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음독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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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6월 22일 06: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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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말 해고 통보를 받은 학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음독 자살을 기도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공공노조 학교비정규직 조합원인 성신여고 정아무개씨는 22일 밤 12시 경 노조 간부에게 "책임감, 자존심 하나로 살아온 사람입니다. 주님이 아프시지만, 이제 그 모든 걸…"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정 씨는 문자를 보낸 후 집에서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했다. 다음 날 새벽에 언니가 수면제를 먹고 고통스러워 하는 정 씨를 발견해 급히 병원 응급실로 후송했다. 정 씨는 다행히도 응급조치를 받고 난 후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극심한 휴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 6월 말 해고 통보를 받고 자살을 기도한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공공노조 학교비정규직 조합원인 성신여고 정모씨.
 

정 씨는 다른 비정규직 동료 3명과 함께 지난 1월 25일 학교 측으로부터 2월 28일자로 계약을 해지한다는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학교장에게 "무슨 이유로 해고를 하냐"고 따져 물었고, 학교장은 "나라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비정규법 때문에 당신들이 그만둬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 학교 교감은 "2년 후면 당신들을 정규직으로 해야 한다"면서 이들의 정규직화를 회피하기 위해서 해고를 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결국 다른 비정규직 동료 3명은 학교를 떠났지만, 정 씨는 해고 사유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그는 1월 말에 노조에 가입했고, 집회에도 참석했다. 학교 측은 한 발 물러섰다. 2월 27일 계약해지를 통보를 철회하고 재계약을 하겠다고 정 씨에게 통보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일자리를 알아볼 시간을 주겠다면서 6월까지만 계약을 연장하겠다고 말했다.

정 씨는 13년 동안 일을 했는데, 하루 아침에 1회용 휴지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를 버리는 학교 행태를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정 씨는 지난 3월 21일부터 1인 시위에 나섰으며 4개월 동안 계속 했다. 공공노조 학교비정규직지부는 비정규법 시행을 앞두고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사람들을 모아 지난 3월 증언대회를 했으며 일부 언론을 통해 사회문제가 됐다.

또 공공노조 학교비정규직지부는 4월 말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고, 5월 16~17일 이틀 동안 교육부 앞에서 노숙농성과 집회도 열었다. 하지만 성신여고 교장은 정 씨를 6월 말에 계약해지를 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성신여고에 비정규직 해고는 부당해고라며 계약해지 통보를 철회할 것을 권고했으나, 학교는 이마저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비정규법 7월 시행을 며칠 앞두고 일어난 이번 사건은 비정규노동자들의 절박한 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비정규법 시행을 앞두고 비정규직 계약해지와 외주화 사태가 봇물 쏟아지듯 생겼다. 곳곳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 씨와 똑같이 6월말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언주초등학교 학교비정규직 여성노동자, 뉴코아 백화점 비정규직, 홈에버 비정규직, 청주대 청소미화 비정규노동자,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가 이어지고 있다.

이상수 노동부장관은 22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정부가 모범을 보이기 위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7만명을 정규직화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를 믿지 않는다. 이 장관도 잘 알듯이 정규직화가 아니라 무기계약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노동부는 비정규직 계약해지 사태에 대한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결국 노무현 정부가 비정규직노동자를 ‘보호’하겠다고 만든 비정규법이 오히려 비정규노동자를 삶의 벼랑으로 내몰고 있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공공노조는 22일 정부의 비정규법을 규탄하는 성명을 낸데 이어 오는 25일 오후1시 성신여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장을 면담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혀다. 노조는 또 "근본적으로 비정규법과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이 비정규직 계약해지 사태를 불러오는 만큼 비정규법 폐기를 위해 모든 힘을 다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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