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치부 하나 더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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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6월 27일 04: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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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신체제의 절대독재에 맞서 최초로 한국사회의 주류조직에서 저항이 일어났다. 다름아닌 주류 신문의 기자들이었다. 1975년에 들어서면서 유신정권의 언론장악 기도에 맞서 백지광고까지 실으면서 투쟁했던 동아일보기자들은 회사에서 쫓겨나게 되고 이에 항의하는 조선일보 기자들까지도 회사에서 해직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지식인 사회나 재야운동권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사태를 중심으로 뭉치면서 유신정권에 맞선 거대한 저항세력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유신정권에 대한 최초의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당시 유신정권은 대학가 시위나 재야권의 시위를 모두 용공분자의 조종으로 몰면서 저항을 잠재우는데 성공했지만 한국사회의 주류 신문의 기자들을 용공분자로 몰기는 불가능했다.

    기자들이 나서서 투쟁하는 이유를 단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매도해버리면 마음까지 편해질 수 있다. 하지만 얌전하게 책상머리에 앉아서 일하는 기자들이 투쟁에 나서는 이유는 단지 밥그릇만이 아니라 조금 더 복잡하다.

    글쓰는 자들의 자존심은 밥그릇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자신이 쓴 글이 다른 사람에 의해 고쳐진 뒤 자신의 이름으로 기사가 나간다면 밥숟갈조차 떠지지 않을 일이다. 기자들의 투쟁은 이 점에서 이해해야만 한다. 박정희정권이 건드렸던 기자들의 자존심은 박정권이 무너지는 결정적 계기 중 하나였다.

    삼성과 한판 승부를 벌였던 시사저널기자들이 1년 만에 투쟁을 접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착잡한 심정에 사로잡혔고 안타까웠지만 막상 이들이 투쟁을 그만 둔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울적해지까지 했다.

       
      ▲ “굿바이! 시사저널” 전국언론노조 시사저널분회(위원장 정희상)는 26일 서울 충정로 시사저널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사진=미디어오늘 이창길 기자)  
     

    시사저널은 우리나라의 주류 언론인 조중동과 비교하면 아주 작은 언론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사저널의 기자들은 용감했다. 과거의 동아.조선에서 쫓겨났던 선배기자들처럼 사회적 불의에 맞서 싸웠다. 다른 신문사들이 삼성을 건드리면 쪽박찬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삼성을 건드렸고 삼성을 건드린 결과 이제는 보기 좋게 거리로 나앉았다. 쪽박차는 심정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거리에서 투쟁을 벌였던 시사저널기자들을 주류 언론의 기자들은 애써 외면해버렸다. 양심이 있는 소수의 기자들에 의해 아주 미미하게 다뤄진 게 전부였다. 마치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갈등을 보는 듯 했다. 살벌했던 유신 때는 잘리고 감옥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기자들의 정신은 21세기의 시사저널사태를 보면서 죽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기자들이 자존심보다는 오직 밥그릇에만 신경쓴다는 현실이 우습기까지 하다.

    삼성은 돈은 많을지언정 우리나라사회에서는 가장 큰 어둠의 세력이다. 돈은 많인 벌어들일지언정 우리나라사회에서 도덕적으로나 교육적으로 기여하는 바는 전혀 없다. 이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삼성의 자본축적 과정은 부도덕 그 자체였다. 일제가 물러나면서 남겼던 재산인 ‘적산’을 불하받고 부도덕한 이승만 정권에 정치자금을 제공하면서 정경유착을 일삼았다.

    또한 유명한 불법 밀수사건을 저지르면서 부를 축적한 과거가 있다. 지금도 삼성은 법조계에 떡값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겉으로는 대단하고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기업인양 표를 내고 있지만 알고 보면 뒤로는 사회전체를 타락시켜가고 있다.

    삼성이 언론을 장악했다는 사실은 한국 사람이면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청와대보다 삼성의 언론장악력이 더 강력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한다. 청와대야 기자들에게 술 사주고 돈 봉투 정도 돌리는지 모르겠지만 삼성이 제공하는 미끼는 이보다 몇 십배 몇 백배 더 크다.

    삼성이 내주는 광고가 없으면 신문사가 쪽박을 찬다는 사실로 인해 삼성에 대한 비판기사는 아예 손도 대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신문사마다 스파이를 관리하면서 삼성에 대한 기사가 나가기도 전에 아예 손을 본다는 사실이다. 이는 시사저널사태에서 잘 드러났다. 작은 시사저널에도 스파이가 있는데 큰 신문사나 방송국에는 얼마나 많은 스파이들이 삼성을 위해 일하겠는가.

    삼성이라는 상표가 세계적이라는 사실은 현실이다. 외국인들 중 한국은 몰라도 삼성은 안다는 현실만으로도 삼성은 대한민국 정부를 능가하는 능력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의 공무원들이 낮잠 잘 때 삼성은 전자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세계곳곳을 누빈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직원들이 열심히 일한 결과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삼성이 저지른 역사적 치부를 모르는 한국의 젊은이들의 꿈은 삼성에 취직하는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삼성에 들어가는 건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면서 ‘삼성고시’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는 것도 현실로 받아들인다. 이렇게 삼성이 한국경제나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게 크다는 것도 인정한다. 삼성이 무너지면 국가가 부도날 수도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국가 전체를 볼모로 잡고 있다는 이유로 인해 삼성이 계속적인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온갖 분야에서 음험한 공작을 계속적으로 자행할 수는 없다. 삼성이 해야 될 일이 있다면 해외에서 열심히 제품을 선전하고 판매하게 위해 일하고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일하는 것이다.

    그리고 번 돈을 국민들을 위한 복지와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용해야 한다. 이것이 세계적인 기업인 삼성이 초점을 맞춰야 할 일이다. 이것이 또한 삼성의 이름을 진정으로 높이는 일이다. 그 외의 일은 모두 삼성을 갉아먹는 일이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먹이고 땅투기를 한다든지 주가조작을 한다든지 해서 돈을 버는 일은 기업의 정도를 벗어난 일이다. 지금 삼성은 시사저널 사태를 통해 언론에 따끔한 본을 보여줬다고 자화자찬할지도 모른다. 소수의 시사저널 기자들에 맞서 삼성이 승리했다는 축하주에 취할 지도 모른다. 거대 기업인 삼성이 부끄러워해야 될 치부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지금 힘없이 무너지는 모습으로 물러서는 시사저널 기자들의 모습에서 정의는 불의에 패하지만 언젠가는 이긴다는 패자의 소중한 자유를 본다. 기자의 자존심을 지킨 시사저널 기자들에게 더 큰 승리를 위한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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