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우리를 황홀하게 해준 후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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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6월 21일 01: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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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재미있어 하는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는 스스로 ‘겁탈자’라고 하였다. 그는 “나는 니체를 뒤에서 덮쳐 사생아를 낳았다.”고 말했다. 질 들뢰즈는 니체를 덮침으로 니체를 변화시키고 자기도 변한 것이다. 즉 새로운 니체를 만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나는 어제(20일) 밤,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3인에게 겁탈을 당한 셈이다. 너무 강렬하여 거부할 수 없는, 스스로도 너무 황홀하여 온 몸에 열기가 오르고, 축축이 젖어 버린, 그리고 끝내는 숨을 헐떡거리며, 그들을 받아들인 셈이다.

그리고 나는 변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운동하고 있고, 운동하고 있는 것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이렇게 서로 덮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서로 끝임 없이 운동하고 있는데, 어찌…. 우리는 이렇게 서로 변해가는 것이다. 운동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겐 이상하게 보일런지 모르겠지만, 그게 우리의 접속방식이고, 그게 우리가 세상의 주인이 되어가는 방식이기도 하다.

   
  ▲ 사진=노회찬 의원실
 

내가 그렇게 변하는 동안, 문득 앞자리에서 구호를 외치는 한 노동자의 팔뚝질이 무척 정겨워 보이고, 우리가 정치의 주인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아 안심이 된다. 많이 가지고 있어 안락한 기득권으로서의 안심이 아니라, 그 힘이 움켜쥘 수 있을만큼 뜨거운 투쟁으로서의 안심 말이다. 지금 바로 저 힘이, 힘차게 공기를 가는 그 근육이 공장에서 용접을 하고, 애인을 애무하고, 또 주변의 삶을 으스러지게 안아 일으켜 주던 것이라 생각하니, 나도 힘이 불끈 솟는다.

에너지를 충전시켜주는 부흥회!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3인, 권영길, 심상정, 노회찬은 우리 계급의 모든 것이다. 그들 중 누가 과거였고, 또 현재이며, 그리고 미래일까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모두 여태껏 우리가 잉태하고 오랜 세월, 진통으로 몸부림치며 낳았으며, 그리고 마침내 우리의 분신! 저렇게 굵직하고 믿음직한 전사, 우리 계급의 희망인 것이다.

지금 그 거대한 나무들은 서로 어깨를 맞대 울울창창 숲을 만들었다. 지금 그 숲은 세상을 덮고, 하늘을 끝없이 오르는 기세이다. 하여 나는 그들이 저 개떡 같은 보수 정치의 딱딱하고 건조한 성곽까지도 완전히 박살내고, 끝내는 덮어 버리리라 믿는다.

나는 땀을 흘리며 손뼉을 쳤다. 마치 ‘락 콘서트’에 온 십대처럼… 무대를 향해 소리 지르고, 웃고, 떠들고, 그리고 함께 공명하였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나중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관계가 아교처럼 단단해졌음을 느꼈고, 우린 서서히 하나가 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우린 서로의 힘과 사랑으로 오래간만에 충분히 젖어 버린 것이다. 그것도 아주 기분을 좋도록 축축하게, 하여 모든 진보의 생명들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기름진 토양 한 배미를 만들어 낸 것이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을 찾아낸 것이다.

결의대회가 끝나고, 뒤풀이 장소까지 그 열기와 축축함이 이어졌다. 그들은 도대체 우리를 얼마나 더 젖게 할 셈인가…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우리는 너무 기분이 좋아 밤이 깊도록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니 새벽 두시였다. 아 보람찬 하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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