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폭력 가해자 ‘감형 전략’ 
    소개 논란···여성계 “조수진 사퇴하라”
    조수진 "변호사로서 직업윤리와 법에 근거해 변론한 것"
        2024년 03월 20일 04: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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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현역 박용진 의원을 꺾고 서울 강북을 후보로 출마하게 된 조수진 변호사와 관련해, 여성계는 과거 다수 성범죄 가해자를 변호했다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직업윤리와 법에 근거해 변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전날인 19일 성명을 내고 “(조수진 변호사는) 성폭력 피의자들에게 법망을 피하는 기술을 안내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했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조 변호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국민참여재판 전문 변호사가 본 조주빈 국참 신청’, ‘성범죄, 국민참여재판이 유리하다?’ 등의 글을 통해 피해자와 피의자 모두 미성년자인 경우 국민참여재판이 유리할 수 있다는 등의 성폭력 피의자 감형 전략을 소개했다. 지난해 9월엔 10세 아동에 대한 성착취물을 제작한 사건의 가해자의 변호를 맡아 집행유예 판결을 끌어낸 이력을 홍보하기도 했다. 2018년엔 경기도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여고생을 성추행한 강사를 변호하기도 했다.

    이 단체는 “성폭력 피의자에 대한 변호가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될 수는 있겠으나, 가해자에게 유리한 결과를 위한 법률 자문, 변호 서비스를 상품으로 구성하고 판촉하는 행위는 자본의 우위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불공정성을 더욱 부추기고, 법의 공정성이 훼손되는 현실에 대해 방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수진 변호사의 형사전문 변호사로서의 행보는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 그중에서도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올가미를 씌우는 것”이라며 “조수진 후보는 자신의 성폭력 사건 피의자 변호 경력과 그에 대한 홍보 행위가 국회의원이 되기에 자격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스스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조 변호사가 여성 가산점 25%를 받은 것에 대해서도 “여성 후보에 대한 가산 제도는 국회의 여성 과소대표의 현실을 극복하고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수많은 여성인권 활동가들이 노력한 결과물이지, 성폭력 피의자 전문 변호사의 입신을 위한 디딤돌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이어 “강북을 지역에 성폭력, 가정폭력 문제가 있는 정봉주 후보를 공천했다 취소한 민주당은 가해자 연대 공천 자행을 중단하고, 조수진 후보에 대한 공천을 즉각 중단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도 성명을 내고 “민주당은 공천심사 과정에서 조수진 씨와 같은 부적격자를 걸러내지도 못했다”며 “민주당은 성범죄 가해자 옹호 정당이냐”고 반발했다.

    이 단체는 “자신의 돈벌이를 위해 성범죄 피해자, 특히 아동청소년 피해자의 인격과 진술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성범죄자를 철저하게 옹호하는 조수진 씨는 강북을 지역주민 나아가 국민의 대리인이 될 자격이 없다”면서 “조수진 변호사는 당장 경선 사퇴하고, 민주당은 성폭력 공천 멈추라”고 촉구했다.

    녹색정의당도 “민주당 공천에서 성폭력 논란이 점입가경”이라며 조 변호사를 겨냥했다.

    박지아 녹색정의당 선대위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조수진 후보자가 자랑하는 ‘감형전략’은 성폭력 범죄의 특성상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말이 의심 받을 수 있는 상황을 이용하는 것으로, 성범죄를 정당화하는 강간통념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도 적혀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변인은 “여성인권에 반하는 인사들이 후보자로 등장하는 상황은 민주당의 심각한 젠더의식 부족을 드러내고 있다”며 “민주당 검증 시스템에는 인권이나 성폭력에 대한 항목은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여성계와 야당의 사퇴 요구에 조 변호사는 법에 근거한 변호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조 변호사는 20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대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여성계의 비판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헌법 얘기도 할 수 있고 여러 얘기가 있다”며 “저는 변호사로서 직업윤리와 법에 근거해 변론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민들께서 공직자에게 바라는 눈높이는 다르다는 것을 느껴서 제가 그 부분을 좀 더 많이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 변호사는 경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인 지난 18일 경쟁 후보였던 박용진 의원을 향해 “바보 같이 경선에 응하겠다고 했는데 이왕 바보가 될 거면 입법 권력을 넘겨주면 안 된다는 더 큰 대의를 보고 본인이 밀알이 돼 썩어 없어지는 헌신을 보이면 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박 의원은 “다 참고 견디고 인내하는 사람을 이렇게까지 조롱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말한 바 있다.

    조 변호사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도 “당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나 자신은 없어지는 그런 헌신을 같이 합시다, 라는 의미로 한 말이 곡해가 됐던 것 같다”며 “제가 직업 정치인으로 뛰어든 지 5일이 돼서 정치 언어가 미숙하다. 박용진 의원님께는 그 점을 양해를 해주셨으면 하는 말씀드린다”고 해명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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