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교조 “늘봄 행정 업무,
    교사가 떠맡거나 투입돼...폐기가 답”
        2024년 03월 12일 05: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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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지난 4일부터 시행한 늘봄학교 정책이 대대적 홍보와 달리 인력 및 공간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아 각종 혼란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사가 관련 행정 업무를 떠맡거나, 교사가 프로그램 강사로 투입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늘봄학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답 없는 늘봄학교, 정책 폐기가 답”이라고 밝혔다.

    사진=전교조

    전교조는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늘봄학교를 운영하는 611개 학교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53.7%는 늘봄학교 프로그램에 교사가 참여하고 있다고 답했다. 방과후 강사, 예술 강사 등 강사 직종이 늘봄 프로그램을 맡는 경우는 39.5%(277개교), 돌봄전담사 등 교육공무직은 6.8%에 불과했다.

    늘봄학교 행정 업무 담당자 유형은 기간제 교사와 정교사, 교감을 포함한 교원이 89.2%(545개교)로 가장 많았다. 특히 강사 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도서·벽지 소재 학교가 많은 지역일수록 늘봄 운영에 교사가 투입되는 사례가 많았다.

    교육부 당초 올해 1학기까는 기간제 교사에게 늘봄 행정 업무를 부과할 예정이었으나,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지 못하거나 기간제 교사가 채용되자마자 행정 업무를 처리하기 어려운 학교의 경우 기존 교원(교감, 교사 등)도 업무에 투입했다.

    늘봄 행정 업무를 담당할 기간제 교사를 미채용한 경우는 응답자 중 17.3%에 달했는데, 그 이유는 ‘채용 공고에 지원한 사람이 없다’(81%)가 가장 많았다.

    기간제 교사가 없는 경우 늘봄 행정업무는 기존 교원(55.5%)이 떠안았다. 별도 인력을 채용했다는 경우는 27%에 불과했다.

    무분별한 기간제 교사 채용으로 혼란이 발생하는 일도 있었다. 기간제 교사 채용 과정에서 소지한 교원 자격과 다른 교과에 해당 인력을 투입한 사례 다수 발생하고, 기간제 교사에게 과도한 업무를 부여해 채용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었다. 또 채용한 기간제 교사가 초등 저학년 지도에 어려움을 겪어 담임교사가 함께 수업에 투입된 경우도 있었다.

    늘봄학교 공간 부족으로 교육과정 운영에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도 있었다.

    현장 교원들은 교실을 늘봄 공간으로 활용하는 경우에 대해 “별도 업무 공간이 마련되지 않아 학교 복도에서 업무를 할 때도 있었다”며 근무 여건 악화를 호소했다.

    담임 교사가 한글 미해득 학생이나 기초학력 증진을 위한 추가 학습을 진행할 경우, 교실 외 장소를 추가로 찾아다니거나 공간이 없어서 방과후 지도를 포기한 사례도 발생했다.

    이외에도 특별실(과학실, 도서관 등)을 활용하기 위해 특별실 활용 수업을 축소하거나 교육과정 시수를 무리하게 변경하는 등 공간 부족으로 인해 다양한 파행 사례가 발생했다.

    전교조는 “정부는 아무 문제 없이 늘봄학교를 추진할 수 있을 것처럼 각종 홍보와 광고에 몰두했으나, 늘봄 실무를 도맡아야 했던 학교 현장은 결국 각종 문제에 직면했다”며 “학교에 모든 책임과 업무를 떠넘기는 늘봄학교는 돌봄의 공공성도, 교육의 질도 담보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돌봄에서 소외된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이미 존재하는 지자체 돌봄 기관들과 학교 돌봄을 연계할 방안부터 마련하라”며 “교육부는 허울뿐인 소통이 아니라 진짜 현장 의견을 수렴해 부실한 늘봄학교 전면 도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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