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득표, 가능한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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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6월 04일 07: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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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외부에서는 "별 것 아니다"라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시민운동 진영 내에는 꽤 오랫동안 축적된 전문 역량이 있다. 같은 일을 오래 하다보면 생겨나는 전문성이라는 것이 있고, 특히 지역으로 내려갈수록 시민단체가 다른 어디보다 더 전문적인 영역이 있다.

시민운동 진영의 정치세력화 논의

남들이 별로 신경쓰지 않는, 작은 분야의 일에 상당 기간 천착하면서 생겨나는 전문성의 경우 우리나라의 시민단체는 대학이나 국책연구소를 뛰어넘는 부문도 분명히 있다. 이런 힘들이 지난 대선 때 민주노동당하고는 별 상관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시민운동 내 수많은 크고 작은 힘들은 올해 대선을 어떻게 치를 것인가에 대해서 심각한 논의가 있었다.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어디에선가 움직이고 있는 전문적인 역량과, 표를 작게는 1백표 혹은 1천 표 정도는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 대선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런 힘들이 모여서 일종의 ‘바게이닝 파워'(bargaining powre. 교섭력)를 만들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 때 나도 우리나라의 시민운동의 정치세력화 논의의 맨 앞에 서 있었던 적이 있었다. 내가 알기로는 현재의 논의는 대체적으로 세 개의 흐름으로 정리할 수 있다.

독자정당 창당, 손학규 결합, 민주노동당 지지

1) 시민운동의 정치세력화 흐름. 2000년 이후로 아직 계속 논의되고 있던 시민운동 자체가 하나의 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흐름이다. 노무현을 만들었던 사람들이 이 흐름 내에 있다.

2) 중도 흐름. 손학규를 염두에 두고, 꽤 오래 전부터 손학규와 결합하는 방법에 대해서 논의하던 흐름이 있다.

3) 민주노동당 흐름. 이 흐름은 상당히 암묵적인 흐름인데, 이번에는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라고 아주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사람들의 흐름이 있다.

나는 1번 그룹에 있다가 지금은 3번 그룹에 있는 셈이다. 다른 사람의 속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내 정치적 희망과 상관없이 이번 대선에서는 시민운동이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것이 옳다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많은 시민운동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문국현을 좋아한다. 아주 개인적인 선호이지만, 난 문국현이 대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 다른 흐름에서는 한명숙 전총리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총리 시절의 한명숙이 보여준 모습에서 많이 실망하고, 이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시민운동 내 다수가 좋아하는 문국현

그래서 최열 대표와 나는 노선이 갈렸고, 이제는 가는 길이 다르다. 정대화 교수와도 정치적으로는 가는 길이 다르다.

비슷하지만 조금씩 생각이 다른 사람으로 사회학 전공인 김정훈 박사(성공회대)가 있고, 전 문화연대 사무국장을 했던 지금종 전총장이 있다. 오랫동안 호흡을 같이 맞춰왔던 사람들이지만, 진보정당으로 민주노동당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가 조금씩 다르다.

나와 김정훈 박사를 비교하면 아마도 딱 이 중간에서 1번 노선과 3번 노선이 갈라지는 차이점이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김정훈 박사는 대체적으로 "민주노동당으로는 안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나도 이 생각에는 동의한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는 어떻게 할것이냐?"라고 질문하면, 나는 이번 대선에서는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고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힘을 모아주는 것 외에는 별로 할 일이 없지 않느냐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내가 답하지 못하는 질문은 딱 하나다. 그렇다면 2008년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 현 상태에서 나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 "모르겠다"가 솔직한 심경이다. 그래서 내가 대중 조직 ‘지도자’로서의 조직활동을 접고 조용히 건강을 추스리면서 비교적 담담하게 미래를 지켜보는 편이다.

   
 
▲ 정동 세실 레스토랑에서 열린 ‘2007 대선승리를 위한 창조한국미래구상’, ‘통합과 번영을 위한 국민운동’ 통합 기자간담회 모습
 

사람들은 왜 임종인에게 민노당으로 가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 현재 리트머스에 해당하는 사람은 두 사람이다. 김정훈 박사 입에서 "요번에는 민주노동당을 지지해야겠다"라는 말이 나온다면, 비교적 많은 시민운동의 역량들이 그렇게 판단했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은 지금은 혼자 서 있는 임종인 의원이다. 임종인 의원 근처에 있는 사람 그 누구도 "민주노동당에 합류하라"고 조언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왜 그가 현실적으로 유일한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에 합류할 수 없고, 그렇게 만드는 힘은 무엇인가?

시민운동의 모든 힘이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일은 벌어지지는 않는다. 어차피 힘을 모은다고 해봐야 우리나라의 시민운동이 전체 그림을 바꾸는 엄청난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대체적으로 내가 예상하면, 민주노동당 대선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얻을 수 있는 지지표는 △ 10% 근방 △ 20% 근방 △ 30% 근방, 이 세 가지 중에 하나일 것이다. 아무나 나와도 현재로서는 10% 정도는 득표를 할 것 같다. 누가 나와도 20%까지 득표를 올리지는 못한다. 기적이 벌어지면 30%까지 가는 경우를 전혀 배재할 수는 없다.

기적이 벌어지면 30% 득표도 배제할 수 없어

동어반복이기는 하지만, 30%까지 민주노동당이 이번 대선에서 득표할 수 있다면 사람들의 선택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역산에서 생각해보면, 김정훈 박사나 임종인 의원 같은 사람들의 판단이 중요한 것은 이런 사람들이 힘을 보태주는 경우에만 30%까지 갈 수 있고, 또 역으로 30% 정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이 드는 경우에만 그야말로 ‘대중적 파토스’라는 것이 생겨날 것이다.

나는 20%만 득표한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면 어렵지만 현실적으로 지혜를 모으면 해볼 수 있을 정도의 목표인데, 30%는 지혜만 가지고 되는 일은 결코 아닐 것이다.

2. 파토스의 시대

민주노동당이 시민운동의 힘을 모아내기에는 선행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남은 대선 기간 동안에 그 일들을 처리하기에는 역량도 부족하고, 경험도 부족하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그러나 어차피 시민운동은 집단적으로 무엇인가 결정해서 한꺼번에 특정 정치집단을 지지하거나 의사를 표명하는 방식으로는 움직이기 어려운 조직구조를 가지고 있고, 또 작동원리가 그렇다.

지금 같으면 ‘티끌 모아 태산’이 시민운동을 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최열 대표와 박원순 변호사 같은 1세대들이 가는 길은 지금종 전총장나 김정훈 박사 같은 2세대들이 가는 길과는 다르다. 2세대들의 일부는 이미 민주노동당을 선택하였거나, 아직도 갈등 중이다.

그래서 정책이 중요하다

이 2세대들의 파토스를 만드는 일이 현실적으로 민주노동당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내 판단이다. 그래서 정책이 중요하다. 정당을 지지하는 일은 정치적으로도 판단이 필요한 일이고, 2세대 시민단체 지도자들에게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정책적 지지를 하는 일은 그렇게 큰 용기가 필요하지는 않고, 훨씬 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들이 열린다.

30%라면 현재의 민주노동당이 생각하기에는 하늘과 같은 수치이다. 현실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이라면 감히 입에서 꺼낼 수 없도록 높은 수치라는 것이 객관적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50%와 30%는 분명히 다르다. 50%는 두 사람 중에서 한 명이 끄덕거릴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거나 아니면 전설이 필요하지만, 30%는 세 사람 중에서 한 명이 끄덕거릴 수 있는 숫자이다.

이런 차별화되는 공간이 우리나라에는 존재한다. 한미 FTA가 대체적으로 이 정도 숫자의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불만을 가지고 있다. 새만금에 대해서 아직 얘기하는 대선 후보는 없지만, 온 국민이 새만금을 기쁘게 보고 있을 것 같지만, 30% 정도의 국민은 새만금 매립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20%까지 가면 30%는 쉬울 수 있다

아주 ‘단단한 30% 전략’이라고 한다면 정책적인 얼개들을 만들 수는 있다. 민주노동당이 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서 20%를 만든다면, 침묵하고 아무런 흐름을 만들고 있지 않은 것 같은 시민사회의 보이지 않는 세력이 10%를 보태주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요란한 민주노동당 지지 선언이나 후보에 대한 개인적 지지 선언에 지금의 크고 작은 시민운동 단체의 상근자나 이들을 지원하는 사람들이 이름을 올리기는 어렵고, 또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정책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일은 별로 티나거나 소문나는 일은 아니지만, 국민의 10% 정도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우리나라의 시민사회의 정책을 매개로 한 지지는 지지율 보태주기를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5% 매니아 정당에서 30% 대중 정당으로 가려면

"어차피, 부르주아 운동하는 사람들 아니냐?"

그렇게 얘기하면 그만이지만, 5% 매니아 정당에서 30% 정도의 대중적 지지를 움직일 수 있는 정당이 되는 것도 지금 시대에 민주노동당에 얹혀진 역사적 소명이라는 것이 내 조심스러운 판단이다.

시민운동 내에서 부르주아 운동이라고 생각하면서 상근을 하거나 회비를 내고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사람들은 없다. 지금은 그런 편가르기가 중요한 때가 아니고, 대선에 힘을 보태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다. 선거라는 특수한 공간이라서 그렇다.

그렇다면 모든 시민운동과 혹은 또 다른 진보정당 운동들이 전부 민주노동당 안으로 들어와야 하는가?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질문은 "올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집중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3. 나도 대선을 말한다

나는 민주노동당에 불만 많은 사람이다. 이 얘기는 길게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얘기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민주노동당이 ‘선인’이라고 생각한 적이 거의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좌파에서 대선 공간에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민주노동당 밖에는 없다. 그것도 또 누구나 아는 일이다.

민주노동당의 세 후보에 대해서 말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나같이 한 발 떨어진 사람이 보기에는 누가 되나 마찬가지다. 어차피 하한선이 5%, 상한선이 20%인 공간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그건 민주노동당이라는 객관적 실체 자체가 그 정도의 잠재성 내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지금’ 감동을 주고 조언을 구하라

그러나 이런 대선 후보들 외에도 분명히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수없는 ‘티끌’들이 움직일 수 있게 되어야 30% 정도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에는 10%까지 만들 수 있는 기획자가 있고, 20%까지는 만들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활동가들이 있다. 이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그러나 30%까지 가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좌파들의 파토스가 필요하다. 이 파토스의 기획자는 지금 존재하지 않는다. "누가",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나는 모른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수많은 활동가에게 감동을 줄 때 비로소 30%에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은 명확해보인다.

감동을 준다면, "지금" 주어야 한다. 도와달라고 말할 것이라면 "지금" 말해야 한다.

대중지도자와 대중정치인은 결국은 ‘진실’을 둘러싼 ‘과학’의 공간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의 파토스의 공간에서 움직이게 된다.

"좌파들이 자존심을 걸고 파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대선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나에게 이 번 대선에서 한 마디를 하라고 하면 이 한 마디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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