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론의 진화 : 게임체인저는 시기상조
    [국방칼럼] 각종 과학기술과 첨단기술 경쟁의 현장
        2024년 03월 27일 09: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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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론은 무인 비행체(UAV, Unmanned Aerial Vehicle)를 뜻한다. 이 단어의 어원은 영국에서 1935년 개발된 최초의 근대식 드론인 ‘여왕벌(Queen Bee)에 강한 충격을 받은 미국 전문가들이 ‘퀸비’에 대한 오마주로 무선비행기를 드론(수벌)으로 부르기 시작한 데서 연유한다. 나토의 공식 용어는 원격조종 항공기(RPA, Remotely Piloted Aircraft), 무인 항공기(UA, Unmanned Aircraft)이며, 드론은 민간영역에서 사용하는 UA로 구분한다. 이 글에서는 편의상 모두 드론으로 총칭한다.

    드론은 다음과 같이 진화해왔다. 첫째, 대공 표적용으로 출발했다. 드론은 제2차 세계대전기에 방공포병의 사격 훈련을 지원하기 위한 용도로 군에 대량 공급되기 시작했다. 둘째, 정찰용으로의 진화이다. 1956년 7월부터 실전에 투입된 미공군의 유인정찰기 U2가 1960년 5월 소련의 S-75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되었다. U2 격추로 미국은 무인 정찰에 관심을 가졌고, 1964년 5월 중국의 핵개발 정보를 탐지하기 위해 ‘반딧불이(Lightning Bug)’를 투입함으로써 드론 정찰 시대를 열었다. 셋째, 공격용으로의 진화이다. 이스라엘공군의 항공기 설계사 출신으로 1970년대 후반 미국으로 이주한 아브라함 카렘이 개발한 정찰 드론 RQ-1 프레데터는 2001년 헬파이어 대전차 미사일을 장착한 MQ-1 프레데터로 성공적인 탈바꿈을 하였다. 이 드론은 테러와의 전쟁의 핵심병기이자 인간 사냥을 하기 위한 헌터 킬러였다. 프레데터 이전과 이후로 드론의 역사가 나누어질 만큼 프레데터는 드론의 재발견이었다. 넷째, 대중화이다. 프랑스의 패럿(Parrot) SA는 2010년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의 와이파이로 조종 가능한 쿼드콥터 방식의 AR. 드론을 출시하였다. 패럿 AR.의 출현으로 드론은 취미·오락의 영역으로까지 쓰임새가 확장되었다. 이어 중국 디제이아이(DJI)가 2013년 10월에 출시한 카메라 장착 드론 팬텀이 사진·영상촬영의 붐을 이끌면서 본격적인 민간·상업용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마릴린 먼로는 데뷔 전에 표적 드론 제조사인 라디오플레인의 생산 공정에서 일하던 노동자였다. 그의 일화는1952년 라디오플레인을 인수한 거대 방산기업인 노스롭그루먼의 홈페이지에 회사의 역사 유산으로 기록되어 있다.

    상업용 드론 시장의 성장은 반대로 드론의 무기화를 이끌었다. 드론 획득의 진입 장벽이 사라지면서 어느 누구든지 드론을 공격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이 만들어졌다. 가령 많은 이들이 작년 10월 초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의 성공을 아이언 돔의 방어력을 넘어서는 집중적인 로켓 포화공격(saturation strikes)으로 이스라엘의 방어체계에 과부화가 걸리게 만든 것에 주목한다. 그러나 하마스 공격의 진짜 선봉은 드론이었다. 10월 7일 당일 하마스는 우선 중국제 디제이아이(기업용 드론 매트리스-600 포함)와 오텔의 상업용 드론을 동원하여 감시탑, 감시포탑(sentry gun), 감시카메라, 통신망 등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통제시설 전반에 손상을 줌으로써 이스라엘의 경계체계에 먹통과 혼란을 일으켰다. 하마스는 3단계 공격에서도 대대적인 로켓 발사 외에 자체 제작한 자폭드론인 ‘주아리’ 35대를 사용했다.

    드론 공격의 놀라운 파급력은 첫째, 상업용 시장의 활성화로 인해 기성제품과 부품 확보가 모두 용이해졌고, 둘째 가격 경쟁력이 우수하여 획득비용이 매우 저렴한 데 있다. 굳이 3천만불 상당의 미국제 MQ-9 리퍼나 500만불의 터키제 바이락타르 TB2와 같은 대형 공격용 드론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소형 드론은 살상과 파괴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여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여력을 키워준다. 예컨대 쿠스티 삼 에스토니아 국방장관은 2월에 품귀 현상이 심각한 155mm 무유도 곡사포탄의 평균 가격이 5,000불이며 오늘 계약을 체결한다면 12∼18개월 후에나 포탄을 수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우크라이나에 드론 보내기 운동’ 단체인 미국 UDS의 작년 12월 안내 자료를 보면 정찰용으로 가장 각광 받고 있고 수류탄 2발을 장착할 수 있는 디제이아이의 매빅3 신형은 3,000불, 구형은 1,800불이면 구입이 가능하다. 작년 10월 데니스 시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매빅 생산량의 60%를 우크라이나가 구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023년 들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급속하게 확산된 FPV 드론은 원래 스포츠레저용으로 드론 경주에 특화돼 있었다. 이 드론은 운용자에게 실시간 영상 피드를 제공하여 운용자가 마치 드론에 직접 탑승한 상태에서 조종하고 통제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몰입감이 넘친다. 경주 애호가들은 최적의 이륙과 속도감 달성, 무게 조절, 다양한 유형의 카메라와 쿼드콥터 장착을 위해 FPV 드론을 직접 조립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중국제 기성품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300∼600불의 저렴한 비용으로 손수 제작할 수 있는 FPV 자폭드론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소규모 무기사업 아이템으로도 각광 받는다.

    왼쪽에서부터 정찰드론, 폭탄투하드론, 자폭드론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널리 쓰이는 소형드론이다. (UDS)

    2020년 나고르노 카라바흐 전쟁과 2022년에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그 이전의 시리아와 리비아 내전에서 드론이 광범위하게 활용됨에 따라 드론 전쟁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고 현재 드론이 주도하는 군사적 대격변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견해들이 대두하였다. 그렇다면 드론은 기병 위주의 조선군을 포수, 살수, 사수로 구성된 보병(삼수군) 중심의 군제 혁신을 강제한 1592년 충주 탄금대 전투의 일본군 화승총처럼 전략적 본질을 바꿀 만큼 획기적인 무기체계라는 의미가 된다. 물론 그동안 드론의 활약상으로 인해 전투 수행방식이나 전쟁 양상에 일정한 변화가 있어왔지만, 여전히 한계가 뚜렷한 드론을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게임체인저라고 주장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다.

    예를 들어 2020년에 일어난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제2차 나고르노 카라바흐 전쟁에서 아제르바이잔의 터키제 바이락타르 TB2와 이스라엘제 자폭드론 오비터1K, 스카이스트라이커, 하롭은 아르메니아 전차와 방공자산을 무력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함으로써 마치 ‘마법의 총알’인 드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신화가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아제르바이잔 승리의 원동력을 전적으로 드론의 공으로 돌리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애초에 양국의 군사력 격차가 명확했다. 아제르바이잔의 2020년 국방비는 22억불로써 아르메니아의 6억3,800만불의 3배가 넘었고 아르메니아는 군 현대화에 실패한 상황이었다. 튀르키예는 전폭적으로 아제르바이잔을 지원했고 전쟁을 종결지은 슈샤 전투는 전통적인 지상전의 재현이었다. 아제르바이잔군의 슈샤 점령 작전에서 드론은 안개로 인해 활용도가 떨어졌다.

    하마스 드론에서 투하된 폭탄이 이스라엘 메르카바전차를 겨냥하고 있다[2023년10월20일 영상 캡처]

    드론은 현대전에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한 무기이지만 드론이 전쟁을 주도할 것이라는 가설은 아직까지 입증되지 않고 있다. 작년 11월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실린 발레리 잘르주니 전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의 기고문에 따르면 개전 당시 우크라이나 공군은 전술기 120대 중에서 40대만이 전투 적합 판정을 받았고, 33개의 방공포병대대는 18개 대대만이 완전한 운용이 가능할 정도로 열악했다. 서구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는 지금까지 공중 열세를 반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는 지상전에서 포병이 대단히 중요한 위상을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2월 영국 스카이뉴스는 서방 소식통을 인용하여 우크라이나 전쟁 사상자의 80%가 포격에 의해 희생된 것으로 보도했다. 전쟁 이전 8년 동안의 돈바스 내전에서는 90%였다. 영국왕립군사연구소는 전쟁 초기 국면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개전 한 달 반 동안 우크라이나의 포병 화력이 러시아와 거의 대등했던 것이 키이우 전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군의 공격자산을 제압하는 대화력전은 매우 중요하나 우크라이나군은 공군의 지원과 안정적인 미사일·포탄 공급이 모두 원활하지 못해왔다. 이런 가운데 UDS는 우크라이나가 FPV 자폭드론이 매월 십만 개 이상 필요하다고 적시했고, 작년 말부터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하여 전략산업부장관, 디지털혁신부 장관 등 우크라이나 정부 고위 관료들은 올해 FPV 자폭드론 생산 목표가 백만 개임을 공언해왔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부족한 포탄의 대체 소모품과 공중열세를 보완할 수단으로 드론을 이용해왔고 지금도 사활을 걸고 확보에 나서고 있음을 말한다.

    며칠 전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연구원들이 개인 견해라는 전제하에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재개될 때까지 한국이 충분한 여유분을 확보하고 있는 105mm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우선 지원해주고 대신 이를 현재 생산되는 155mm 포탄으로 대체하는 스왑 방식이라도 한국과 추진해보라고 미국 정부에 제안했다. 이들이 155mm 포탄보다 위력이 떨어지는 105mm 포탄이라도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결국 드론이 화력전을 주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포병은 특정 지역 전체가 목표물인, 이른바 면(지역)표적에 화력을 투사하여 적을 일거에 제압하지만, 드론과 같은 무기는 전차나 장갑차, 건물 등의 개물, 즉 점표적을 정밀하게 타격할 뿐이다.

    우크라이나 아에로로즈비드카가 직접 제작하여 실전에서 운용하는 R18 옥터콥터 드론

    드론은 다음과 같은 단점이 있다. 첫째 전천후 작전에 제한이 있다. 드론 운용은 기상, 날씨, 기온, 지형, 주야간, 시간, 거리 등 제약 요소가 많다. 가령 충돌 방지 조명과 열화상장비를 장착하면 야간 작전의 한계를 줄일 수 있으나 운용 대수가 줄게 돼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형 드론의 방향성과 상충된다. 둘째 파괴력과 살상력이 떨어진다. F-35의 출현 이후에도 F-15가 폭장량의 우월성으로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폭탄 적재량의 제한으로 가령 소형 드론은 전차의 기동은 무력화할 수는 있으나 완전히 파괴하지는 못한다. 이 같은 단점은 동일한 표적에 대한 인해전술이나 벌떼공격을 말하는 군집(swarming) 전술로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으나, 기술 개발의 난이도가 높아서 아직까지는 시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셋째 전자전에 취약하다. 드론은 위성항법체계(GNSS, 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중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GPS를 이용하여 비행한다. 민간용 GPS 위치정보는 암호화되어 있지 않아 보안과 해킹에 취약하다. 암호화된 군사용 GPS 역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전쟁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 대표적인 전자전 수행 방식으로 드론에 GPS보다 강력한 신호를 보내 인공위성과 드론의 통신에 혼란을 일으켜 드론을 오작동 상태로 만드는 재밍(jamming)과 드론에 GPS 신호를 위변조한 가짜 신호를 보내 드론이 자신의 위치를 착각하게 만드는 스푸핑(spoofing)이 있다. 여러 항법체계를 탑재할 수 있다면 GPS에 대한 전자전 공격을 받더라도 다른 항법체계를 이용하여 임무를 완수할 수 있으나 그같은 방식은 고가치 표적을 목표로 하는 110만 불 상당의 타우러스 미사일에서나 가능하다. 그런데 전자전의 남용은 GPS가 민간영역에서도 널리 쓰이는 필수 기반시설이라는 점에서 의도치 않은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드론이 마치 전쟁을 좌우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정보전쟁의 부작용이기도 하다. 정부는 민심을 어루만지며 단합을 이끌어내야 하고, 국민과 전세계에 우리 측에 주도권이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반대로 정부는 적대국을 심리적으로 불안하게 만들고, 내부를 동요시켜야 한다. 전투 영상은 이 같은 선전과 홍보에 가장 좋은 수단으로써 대중과 언론의 이목을 끈다. 스마트폰과 드론으로 촬영된 실시간 영상 정보는 드론이나 대전차미사일로 전차나 장갑차를 격파하는 장면에 중점을 둔 편집이 대부분이다. 대중의 인식체계는 이를 통해 강렬한 자극을 받는다. 여러분이 유튜브에서 248불짜리 7인치 자폭드론으로 450만불짜리 T90M전차의 기동을 무력화시키는 영상을 시청했다고 가정해 보자. 전쟁에서 전차는 쓸모없고 드론이 다른 무기체계보다 우세하다는 의식을 자연스럽게 수용하게 될 것이다. 이 지점에서 대중의 인식과 전술기와 공격형 헬기, 포병의 지원 아래 보병과 전차가 근접전을 펼치며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실제 전장 사이에 괴리가 일어난다. 언론의 선정적인 접근은 ‘전투 효과’에 대한 대중의 왜곡된 시각을 강화하는데 일조한다.

    FPV 자폭드론에 장착된 로켓추진 수류탄(RPG)이 러시아군 BMP 장갑차 측면에 충돌하기 직전이다. [2023년 1월 영상 캡처]

    드론은 다른 무기 또는 군사체계와 함께 활용되거나 유기적 협력관계를 가질 때 그 위력이 배가된다. 중고도에서 비행하는 고정익 드론의 경우 발견된 표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찰과 포병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러시아군은 정찰에 드론을 활용함에 따라 위험 부담이 큰 유인정찰을 대폭 줄였다. 드론은 이뿐만 아니라 진격로 검증, 상황 인식, 표적 획득, 사격오차 수정 등 킬체인을 비롯한 광범위한 임무 수행에 투입할 수 있다. 자체 정찰드론을 보유한 러시아군 포병부대는 표적 탐지 후 3∼5분 이내에 빠르게 대응사격이 가능하다. 우크라이나군 진지에 대해서는 란쳇 자폭드론을 사용함으로써 면표적뿐만 아니라 점표적 타격 능력까지 확보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란제 샤헤드-136 드론에 공대지 타격과 동시에 우크라이나 대공방어체계의 취약성을 식별하는 패스파인더(선발대)이자 데코이(미끼)라는 이중 역할을 부여할 수 있다. 샤헤드-136의 방공망 접근에서 식별된 정보를 인식한 러시아군 전술기는 장착된 순항미사일의 명중률을 제고할 수 있다.

    영국왕립군사연구소 보고서는 우크라이나전쟁에서 영국군이 받아들여야 할 중요한 교훈 중의 하나로 드론 운용을 특정 부대에 전담시키지 말고 모든 제대가 무인항공기체계(UAS)와 무인항공기대응체계(CUAS)를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보고서 작성자가 드론을 항공기(aircraft)가 아니라 폭탄(muniitions)으로 분류하자는 제안을 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항공기가 받는 규제와 제약을 피해서 비용을 절감하고 대응에 신속성을 더하자는 논리이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서 드론을 제외하자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미국의 논리는 MTCR 협의체를 결성할 당시에는 드론이 순항미사일과 성격이 비슷했으나, 이후 드론은 일반 항공기와 유사한 방향으로 진화해 왔기 때문에 드론이 미사일과 동일한 규제를 받아야 하는 것은 더 이상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본심은 자국이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군사용 드론을 해외에 자유롭게 수출하기 위해서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은 독일이 사용한 V-1을 비행폭탄, 공중어뢰, 폭명탄(buzz bomb)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렀고, 독일은 유인 조종용으로 개조하기도 했다. V-1은 실전에 투입된 최초의 순항미사일로 역사에 기록되어 있지만, 순항미사일, 항공기, 드론의 구분이 모호하고 그 개념이 명확치 않았던 시절에 탄생했던 여러 성격이 혼합된 비행체였다. 아서 홀랜드 미셸은 배회폭탄, 자폭드론, 가미카제드론 등 다양한 별칭을 가진 FPV 자폭드론을 가리켜 로켓과 드론 사이의 교차점에 있다고 말했다. 자폭드론은 출발점으로 귀환하지 않아 재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양방향 비행이 가능한 항공기와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 정해진 목표를 향해 대기권 안을 단방향으로만 무인 비행하는 소모성 비행체는 추진기관에 관계없이 모두 순항미사일 범주에 속한다. 이것이 바로 드론의 무서움이라고 할 수 있다. 항공기와 미사일의 영역을 넘나드는 드론의 유연성은 미래에 또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 것이다.

    드론대항체계(빨간색 동그라미)의 전차 장착은 필수이다. 포탑 상부의 케이지 장착도 드론의 폭탄 투하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이다. [Garupan History]

    무엇보다도 드론과 ‘자율성’의 결합은 더 이상 상상이 아니다. 드론은 인공지능이 구현되기에 아주 적합한 장치이다. 미국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복제기 구상(replicator initiative)’은 중국군이 가진 물량 공세라는 장점을 상쇄하기 위해 저비용의 소모성 자율체계(attritable autonomous systems)를 대량 생산하겠다는 구상이다. 드론은 이 구상의 실현 가능성에 상대적으로 가장 근접해 있다. 그런데 이미 우크라이나전쟁 초반기 연구 결과에서 드론은 소모율이 90%에 달할 정도로 생존율이 매우 낮았다. 고정익 드론은 평균 6회, 쿼드콥터 드론은 평균 3회 비행 후 손실됐다. 작년 5월에는 우크라이나군이 매월 드론 1 만개를 손실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지금은 그 폭이 더욱 커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운용성과 생존성의 강화에 대한 잠재적 욕구와 함께 자율체계까지 드론에 추가된다면 새로운 드론 운용은 저비용으로 대량 생산하여 전장에서 대량 소비하는 기존 전략과는 맞부딪히게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을 러시아에서는 소모전으로 인식하고, 우크라이나군 전 총사령관 발레리 잘르주니는 진지전으로 인식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제1차 세계대전, 특히 참호전이 고착화되고 다섯 번의 전투에서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벨기에 이에페르전투와 많이 닮았다고 한다. 한편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각종 과학기술과 첨단기술의 경연장이기도 하다. 미래 전투 방식의 가능성을 탐색해 보는 우크라이나 전장은 거대한 전쟁실험실이다. 그곳은 과거와 미래의 전장이 공존하고 있고, 과거와 미래의 전쟁 방식이 융합된 것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서로를 도태시키기 위해 격렬한 충돌을 벌이고 있는 숨막히는 공간이다. 드론이 전쟁을 혁명적으로 변모시킬 무기가 될지는 여전히 가늠하기 어려우나 전쟁 현장에서는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국방칼럼> 연재 링크

    필자소개
    국방안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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