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별·혐오 정치는 그만!
    이주민에게 자유·평등을!
    2024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집회
        2024년 03월 18일 02: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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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이주인권연대에서 24년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를 17일 서울역광장에서 열었다. 매년 3월 21일은 UN이 정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이다.

    1960년 3월 21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종분리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며 인종차별 철폐 시위를 하다 경찰이 쏜 총에 맞아 69명이 희생된 것을 기리는 날이다. 해마다 이 날을 맞아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반 인종차별 대회가 열린다. 한국에서도 이주인권단체와 이주민 당사자를 중심으로 이주민 인권을 외치는 행사를 개최해온 바 있다.

    한국은 인종차별철폐협약에 가입하였지만 여전히 이주민이 겪는 인종차별과 혐오가 만연하다.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2007년 2012년 2018년 한국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도개선을 촉구해 왔으나 현재 윤석열 정권 하에 이주민에 대한 배타적 정책이 강화되면서 인종차별이 고착화되었다.

    권리 없는 외국인노동력 규모 확대에만 급급해 일터, 가정, 학교에서 이주민을 ‘불법’으로 낙인찍고, 이주민을 그저 인구절벽, 노동력 부족, 지역소멸에 필요한 도구로만 취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은행까지 나서 돌봄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도 주지 말자는 내용을 공공연하게 발표했다.

    사진=필자

    ‘차별 혐오 정치는 그만! 이주민에게 자유와 평등을’이라는 구호와 아래 각 현장에서 겪는 차별과 폭력에 대한 발언이 이어졌다. 이주노동자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120만 이주노동자를 포함해 한국의 이주민 숫자는 250만 명이 넘는다. 한국 정부와 사업주들이 이주노동자가 필요해서 데리고 왔고 제조업, 농어업, 건설업, 서비스업 등 여러 산업현장에 일하고 있다. 정부는 인력이 부족하다며 이주노동자 숫자를 대폭 늘리고 있지만 처우개선, 지원 정책, 권리개선은 없다. ‘권리 없는 인력 확대’가 이 정부의 이주노동정책”이라고 했다.

    용인필리핀공동체 레지나 대표는 22년부터 한국의 농촌 계절노동자(SW)들을 상담해온 일을 소개했다. “하루 11시간, 주 7일 근무하는데 평균 월급은 90만원으로 법정 최저임금보다 적다. 한국 브로커들은 계절노동자가 합법적으로 벌어야 할 돈을 도둑질하고 있다. 고용계약서에는 초과근무수당 등을 고용주와 합의해 받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계절노동자들은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농업 계절노동자 비자로 온 경우 건설 현장이나 선박에서 일하면서도 통상 임금에 절반밖에 주지 않는다. 문제제기하면 고용주는 브로커에게 연락해 계절노동자를 조기 귀국시켰다”며 “한국 정부가 브로커 제도를 폐지하고 계절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함을 강조했다” 레지나 대표는 발언 중에 현재 한국의 계절노동자제도는 인신매매와 다르지 않다고 언급했다.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 베트남 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웬티현은 한국의 이주민 지원정책의 퇴보에 대해 비판했고,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캄보디아 모선우 활동가는 이주여성들의 폭력피해가 증가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통계를 제시했다. 또한 미등록이주민에 대한 차별, 외국인 보호소의 심각한 인권침해에 대해 증언했다. 그 밖에도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의 활동가 살레는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참상에 대해 호소하고 팔레스타인 모든 땅이 해방 될 때까지 함께 연대하자고 강조했다.

    난민인권센터 알렉스 활동가도 참여했다. 그는 “난민은 박해, 분쟁 또는 폭력으로 인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을 말한다. 난민들은 외국 땅에 도착해 종종 장벽과 편견 차별에 부딪혔다. 난민은 단순한 통계나 헤드라인의 대상이 아니라 꿈과 열망 그리고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사람인 것을 잊지 말아 달라. 그들은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독특한 재능과 기술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에 대한 적대감, 혐오, 제도적 불평등으로 인해 통합과 발전이 가로막히는 상황에 자주 직면한다. 분열과 공포의 정치를 거부하고, 공감과 연대로 함께하자. 인종차별을 지속시키는 구조적 장벽을 허물고, 난민들이 존중 받으며 삶을 재건할 수 있는 기회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했다.

    알렉스는 마지막으로 넬슨 만델라의 말을 인용했다. “피부색이나 배경, 또는 종교 때문에 다른 사람을 미워하며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미워하는 법을 배워야 하지만, 미워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사랑도 배울 수 있다. 왜냐하면 사랑은 그 반대보다 사람의 마음에 더 자연스럽게 찾아오기 때문이다.”

    끝으로 참석자들은 행사장에 펼쳐진 인종차별 현수막을 함께 찢는 퍼퍼먼스를 진행하며 용산 윤석열 대통령실까지 행진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현장 기자. 현장의 삶과 이야기를 기록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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