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함마드 빈 살만 이전과 이후
    13년의 경험과 사우디 종합 보고서
    [책] 『지금 다시, 사우디아라비아』(박인식/동아시아)
        2024년 03월 16일 03: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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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BTS 콘서트, 35년 만의 상업 영화 〈블랙 팬서〉 상영, 호날두와 네이마르 등 축구 스타들의 사우디 프로페셔널 리그 진출, 관광비자 발급, 여성 복장 규제완화… 사우디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변화의 시작은 2015년, 살만 빈 압둘아지즈의 국왕 즉위 후 그의 아들 무함마드 빈 살만이 혜성처럼 등장해 개혁 정책을 펼쳐나간다. ‘비전 2030’ 발표를 통해 수많은 거대 프로젝트가 개시되었고, 수천억 달러 규모의 개혁과 개발이 실현되기 시작했다. 특히 홍해 인근 도시에 지어지는 170 킬로미터 길이의 거대한 건물 ‘더 라인’을 포함한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막대한 규모와 투입 비용 때문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수많은 언론 기사의 타이틀처럼 ‘제2의 중동 붐’이 온 걸까? 사우디와 무함마드 빈 살만(MBS)의 계획에 우려할 점은 없는 걸까? 『지금 다시, 사우디아라비아』는 국내 건설사 현지법인에서 13년간 근무한 저자 박인식이 사우디 사회의 변화와 현실을 기록한 책이다. 사우디에 첫발을 내딛고 오해와 진실을 마주했던 일화에서부터 살만 국왕이 즉위하고 그의 아들 무함마드 빈 살만이 등장했던 격변의 풍경과 급변하는 사우디 사회‧정치‧경제에 대한 분석까지 사우디의 총체가 온전히 담겼다.

    특히 저자는 사우디 거대사업들이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그 실현 가능성은 어떤지 분석하고, 왕국의 실권자이자 현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이 사우디를 변화시킨 과정과 궁극적으로 그가 꿈꾸는 것이 무엇인지 상세히 들여다본다. 사우디 사회의 변화를 피부로 체감하면서 동시에 객관적 시선을 유지하는 저자의 서술은 막연한 오해와 동경으로 지어진 중동과 사우디에 대한 우리의 프레임을 현시점으로 거침없이 동기화하는 가장 생생하고 객관적인 리포트이다. 그래서 지금 현재 사우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또한 사우디 사회 및 국가 프로젝트의 유래와 향방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지금 다시, 사우디아라비아』는 최선의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제2의 중동 붐’ 사우디 거대사업은 실현 가능한가?
    네옴시티와 사우디 초대형 프로젝트의 실상을 밝히다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도 리야드에서 개최한 투자 컨퍼런스 ‘미래투자이니셔티브’를 통해 거대 프로젝트 ‘네옴시티(NEOM City)’ 건설 계획을 발표한다. 홍해 인근 도시 2만 6,500 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지역에 초대형 친환경 주거 건물을 비롯해 각종 관광단지와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무려 650조 원이 투입되는 거대사업(Giga Project)이다. 그뿐만 아니라 사우디는 산업기반시설을 포함해 문화‧스포츠‧금융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수조 달러 규모의 개발 정책을 하나둘 실행하기 시작했다. 전례 없는 초대형 프로젝트에 국제 사회의 관심이 집중됐다. 1970년대 중동 건설 붐을 경험한 바 있는 우리나라도 다양한 분야에서 사우디 진출을 모색 중이다. 2023년 6월 현대건설이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로부터 6조 5,000억 원 규모의 석유화학단지 건설 계약을 체결했으며, 같은 해 10월에는 대통령 순방과 함께 21조 규모의 수출 계약 및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쏟아지는 국내 언론의 타이틀처럼 ‘제2의 중동 붐’이 시작된 걸까? 사우디 수출 또는 수주 경쟁에 뛰어든 우리 정부와 기업이 우려해야 할 점은 없는 걸까?

    막연히 부유한 국가라고 생각하는 사우디의 실상은 우리의 상상과는 거리가 있다. 사우디의 1인당 GDP는 2021년 기준 2만 3,585달러로 우리나라 GDP 3만 4,757달러의 3분의 2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사우디 국가 경제의 동력인 석유 수출을 통한 수입은 2022년 336조 7,000억 원으로, 같은 해 삼성전자 매출 301조 8,000억 원과 비슷한 정도이다. 사우디 국가 프로젝트의 재원을 조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공공투자기금(PIF)의 보유 현금은 날로 줄어들어 2022년 500억 달러에서 최근 150억 달러로 급감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사우디 사업과 국내 기업의 진출 수혜를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국내 건설사의 사우디 현지법인에서 근무한 저자 박인식은 13년간의 현지 경험을 통해 막대한 규모의 사우디 거대사업들이 어떤 동기로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그 실현 가능성은 어떤지 분석한다. 왕국의 실권자이자 현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이 사우디를 어떻게 변화시켜왔으며 궁극적으로 그가 꿈꾸는 것이 무엇인지도 상세히 들여다본다. 사우디 사회의 변화를 피부로 체감하면서 동시에 객관적 시선을 유지하는 저자의 서술은 막연한 오해와 동경으로 지어진 중동과 사우디에 대한 우리의 프레임을 현시점으로 거침없이 동기화하는 가장 생생하고 객관적인 리포트이다. 그래서 지금 현재 사우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또한 사우디 사회 및 국가 프로젝트의 유래와 향방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지금 다시, 사우디아라비아』는 최선의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살만 국왕의 즉위와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의 등장
    무함마드 빈 살만이 사우디의 실질적인 통치자가 된 과정

    저자가 현지법인에 부임한 지 6년이 되던 2015년, 지금의 사우디를 있게 한 결정적 사건이 일어난다. 당시 사우디를 통치하던 압둘라 국왕의 갑작스러운 서거 소식이었다. 동시에 무함마드 빈 살만의 아버지이자 현재 사우디 국왕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의 즉위도 발표되었다. 뒤이은 보도에서 이 양위가 순탄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사우디는 당시까지 왕위의 형제 상속 원칙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압둘라의 이복동생인 살만의 즉위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압둘라 국왕과 측근이 원칙을 깨고 추후 자신의 아들 미텝 빈 압둘라 왕자를 왕위에 앉히려 했고, 이를 위해 사망을 전후로 살만 국왕의 즉위를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압둘라 국왕 측의 계획은 실패로 끝났고 살만 국왕이 즉위해 지금까지 통치를 이어오고 있다. 더 놀라운 일은 살만 국왕 즉위 후에 일어났다. 당시까지 국제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국왕의 아들 무함마드 빈 살만이 국정 운영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MBS는 살만 국왕 즉위 후 곧바로 사우디 최연소 국방부 장관이 되었으며, 2017년에는 삼촌과 사촌형을 몰아내고 부자상속을 예비하는 왕세자의 자리에 올라섰다. 2022년에는 사우디에서 주로 국왕이 겸직하던 총리 자리에 임명되며 명실상부 사우디의 실질적인 통치자임을 드러냈다. 이후 사우디 내외를 막론하고 살만 국왕의 즉위 당시부터 이미 MBS가 고령의 아버지를 대신해 실권을 쥐고 있었다는 분석이 정설이 되었다.

    무함마드 빈 살만은 사우디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나?
    MBS가 추진하는 개혁 정책의 의도와 실체

    MBS 통치 이후 사우디의 많은 것이 변화했다. 엄격한 이슬람주의 지배하에 있던 사우디 사회가 생동하기 시작했다. 전통이나 종교와 관련된 것이 아닌 모든 공연을 금지했던 사우디에서 BTS의 콘서트가 열리는가 하면 35년 만에 상업 영화 [블랙 팬서]가 상영되기도 했다. 국부펀드를 등에 업고 호날두, 네이마르 등 축구 스타들을 사우디 프로페셔널 리그로 줄줄이 영입했다. 전에 없던 관광비자를 발급하기 시작했으며 여성 인권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여성의 온몸을 가리는 전통 복장 아바야 규정을 폐기하고 사실상 금지되어 있던 여성의 운전도 허용했다. 무엇보다 이슬람 근본주의로 무장한 채 사회를 단속하던 종교경찰 ‘무타와’의 권한을 철저히 제한했다. 이슬람의 두 성지 메카와 메디나를 보유한 이슬람 맹주의 나라에서 상상할 수 없는 개혁이 일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혁신을 이끌어 낸 MBS를 자유와 평등의 상징으로 바라봐도 될까?

    그 답은 변화의 시초인 ‘비전 2030’에 있다. 비전 2030은 2016년 사우디가 발표한 국가경제 개발계획이다. 전방위적인 국가 개혁과 개발의 계획을 밝힌 이 보고서를 통해 우리는 MBS의 속내를 살필 수 있다. 사우디 제1의 목표는 석유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자국의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MBS가 내세우고 있는 것이 관광사업과 자국 경제 활성화이다. 그래서 비전 2030에는 네옴시티 건설 계획뿐만 아니라 복합위락 시설 ‘키디야’ 조성, 왕가 발원지 ‘디리야’ 복원, 관광자원이 풍부한 홍해 개발과 같은 사업들이 포함되어 있다. 비전 2030을 통해 지금까지 실행된 MBS 개혁의 의도도 짐작할 수 있다. 여성 인권 증진은 자국민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관광비자 발급 및 이슬람 규정 완화 역시 관광사업 수입을 위한 복안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 외에 이슬람주의 집단에 대한 견제는 종교를 넘어서는 국왕의 권위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이해할 수 있으며, 각종 문화·스포츠 활성화 사업 역시 MBS의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파악할 수 있다.

    변화하는 사우디의 현실과 전망
    사우디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를 점검한다

    저자는 사우디의 행보에 주의 깊게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무함마드 빈 살만은 등장 이후 국제 사회에서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지만 실상 사우디 사회의 변화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산업다각화를 내세운 사우디 개발 계획의 대부분은 관광사업 일변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어마어마한 규모의 투입 재원은 대부분 해외 투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날로 줄어드는 국가 재정과 지나치게 거대한 규모의 프로젝트를 사우디가 감당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다시, 사우디아라비아』는 유례없는 초국가적 이벤트를 보다 총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한다. 각종 통계와 자료를 바탕으로 사우디 사회‧정치·경제의 정확한 분석을 제공하는 한편 현지에서 직접 겪은 사회 변화에 대한 에세이적 서술을 통해 사우디 사회의 풍경과 개혁의 현실도 알려준다. 현재 진행 중인 초대형 개발 사업 그리고 사우디라는 나라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을 가졌던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급격히 변화하는 사우디 사회와 그 전망을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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