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관위의 직무유기 규탄
    [기자생각] 위성정당의 위장당원들
        2024년 03월 06일 01: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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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성정당은 헌법과 정당법, 기타 관련 법에서 규정하는 ‘정당’에 해당하는가?

    헌법 8조에서는 ‘정당의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당법의 2조(정의)에서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이라고 규정한다. 위성‘정당’은 과연 그런 정당인가?

    위성정당을 둘러싼 논란을 통해 국민들은 이미 당사자들이 뭐라고 변명하든, 모(母)정당의 비례대표 의석 최대화를 위해 모정당에서 파생한 위장정당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민주성 자주성 자발성’의 의미가 전혀 없는 말 그대로 정치이익의 극대화를 위한 위장, 가짜정당이라는 것을 국민들이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선관위는 이러한 위장정당의 등록을 2020년 총선부터 허용하고 있다.

    작년 7월 헌법재판소는 자유한국당 등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189조 2항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5건에 대해 4년만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렇지만 헌재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초래한 위성정당 창설에 대해선 제도 개선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 준연동형 선거제도의 합헌성을 인정했지만 그 부작용 특히 위성정당에 대해서는 방지 및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헌재는 판결에서 “21대 총선에서 거대 정당의 위성정당이 창당되어 비례대표 선거에만 후보자를 추천하는 현상이 발생하였고, 다른 어느 때보다 양당체제가 심화한 결과를 보여주었다”며 “선거법 189조 2항의 의석 배분 조항이 무력화되지 않고 선거의 비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거대 정당의 선거전략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선관위와 국회는 관련한 후속작업을 전혀 진행하지 않았고, 다시 2024년 총선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라는 거대 양당은 국민의미래, 더불어민주연합이라는 위성정당을 다시 창당하여 이익의 극대화를 모색하고 있다.

    위성정당 사태는 준연동형 선거제도 도입를 둘러싼 파행과 갈등이 핵심이기에 이를 둘러싼 정치적 입법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수적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위성정당’의 존재는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정당과 선거라는 필수 장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 정치에 대한 냉소, 혐오를 극대화하는 암울한 효과를 낳고 있다. 이게 더 중요하다. 그리고 결국 선거와 정당이 아닌 직접적 대중동원의 정치를 더 부채질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 선거제도, 의회, 선거와 같은 제도와 시스템이 무력화되거나 주변화되는 현상은 이미 팬덤 정치, 빠 정치로 돌아오고 있다. 특정 세력의 득실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 전체의 자기파괴적 결과로 돌아올 뿐이라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멍청하고 어리석은 정치권과 소위 정치 지도자라는 자들의 행태이다.

    그럼 우리는 손 놓고 있어야만 하나?

    국회와 거대 정당들에게, 선관위에게 역할을 촉구하고 무기력하게 있는 게 답은 아니다. 위성정당 위장정당에 대한 최소한의 저항이라도 도모해야 하지 않을까? 선거에서 표로 위성정당을 응징하는 것은 이미 거대 정당의 지지자들이 이 부조리에 순응하는 현실에서 쉽지 않다. 그럼 현행 법률과 제도를 통해 막을 수 있는 여지는 없나?

    작은 정당이라도 창당하는 과정의 고단함과 어려움, 제도적 진입 장벽의 엄격함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은 그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만큼 정당이라는 것이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조직이기 때문일 거다. 중앙당을 창당하기 위해서는 시도당 5곳 이상에서 각 1,000명 이상의 당원이 참여해야 하는 요건도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엄격한 기준이다.

    위성정당의 대표자나 총선 후보자들(지역구 후보가 없는 위장정당이기에 비례대표 후보들이겠지만)이 기존의 모정당에서 탈당하여 당적을 임시로 위성정당으로 옮기는 뻔뻔한 행위가 당연시되는 분위기가 안타깝지만, 이미 그렇게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시도당 1,000여명 이상의 당원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시도선관위에 신고된 그 수천명의 당원들은 자발적으로 입당한 사람들일까? 누구나 다 위성정당 임시정당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들은 자발적으로 입당했을까? 아마도 대다수는 기존 정당에서 잠시 이동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그런 위성정당으로 탈당·이적을 동의하고 진행했을까? 그런 합리적인 의문이 든다. 당연히 선관위는 이런 합리적 의심을 갖고 행정사무에 임해야 한다. 우리 정당법은 복수당적을 금지하고 있다. 최소한 5000여명의 당원이 필요한 위성정당이, 대표자와 비례대표 후보자 몇몇이 아니라 그 수천명의 당원들이 모정당의 당적을 단 몇 %라도 갖고 있다면 그 위성정당은 합법적으로 등록할 수 없다.

    창당 과정에서 당원들의 입당 원서에 직업란을 표기하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유는 그 규정의 정당성과는 별개로 현행 법으로는 정당 가입이 금지된 교사와 공무원 등의 입당을 거르기 위한 것이다. 위성정당에서는 직업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당연히 모정당,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이중당적을 꼼꼼히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과정을 거쳤을지 의문이다.

    상당한 열정적 지지자를 확보하고 있는 개혁신당도 시도당-중앙당 등록 과정을 2달 정도 걸려서 완료했다. 지금 인기가 제법 많은 조국혁신당은 아직 법적으로는 중앙당 등록을 마치지 못했다.(3월 6일 현재까지의 중앙선관위 등록 상황) 그래도 이 정당의 당원들은 다른 정당과의 이중당적이 우려되는 위성정당 사례와는 다르다. 그런데 이미 국민의당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2월 27일 중앙당 등록이 끝났다.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아직 법률적 창당을 완료하지 않았다.

    보통의 정당들은 창당을 하기 위해 창당준비위원회(창준위)를 꾸리고 당원 모집 등의 활동을 거쳐 창당을 하는데 두 위성정당은 그런 창준위 과정도 밟지 않은 속도전을 전개하고 있다. 어디선가 급조된 위장 당원들을 집단적으로 이적하고 옮기는 작업을 진행했거나 하고 있다는 의심부터 들지 않나? 그런데 과연 선관위는 그 과정을 철저하게 감독 관리하고 있는가?

    그것만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은 정당법 41조의 “등록된 정당이 사용 중인 명칭과 뚜렷이 구별되어야 한다”는 조항에도 걸리고 로고를 보면 그 유사성은 더 도드라진다. 소수정당의 창당 과정에서는 당명, 로고 등에 대해서도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내는 선관위의 활동을 익히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위성정당의 창당이 이렇게 순조롭다는 게 경이롭다. 공직선거법 제88조(타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금지)는 다른 정당이나 그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는데,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국민의미래를 직할정당으로 규정하고 열심히 알리고 홍보하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도 더불어민주연합을 위한 선거운동에 당연히 나설 것이다.

    그런데 이런 행태에 대해 선관위는 이번 총선시기에도 수수방관할 듯한데 위성정당이 아니라 위성정당의 창당 과정, 선거 과정에 대한 선관위의 직무유기를 비판하고 감사원이나 법원에 선관위의 책임을 묻고 창당 승인 불허 가처분 소송 등의 실천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절박한 마음이 든다. 거대한 괴물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큰 무기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그의 발밑에 모래가루라도 뿌리고 흩트려 넘어뜨리는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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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위성정당 위장정당과 관련한 헌법과 정당법 조항 중 대표적인 것만 모아봐도 아래와 같다.

    헌법 제8조 ①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 ②정당은 그 목적ㆍ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

    정당법 제1조(목적) 이 법은 정당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확보하고 정당의 민주적인 조직과 활동을 보장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정당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정당”이라 함은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을 말한다.

    정당법 제41조(유사명칭 등의 사용금지) ①이 법에 의하여 등록된 정당이 아니면 그 명칭에 정당임을 표시하는 문자를 사용하지 못한다. ②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여 해산된 정당의 명칭과 같은 명칭은 정당의 명칭으로 다시 사용하지 못한다. ③창당준비위원회 및 정당의 명칭(약칭 포함)은 이미 신고된 창당준비위원회 및 등록된 정당이 사용 중인 명칭과 뚜렷이 구별되어야 한다.

    정당법 제42조(강제입당 등의 금지) ①누구든지 본인의 자유의사에 의하는 승낙 없이 정당가입 또는 탈당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다만, 당원의 제명처분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누구든지 2 이상의 정당의 당원이 되지 못한다.

    공직선거법 제47조(정당의 후보자추천) ②정당이 제1항에 따라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야 한다

    공직선거법 제88조(타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금지) 후보자, 선거사무장, 선거연락소장, 선거사무원, 회계책임자, 연설원, 대담·토론자는 다른 정당이나 선거구가 같거나 일부 겹치는 다른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장, 전 진보신당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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