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블랙리스트'
    피해자들, 집단 소송 나선다
    ‘실체 알 수 없는 문서’라고 했다가, 사건 확대되자 제보자 고소
        2024년 03월 13일 10: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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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사회단체가 ‘블랙리스트’ 명단을 만들어 채용에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이 불거진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하겠다고 밝혔다.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 대책위) 등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까지 피해가 80여명에게 연락을 받았다. 3월 중 법적 대응 의사가 분명한 피해자들부터 집단 고소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쿠팡은 지난달 한 언론을 통해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되자 ‘실체를 알 수 없는 문서’라고 주장했다가, 사건이 확대되자 제보자를 영업기밀과 비밀자료 유출로 고소했다. 이 밖에 블랙리스크 문제를 제기한 단체와 법조인, 언론인까지 모두 고소했다.

    쿠팡 블랙리스트 공익 제보자도 이날 회견에 참석해 쿠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제보자인 김준호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책국장은 “저는 2022년 11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쿠팡풀필먼트에서 단기직 업무 교육을 받던 중 처음 블랙리스트를 접하게 됐다”며 “사원평정 대상자들을 제외하고 채용해야 한다고 교육을 받았는데, 사원평정 대상자에 ‘JTBC 작가’ 이름이 입력돼있는 것을 보고 블랙리스트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무 당시 업무를 잘 못하거나 관리자와 다툼이 있었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됐다”고 부연했다.

    김 국장은 공동 제보자에게 2017년 9월 20일부터 2024년 10월 17일까지 총1만6천여 명의 이름이 올라간 블랙리스트 문건을 받았다. 평생 채용 금지를 뜻하는 암호코드인 ‘대구1센터’로 등재된 사람이 7천971명에 달한다.

    블랙리스트 등재 사유엔 ‘정상적 업무수행 불가능·안전사고 우려’가 가장 많았고, ‘비자발적 계약종료’와 ‘수습 비적격’ 등이 뒤를 이었다.

    노조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정상적 업무수행 불가능·안전사고 우려’ 사유에는 피해자들이 지원시 심장 이식, 허리디스크 이력, 대장민감증, 조울증, 빈혈 등의 질병을 기재하자 근무가 반려됐고 이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등재됐다.

    또 일하다 쓰러지자 이후 추후 모든 지원에서 채용이 탈락됐고, 일하는 도중 다쳐서 근무 정지가 정지된 후 재계약 거절 통보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이 밖에 블랙리스트 등재 사유 중엔 ‘일과 삶 균형’, ‘육아·가족돌봄’, ‘학업’ 등도 있었다.

    김 국장은 폭로한 블랙리스트가 출처가 불분명한 문서라는 쿠팡 측의 주장에 대해 “쿠팡이 첫 의혹 제기 뒤에는 ‘출처 불명의 문서’라고 해놓고 나중에는 ‘기밀을 유출했다’며 고소했는데 이는 결국 리스트가 쿠팡이 작성한 문서라는 점을 자인한 것”이라며 “(블랙리스트의) 도메인 주소에서도 스스로 ‘blacklist’라고 명기하고 있다”고 했다.

    대책위는 “쿠팡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사용하는 행위는 헌법상 국민의 직업의 자유와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이자 “노조 가입 및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부당 노동 행위이고, 개인정보를 수집 목적 범위를 초과하여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함으로써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헌법질서 유린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성용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은 “쿠팡 블랙리스트의 본질은 불안정고용과 쉬운 해고”라며 “쿠팡은 블랙리스트를 철폐하고, 이번 사태의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사과를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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