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FTA 체결 미국 대선일정에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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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6월 22일 02: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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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와 오늘(6월 22일) 한미FTA 재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측은 30일 전까지 추가협상을 끝내자는 입장이고, 정부는 30일 서명 시한에 구애받지 않고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따져 입장 결정할 것이라고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협상은 이미 짜여진 각본에 따른, 본격적인 재협상을 위한 사전 정지협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필자는 지난주(6월 10일~17일) 한미FTA 저지 범국본 정책기획연구단 부단장 자격으로 미국 워싱턴과 뉴욕을 방문하여 현지 활동을 벌이고 돌아온바 있다. 한미FTA 관련 컨퍼런스와 미 의회 보좌관을 대상으로 한미FTA 반대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회에서 발제를 했다.

    한미FTA 미국 내 관심 높아

    또한 한미FTA를 반대하는 미 의원 4인과 기자회견을 하고, 3회에 걸쳐 현지 라디오 인터뷰를 하였으며, 총 40명에 달하는 상하원 의원실에 방문하여 ‘로비활동’을 벌였다. 이 글을 빌려 현지 활동을 조직하고, 활동에 공동으로 참여한 공정무역재미연합(KAFA)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한미FTA에 대한 미국 현지 분위기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 중미자유무역 협정(CAFTA-DR)에 비견할 만큼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한미FTA를 서명도 하지 않았음에도 힐러리 클린턴을 비롯하여 미국 일부 의원들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청문회 등이 조기에 열리고 있는 점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 지난 해 11월 7일 미국 중간선거로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한 민주당이 미 의회의 상ㆍ하원에서 모두 다수석을 차지했다. 사진은 1월 4일 개회된 2007년 미 의회.  
     

    한국 국회가 통법부라는 비난을 받는 것과는 달리 미국의원들은 FTA에 대한 자기 입장이 뚜렷하다. 과거 중미자유무역협정이 2표 차로 간신히 미국의회를 통과했듯이, 미 의원들은 미국 행정부가 어떠한 공세를 펴더라도 자기 선거구나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분명히 대변하여 FTA에 대한 찬반입장을 결정한다.

    이러한 배경 하에 미 행정부는 체결된 FTA에 대한 비준동의(미국의 경우 한미FTA 이행법 통과)에 대한 찬반 표계산을 하고, 통과가 확실시 될 때가지 이행법안을 의회에 상정하지 않는다. 통과가 힘든 FTA의 경우 의회 통과를 위해 의회와 행정부간 정치적 딜이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일례로 미국 의회(민주당)와 행정부는 지난 5월, 이번 한미FTA 재협상의 7가지 의제이기도 한 페루 및 파나마 FTA에 대한 재협상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에 따라 페루와 파나마와의 재협상이 벌어지고 있고, 재협상이 완료된 후 이들 FTA는 조만간 미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재협상, 미국 입장 아직 정하지 못해

    그러나 당시 합의에서도 분명히 하고 있듯이, 한국과의 FTA의 재협상 문제는 이러한 7가지 의제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 및 제조품, 농업, 서비스 시장에 관한 문제가 추가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동 합의문에 분명하게 적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민주당과 행정부와 간에 한미FTA 협정안을 구체적으로 어떠한 의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른 말로 비록 재협상이 열리고 있지만, 미국 협상단은 7가지 의제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 이외에 한미FTA에 대한 특수한 쟁점에 대해서는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방한한 것이다.

    노동과 환경도 중요하지만 한미FTA 재협상 혹은 미국 의회에서 핵심 쟁점은 자동차와 쇠고기이다. 쇠고기의 경우 정부가 모든 정치적 수단을 동원해 재수입을 하면 해결되는 문제이지만 자동차는 해결이 쉽지 않은 주제로서, 미국 정치, 산업, 노동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주제이다.

    민주당의 넘버원 대권후보인 클린턴 힐러리가 이 문제 때문에 한미FTA를 반대하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은 자동차 문제의 복잡성과 중요성의 다른 표현이다. 즉, 미 의회가 한미FTA를 비준하거나 재협상이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행정부와 의회가 이 문제에 대한 정치적 합의가 선결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이에 대한 입장 정리가 이루어 지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미국협상단의 방한은 우선 기본 7개 의제를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자동차 등에 대한 민주당과 행정부가 최종적인 딜이 있는 경우에 대비한 의견조정, 그리고 향후 재협상 일정을 협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임박한 6월 30일 협정서명일 2주전에 한국 정부에 제안서를 송부하고, 서명이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조급하게 방한한 것은 이러한 배경 하에 있는 것이다.

    미국 민주당 입장이 핵심 변수

    아마도 향후에 일이 더 복잡해질 수 있으니, 7개 기본의제를 우선 수용하라는 정도의 요구를 하였을 것이다. 다만 반대급부로 비자면제 등을 조기에 처리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협정에 대한 서명일이 10일도 남지 않은 상황이고 자동차 등의 문제가 미국에서 어떻게 풀릴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이번 재협상에서 7개 의제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부가 타협을 하더라도 향후에 자동차 등에 대해 또다시 재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입장이 매우 궁색해 질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때문이다.

    일부 언론은 30일 이후 무역촉진권한(TPA) 시한이 종료되면, 미 의회의 간섭이 본격화되어 자동차 등도 재협상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보도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의 처지는 TPA 종료와 전혀 관계없이, 이미 미국의 정치적 일정과 합의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는 처지 놓여 있다. 무역촉진권한이 아니라 작년 민주당의 선거 승리가 핵심적인 변수였던 것이다.

    결국 오는 30일 협정안에 서명을 하고, 미국 내 정치적 일정에 맞춰 재협상이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번 협상 이후 한미 협상단 간 재협상(정부의 표현대로라면 추가협상)이 계속되는 것으로 보일 것이지만, 사실은 미국의 정치적 딜에 따라 재협상이 좌우되는 것이다. 올해 말이 되든지 내년이 되든지 또 한번의 협정 서명은 불가피한 것이다.

    협정 서명 두번할 가능성 매우 높아

    이러한 재협상 과정은 미국의 경우 그리 복잡하지 않은 절차가 진행될 것이다. 미국과 페루와의 FTA의 경우 이미 지난 4월 12일 서명이 이루어졌고, 행정부와 민주당의 5월 딜에 따라 재협상이 이루어지고 있다. 재협상이 마무리되면 다시 서명하고, 최종 협정안에 대한 이행법(비준동의안)이 의회에 상정될 것이다. 한미FTA 역시 이와 유사한 절차가 벌어질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비준동의 처리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까? 한국의 경우 정치적 계산이 많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수정 가능성을 협정문에 명시하여 국회에 상정하는 방안, 재협상을 완결되고 선거가 끝나는 내년에 비준동의안을 올리는 방안, 올해 국회 비준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판단하고 일단 올리는 방안 등 다양한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모두가 궁색하기 짝이 없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정치적으로 쉬운 방안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면 미국에서는 비준동의 절차가 언제나 이루어질까? 물론 공화당과 미 행정부는 한미FTA가 한미동맹이나 동아시아 안보에 있어 중요성, 한국시장 확대와 동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등 경제적 실익을 들어 민주당을 압박할 것이다. 그리고 한미FTA와 관련된 산업의 보조금 지급이나 심지어 관련이 없는 정책을 연계하여 정치적 딜을 시도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민주당은 급할 것이 전혀 없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동차와 관련한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는 매우 높은 상황이다. 사이가 좋지 않은 부시 행정부가 만든 한미FTA를 빨리 처리해야할 인센티브도 없다.

    올해 말 민주당 당내 경선이 본격화될 예정이고, 내년은 본격적인 대선구도가 형성될 것이다.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은 무역의제를 부각시켜 톡톡한 재미를 본 바 있기 때문에, 민주당에게는 한미FTA를 비준문제를 선거까지 끌어가 정치적 실리를 찾을 인센티브도 갖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빨라도 연말 지나야 처리

    따라서, 아무리 빨라야 한미FTA에 대한 처리는 연말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의회 상정은 행정부와 민주당이 합의한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딜이 더욱 중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정치적 딜이 지연되어 미국의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는 시점까지 이어진다면 한미FTA 처리가 2008년을 넘길 가능성 역시 결코 적지 않다. 한마디로 한미FTA의 운명은 미국의 대선구도의 제물이고, 결코 처리가 빨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일정에 맞춰 시작한 한미FTA는 결국 미국의 정치일정에 끌려 운명이 결정된 처지에 놓였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TPA 기한에 억매어 무조건 FTA를 타결한 정부는 최악의 선택을 한 것이다. 한미FTA가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부각되지 않았을 한미간 자동차 교역 문제가 한미FTA 때문에 도마에 오른 것 역시 정부와 자동차업계로서는 큰 부담일 것이다.

    USTR은 재협상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자국에서 비준동의를 얻지 못할 것으로 계속 압박할 것인데, 정부가 어떠한 명분이나 떡고물(비자쿼터 확보나 비자면제 등)로 이 문제를 돌파할 것인지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간 국제협정을 무조건 비준동의해 준 대한민국의 ‘통법부’ 국회, 정부로부터 무시 받는 대한민국 국회의 재협상이나 비준동의에 대한 반응을 미국의회의 반응과 대비하여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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