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간 난민과 함께한 1년
    [책]『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 외
        2024년 04월 02일 10:1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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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

    김영화 (지은이) / 메멘토

    2021년 8월 ‘미라클 작전’으로 카불에서 구출한 아프간 특별기여자 가족(총 391명) 중 울산에 정착한 157명과 그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의 이야기.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은 아프간 공적개발원조(ODA) 관련 한국 기관과 바그람 한국병원 등에서 일한 현지 협력자들로, 탈레반에게 부역자로 처단될 위험을 피해 한국행을 선택한 이들이다.

    아프간 난민이 이웃으로 온다는 사실이 발표되자 울산 동구 주민들에게 미라클 작전의 감동은 충격으로 바뀐다. 난민이 내 이웃이 될 줄 몰랐던 것이다. 아프간 아이들이 학교에 배정된 사실이 알려지자 학부모들은 ‘난민 입학 반대’ 현수막을 든 채 밤 11시까지 시위를 벌이기도 했고, 교사들은 학교를 그만두려고도 하였다. 그로부터 1년 후, 상황이 변했다. 아프간인들이 사는 중앙아파트 앞 주차장은 한국과 아프간 아이들의 축구장으로 변했고, 그들의 울산 정착은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년간 울산과 인천을 오가며 아프간 가족들의 울산 정착기를 취재해 온 김영화 기자(《시사IN》)는 주민들이 왜 반발했으며, 누가 어떻게 갈등을 줄이려고 했는지, 무슬림 이웃이 생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등을 알기 위해 교육청, 학교, 현대중공업, 다문화센터 관계자, 통역사, 지역 주민 등 한국인 30여 명을 인터뷰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방인을 마주하면서 당황했던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이들을 환대하고 도운, 뭉클하고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길어낸다. 서로의 이견을 적대시하지 않으면서 합의점을 찾던 순간들, 공존의 노하우가 여기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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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의 공간에서 너를 그린다>

    박내현,변정윤,변정정희 외(지은이),세월호참사 10주기 위원회 (기획) / 한겨레출판

    2014년 4월 16일, 그날의 참담한 소식과 이해할 수 없는 현실에 우리는 거리로, 광장으로 나와 함께 외쳤다. 그 연대의 힘으로 특별법을 제정했고, 선체를 인양했으며, 무책임한 정부를 탄핵했다. ‘한국 사회는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처럼, 세월호는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광장에 모였던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갔고, 기억을 약속했던 공간들은 하나둘 사라져 갔다. 진상규명은 여전히 미완, 책임자들은 속속 무죄를 판결받았다. 그리고 2024년, 또다시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세월호참사 10주기’의 소식을 듣는다. 빠른 세월에 놀라기도 잠시, 많은 이들이 잊거나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도 약속의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에 다시 놀란다.

    《기억의 공간에서 너를 그린다》는 세월호참사 10년의 시간을 통과해 온 기억공간들을 중심으로 세월호 생존자, 유가족, 활동가들을 인터뷰하고, 안전사회를 위한 다음 걸음을 고민하는 책이다. 세월호참사를 증언하는 여러 기록에서 잘 다뤄지진 않았으나, 피해자와 연대자들의 광장이자 집이자 쉼터였던 ‘세월호 기억공간’을 재조명하고 그 필요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세월호참사 이후에도 이태원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우리 사회에 끔찍한 참사는 반복되어 왔다. 변한 게 없다고 느껴질지 모르나, 기억공간의 문을 열고 흔적을 쫓는 글을 읽다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가 그려온 선명한 변화의 궤적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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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

    안희연,황인찬 (엮은이) / 창비

    1975년 첫 발간부터 지금까지 한국문학의 최첨단에서 평단의 주목과 대중의 호응을 동시에 받아온 창비시선이 500번을 맞아 기념시선집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을 출간했다. 엮은이로는 돋보이는 감수성으로 요즘 독자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동시에 시에 관해서라면 눈 밝기로 정평이 난 안희연, 황인찬 두 시인이 나섰다.

    401번부터 499번까지 각 시집에서 한편씩을 선정했으며, 두권을 출간한 시인의 경우 한편만을 골라 총 90편의 시가 한권으로 묶였다. 이번 시선집은 “지난 8년여 동안 전개된 창비시선의 흐름을 한 방향으로 정리하고 요약하기보다는 시인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 보이는 데 역점을”(「엮은이의 말」) 두었다.

    창비시선은 국내 여느 시선 시리즈보다 신구 세대가 조화롭고 시의 경향도 다채롭다. 시선집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 1948년생 김용택 시인(『울고 들어온 너에게』, 창비시선 401)과 2000년생 한재범 시인(『웃긴 게 뭔지 아세요』, 창비시선 499)만 해도 연령뿐 아니라 시어를 다루는 양상과 시를 전개하는 방식이 무척 상이한데, 400번대 창비시선은 순수/참여 같은 고루한 이분법에 갇히지 않으려는 고투가 넓혀온 시적 영토 덕분에 총천연색 스펙트럼으로 찬란하다.

    이로 인해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은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개성 넘치는 빼어난 작품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이 시선집의 진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히 읽어나갈 때 드러난다. 출간 순서를 최대한 따른 구성과 세심하고도 치열한 선별 과정 덕분에 이 한권만으로도 독자들은 급변하는 현재 한국시의 지형도를 가늠해볼 수 있으며, 이 시대의 감수성이 우리 시와 어떤 방식으로 조응하고 호흡하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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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 – 창비시선 특별시선집

    신경림 (지은이) / 창비

    지난 50년간 한국시의 중추를 이뤄온 창비시선이 500번을 맞아 기념시선집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과 함께 특별시선집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을 출간했다. 특별시선집은 창비시선이 500번이라는 놀라운 궤적을 그려냈다는 사실을 축하하는 동시에 이것이 창비시선을 꾸준히 사랑해준 독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되새기기 위한 기획의 일환으로 꾸려졌다.

    이번 시선집은 시인들이 직접 즐겨 읽는 시편들을 모았다는 점에서 뜻깊은 동시에 흥미를 더한다. 추천인은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의 저자인 창비시선 400번대의 시인들이며, 창비시선 전체 작품을 추천대상작으로 했다. 그 결과 한국시의 빛나는 역사가 한권에 모인 것은 물론 형형색색 다채롭고도 읽는 재미가 가득한 시선집이 탄생할 수 있었다.

    특별시선집이라는 기획 취지에 걸맞게 7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은 시를 사랑하는 독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 시가 어렵기만 했던 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마중물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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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꽃 수업>

    심재신 (지은이) / 창비교육

    한 생활인이 다양한 들꽃의 생태를 관찰하고 공부한 내용을 시문학과 연결해 자연의 섭리와 삶에 관해 통찰해온 기록을 모은 독특한 에세이집이다. 들꽃의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표현하되 관련 문학 작품을 통한 인문적 통찰과 자기 성찰을 글쓰기와 시 창작, 그림 그리기로 담아냈다. 이는 기존의 식물 소재 에세이나 교양서와 큰 차별점으로, 국어 교사로 일해온 저자의 삶의 반영이자 시서화(詩書畵)를 아우르는 예술 전통의 현대적 계승이라 하겠다.

    부산의 고등학교 교사인 저자는 산책을 즐기며 작고 여리지만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가는 들꽃들의 강인함과 함께, 고유의 개성을 지키면서도 조화롭게 살아가는 이들의 품성에 감화받아왔다. 그러면서 관련 문학 작품을 읽고 시를 쓰거나, 대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자 그림을 그리거나, 생각의 편린들을 모으고자 글을 써왔다. 이러한 통합적 활동으로 자연과 자신을 다각도로 연결하려 애써왔고, 이는 늘 새로운 세대와 소통해야 할 교사로서 더 성숙한 사람이 되려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들꽃에게 받은 수업(受業)으로 자신을 갈고닦는 수업(修業)을 해온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진정성과 감수성이 배어나는 글과 그림 모두 쉽고 편하게 읽힌다. 풀꽃에 관심 많은 독자들에게 호응하되 문학적 감수성을 더해준다는 점에서 각별히 매력적이며, 생명력이란 키워드에 호응할 청년층부터 성찰이란 키워드에 호응할 중장년층까지 아우른다는 점에서 매우 보편적이다. 자연과 삶, 문학을 관통하는 다정하고 성숙한 감각으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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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ㆍ3항쟁과 탈식민화의 문학>

    김재용,김동윤 (지은이) / 소명출판

    제주4·3사건 제76주년, 2024년 현재 4·3사건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떠한 성격 규정도, 역사적 평가도 없이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2조)으로 정의되는 ‘제주4·3’의 정명(正名)에 첫 걸음을 내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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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도서관저널 2024.4>

    (주)학교도서관저널 (지은이) / (주)학교도서관저널

    세월호 10주기다. 벌써 열 번의 해가 지났음에 학교 안 선생님들 얼굴에 비칠 표정들이 훤하다. 놀람, 슬픔, 먹먹함, 그리움, 미안함… 그런데, 다른 얼굴은 없던가? 학교도서관저널은 이제껏 애도는 무거워야 한다는 통념하에 나설 자리가 없었던 우리 안의 ‘명랑’을 추모장 한가운데로 끄집어낸다.

    학교와 시민사회가 죽음 앞에서 비로소 명랑해질 때, 어린이․청소년들이 덩달아 얼마나 씩씩해질 수 있는지 또렷이 전하기 위함이다. 세월호 생존자에서 보통의 어른이 되기까지, 9년간 걸어온 길을 한 권의 책으로 펴낸 작가 유가영을 인터뷰한다. 참사 당시부터 단원고에 근무해 왔던 박보라 사서가 매해 4월마다 온 진심으로 꾸려 낸 도서관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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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웃어?>

    김은지 (지은이) / 이루리북스

    나는 아름다울까? 내가 그린 그림도 아름다울까? 도대체 나는 누구이고 아름다운 것은 어떤 것일까? 『왜 웃어?』는 연필과 연필이 그린 나무의 이야기를 통해 외부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는 자존감의 중요성과 예술의 의미를 아주 쉽고 재치 있게 담아냈다. 『왜 웃어?』는 우리의 자존감을 키워주고 행복을 선사하는 그림책이다.

    김은지 작가는 『왜 웃어?』에 자존감이 부족한 모두를 감싸 안는 깊은 배려와 응원을 담았다. 무엇보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미술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래서 처음 그림을 그리는 어린이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마치 생을 처음 시작하는 누구가의 마음처럼 말이다. 『왜 웃어?』는 우리 모두의 삶과 예술을 응원하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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