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이종섭 호주 대사가 21일 귀국한 가운데, 야권은 물론 국민의힘 내에서도 이 대사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인 안철수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이종섭 대사 스스로가 거취 문제로 고민을 한다면 결단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사의 귀국) 시기가 늦어서 기회를 놓쳤다고 본다. 민심의 역풍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사가 회의 참석 후 다시 호주로 돌아갈 가능성이 제기되자, 안 의원은 이 대사가 국내에 체류하며 공수처 조사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국민들의 뜻에 따르는 게 순리”라며 “공수처 수사를 받아서 혐의에 대해 완전히 클리어하게 결론이 나와야 (호주로) 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 조사를 받고 이후 자진 사퇴까지 가야 한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그건 이종섭 대사의 결단”이라면서도 “결국 국민들께 정말 중요한 것은 진정성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대사는 오는 25일부터 호주를 비롯해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카타르, 폴란드 등 6개국 주재 대사가 참석하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에 참석을 이유로 이날 귀국했다. 법무부의 출국금지 해제로 지난 10일 호주로 출국한 지 11일 만이다.

회의 참석을 명목으로 한 조기 귀국이지만, 방산 협력을 주제로 일부 공관장들만 별도로 모아 국내에서 회의를 연 전례가 없어 이 대사의 귀국을 위해 급하게 소집된 회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의원 10여명은 이날 새벽부터 인천공항에 집결해 이 대사 도착을 기다리며 이 대사 귀국 시 즉각 해임 등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기소조차 안 된 사건으로 자진사퇴까지 요구하는 건 정치공세라는 반박도 나온다.

서울 서대문갑 후보인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야당이 이 대사 자진사퇴와 해임을 요구하는 데에 “굉장히 정치적 공세라고 생각한다”며 “공수처에서 이 대사를 수사하겠다는 것이지, 아직 기소가 된 것도 아니다. 재판 과정에서 유죄가 나온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 의원은 “그렇게 따지면 이재명 대표는 어떤 위치에 있나”라며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같은 경우는 2심까지 유죄판결을 받아서 곧 대법원에서 결과가 나올 것이고 구속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소도 안 된 호주 대사에 대해서 공세를 취하는 것은 맞지 않다. 스스로를 좀 돌아보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