으로 비판 기사를 올려 2만4천여 명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팽팽한 찬반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소규모 영세 인터넷 판매 업체 입장’에서 글을 적었다는 블로거 기자 goooood씨는 "정말 중요한 것은 옷 사이즈가 아니라 다이어트를 통해 날씬해지고 싶은 여성들의 욕망과 그것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이다. 그런 것은 놔두고 옷만 크게 만들어라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말로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날씬한 여성을 선호하는 분위기, 다이어트 업체들 이런 것을 바꿔야 한다. 그러면 옷은 당연히 따라오게 돼있다"면서 "그게 힘들다면 빅사이즈를 판매하는 업체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등 큰 옷을 잘 팔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지 큰 옷을 안 팔면 규제하겠다는 것은  죄없고 영세한 제조업체나 판매업체를 범법자로 만드는 이상한 법률로 되어 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분리주의적 발상은 차별의 출발" vs "무책임한 포퓰리즘"

   
  ▲ 지난 6월 8일 서울팬션아트홀에서는 2007 빅우먼 패션쇼 "통 큰 엄마와 언니, 그리고 명랑 딸들의 축제" 가 열렸다.(사진=뉴시스)  
 

이어 자신을 ‘발, 팔 길이, 사이즈 다 큰 처녀’ 라고 소개한 누리꾼 77사이즈녀는 "빅 사이즈가 아쉽지 않은 건 아니지만, 솔직히 의무화하는 것은 무리이다. 지금도 일종의 틈새시장으로써 빅사이즈 전문 몰이 있고 옷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뚱녀들도 그런 옷을 잘 안 사 입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비판적인 댓글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거나 환영 의사를 밝히는 블로거들도 있었다. 누리꾼 빠라방씨는 자신의 블로거 일기를 통해 "빅사이즈 일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하지만 나름 신선하고 꽤 마음 속으로 환호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았는데, 거의 대부분이 욕을 한다"면서 "욕을 하는 사람들은 그냥 자신과 너무 동떨어진 공약,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공약이라는 것에 분노를 표출하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누리꾼 오유미씨는 "일정 사이즈 이상 판매를 안 한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하고 교묘하게 사회 풍조를 조장하는 상업주의인지 인식을 못하고 우스운 일쯤으로 치부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으며, 누리꾼 소수자씨는 "동일한 시간, 동일한 매장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다른 사람들처럼 쇼핑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거다"면서 "빅사이즈만 취급하는 매장에 가라는 것은 차이에 따라 불편을 감수하라는 분리주의적인 발상으로 차별의 출발"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에서 만난 빅 사이즈 여성들의 입장도 분분했다. 88사이즈를 입는 미혼 여성은(30) "아마 반대하는 분들은 옷을 살 때 단 한번도 고통을 당하거나 상처를 받아보지 않은 사람들일 것”이라며 "똑같은 손님인데, 매장에 가면 나 같은 사람은 쳐다보지도 않고 무시부터 당한다. 법률이 제정되면 그런 외모지상주의 풍조가 완화되면서 나 또한 소비자로서 다른 여성들과 똑같은 권리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환영했다.

반면, 77사이즈를 입는 기혼 여성은(31) "현실에선 굳이 그 법안이 없어도 얼마든지 틈새시장이나 온라인 등을 통해 옷을 구입할 수 있다"면서 "과도한 평등을 위해 경제적 낭비를 조장하는 무책임하고 얄팍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법이 사회 분위기 선도할 것" vs "헌법 소원 낼 것"

이어 여성단체들과 실제로 옷을 제작 판매하는 의류 업계의 입장은 찬반이 팽팽히 갈라졌다. 여성연합의 박차옥경 부장은 "이 법안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빅 사이즈에 대한 혐오가 심했는지에 대해 그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증하는 것"이라며 “의류를 작은 사이즈로 만듦으로써 사회 분위기를 날씬한 몸만이 정상이라고 몰아가는 세태는 분명히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 법이 사회 인식 전체를 한 번에 바꿔놓지는 못해도 법으로 규정함으로써 오랜 시간 지난한 과정을 통해 쉽게 변하지 않을 사회 인식을 먼저 선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제는 기업도 이러한 분위기를 선도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김은희 사무국장은 "빅 사이즈 여성들이 따로 분리된 전문 몰에서 옷을 구입하라는 것은 무조건 획일적인 다수에 맞춰 세상을 살라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이 법은 여성만을 위한 법으로 제한해 몰아가기 보다는 소수자도 그 차이를 다양성으로써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는 당연한 권리의 측면으로 논의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반면, 여성 빅사이즈 전문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는 "현실을 전혀 모르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도매업자나 일반 영세 제작 업자는 완전히 그냥 앉아서 죽으라는 얘기이다. 판매하는 입장으로써 타산이 안 맞는 걸 어떻게 파나?"면서 "만약 실제로 그런 법이 생긴다면, 우리같이 영세한 사람들은 헌법 소원을 낼 것이다. 또 재고 때문에 최소한 옷값이 30% 이상은 올라 소비자들에게 그 부담이 전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남녀 빅사이즈 전문 의류 선두 업체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수요와 시장에 대한 조사, 그에 따른 불편함과 피해 등에 대한 정확한 통계와 준비가 국가적으로 먼저 선행돼야 한다"면서 "그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현실에서는 결국 또 다른 역차별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더 큰 반발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유니폼이나 트레이닝복을 찍는 게 아닌 이상, 큰 옷과 작은 옷은 디자인부터 시작해 생산부터 모든 게 다르다. 사이즈만 늘린다고 해서 작은 옷처럼 똑같은 분위기가 나는 것도 아닌데, 이런 현실적 이해가 전혀 없는 법안"이라며 "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시장이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게 만드는 자연스런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참신한 사회적 성찰 돋보여" vs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

이어 공약을 검증하는 외부 전문가들의 입장도 그 취지엔 동의하나 방법론에 있어선 미묘한 입장 차이가 있었다.  한귀영 사회여론연구소(KSOI) 연구실장은 "일단 시장 경제적 관점으로 보면 말도 안 되지만, 참신한 사회적 성찰이 돋보이는 재미있는 공약"이라며 "다만, 문제 의식에는 공감하나 방법론에 있어 법 대신 보조금을 장려하거나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다른 대안으로 현실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실장은 "모든 정치인은 포퓰리즘과 무관할 수 없다. 정치라는 게 국민들의 관심과 이슈를 모아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봤을때 비판의 여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논쟁을 촉발시킨 건 분명히 의미 있는 지점"이라며 "그 참신한 문제 의식을 어떻게 관철시키고 실현해 나갈지가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고원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생활 속 진보’라는 컨셉인데, 국가나 법이 개입하게 되면 생활이나 진보의 의미가 침식될 소지가 있다"면서 "그 취지가 제 아무리 좋아도 국가가 일종의 처벌을 가하는 방식으로 생활 속 소소한 문제까지 자꾸 침투하면 나중엔 국가도 감당을 못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빅 여성 당사자들에게는 정말 분노스러운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간과 지난한 시행착오가 필요할지라도 인내를 가지고 가급적 시장이나 민간 영역에서 자율적인 커뮤니티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이는 마치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자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상정 후보 측은 "과거에도 매번 여성 관련 정책이 제시되면 비난이나 지적 등이 제기되며 항상 논란을 일으켜왔다. 이번에도 어느 정도는 논란이 될 거라고 예상했다"면서 "가장 중요한 의미는 다양한 사이즈를 지닌 소수의 여성들도 따로 분리되거나 배제된 곳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옷을 구입할 최소한의 권리를 갖자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어 심 후보 측은 제기된 여러 지적과 관련해 "일부 공감하거나 충분히 이해하는 부분이 있다. 이를 위해 공약을 구체적으로 다듬어 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보완 장치를 마련하겠다”면서 “하지만 소수자에 대한 배려없이 무조건적으로 시장 경제로만 접근하게 되면 이 문제는 현실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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