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아내를 위한 레시피』 외
        2024년 03월 16일 03: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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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를 위한 레시피> – 펜 대신 팬을 들다

    조영학 (지은이) / 틈새의시간

    우리나라 최고의 번역가인 조영학 선생이 우연히 살림을 접수한 날부터 이제까지의 이야기를 글로 담은 찐 에세이. 1부에는 아내를 위한 밥상 차리기의 이야기가, 2부에는 텃밭을 가꾸며 삶을 음미하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밥을 차리고 밭을 가꾸는 이야기가 단지 음식을 하고 장을 보는 이야기가 아니고, 흙을 만지고 씨앗을 뿌리는 이야기가 아님을 몸소 보여주는 조영학 선생의 “이렇게 살아야 제맛이다”를 함께 경험해볼 수 있는 담백하되 여운이 남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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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타利他와 시여施與> – 조선 후기 문학이 꿈꾼 공생의 삶

    강명관 (지은이) / 푸른역사

    저자 강명관 부산대학교 명예교수는 탄탄한 사료조사와 정갈한 문장으로 정평이 나 있다. 국내에서 손꼽힐 정도로 많은 저작을 내고 있음에도 만만찮은 독자층이 형성되어 있는 이유다. 그가 이번엔 문학, 그중에 조선의 후기의 문학작품을 선보인다. 자기 손실을 감내하면서까지 남을 이롭게 하는 ‘이타利他’,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베푸는 ‘시여施與’라는 조금은 낯선 개념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덕분에 전 재산을 성균관에 남긴 여류 부호 ‘두금’, 사람들의 감사 인사마저 꺼려 시장에도 가지 않은 천의賤醫 ‘응립’, 공금을 유용하고도 처벌을 면한 유협遊俠 장복선 등 잊혔던 인물들을 여럿 만날 수 있다. 이들이 어떻게 곤경에 처한 이들을 돕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떤 보상을 받았는지 하는 이야기는 어쩌면 권선징악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그 자체로 옛이야기 향취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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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 – 난임에 관한 사적이고도 정치적인 에세이

    이계은 (지은이) / 빨간소금

    당사자가 솔직하게 쓴 난임 이야기. 지은이는 3년간 총 8회 차의 체외수정 시도 끝에 2019년 겨울, 안정적인 임신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듬해 7월 아기를 낳았다. 하지만 이 책은 ‘그동안의 고생이 하나도 생각 안 날 정도로 행복하다’ 식의 난임 극복 서사가 아니다. 지금은 “운 좋게”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지만, 더할 나위 없는 현재의 행복이 외롭고 무참하던 과거의 자신까지 구원할 수는 없었다고 고백하며 “나는 과연 치유받았을까?”라고 묻는다.

    자연임신이 어려워 보조생식기술의 도움을 받는 여성들이 세상의 기준에 따라 ‘임신이 되지 않는 자기 몸’을 미워했다면,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한 지은이는 자신을 이중으로 미워했다. 임신이 어려운 자기 몸과 그 몸을 혐오하는 자기 자신. 그의 세계는 난임으로 무너졌고, 내던져진 상황에 극한으로 휘둘렸으며, 대립하고 불화했다.

    지금은 아이를 낳았지만, 외롭고 힘든 시기에 자신을 돌보지 못한 데 대한 회한을 느끼며, 과거의 그 성마르고 불안정한 여성은 이미 자신으로부터 멀어져 이제는 챙겨 주고 싶고 자꾸 마음이 쓰이는 사람이 됐다. 이 책은 이러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자 애쓴 결과물이다. 지은이는 여성의 몸을 끊임없이 타자화하고 도구화하는 세상의 잣대에 맞서 난임을 당사자의 언어이자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비로소 해방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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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에 혼자 삽니다>

    정희정 (지은이) / 숨쉬는책공장

    서울에서 지내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낯선 경기도로 이사를 했다. 평생 방배동 근처에서 살다가 자취로 홀로서기도 그곳에서 처음했다. 그러다 집값에 밀려 낯선 경기도 김포로 이사했다. 김포에 보금자리를 튼 것은 어찌 보면 여러 운이 따른 덕분이다. 하지만 30대 여성이 홀로서기까지 과정이 결코 녹록지만은 않았다. 게다가 함께 사는 고양이들도 챙겨야 하고, 우울증도 겪고 있던 터라 더욱 고단했다.

    회사가 서울에 있던 터라 경기도로 이사한 후 왕복 3시간 남짓 거리를 출퇴근해야 했다. 그러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낯선 곳으로 이사와 재택근무까지 하게 되니 처음에는 세상에서 고립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차츰 경기도 생활에 적응하게 되었고 경기도 생활의 매력에 빠져들며 혼자여도 충만한 삶을 일구고, 오히려 치유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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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년대생이 온다> –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김경록 (지은이) / 비아북

    압도적인 인구수로 ‘베이비부머’라고 불리는 세대, 고도성장기와 민주화를 함께 겪으며 단단한 동질감을 지니게 된 세대. 오늘날 60년대생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 1988년 국민연금이 도입된 이후 약 30여 년간 연금을 납부한 이들 세대는 최초의 준비된 노인세대로서 노후 계획을 이행하고 있을까? 세대 내 양극화와 세대 간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리고 우리는 왜 60년대생을 주목해야 할까?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자문역이자 경제학 박사로 오랫동안 은퇴와 연금 문제를 연구해온 김경록 박사가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파헤친다. 2025년이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20%를 넘어가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2070년이 되면 2명 중 1명은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될 전망이다.

    한편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2018년 기준 43.4%로 OECD 국가 평균 노인 빈곤율인 13.1%에 비해 크게 앞서고, 세대 간 갈등은 점점 심해지는 추세다. 이제 막 은퇴 연령에 접어든 60년대생의 미래는 곧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테스트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다름없다. 60년대생이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하는 바로 지금, 이들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860만 은퇴 쓰나미가 우리를 덮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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