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에너지 전환에 직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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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5월 29일 03: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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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구 온난화와 석유 정점 위기 앞에서

    올해 들어 지구 온난화로 인한 전 지구적 재앙의 경고와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잇따르고 있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은 2월, 온난화의 책임이 대부분 인간에게 있는 것이 90% 이상 확실하다며 지구적 대책을 촉구하였다.

    이어 4월에는 온난화로 인한 폭우, 가뭄, 홍수 등 기상재해가 더 강력하고 자주 발생할 것이며, 기후 변화로 가장 최대 피해를 보는 지역이 아시아 국가임을 밝혔다. 동남아시아에선 2050년까지 가뭄으로 인해 곡물 생산이 최대 30% 감소할 것이고, 한국이 속한 동아시아도 온난화로 태풍 발생이 늘어나고 폭우의 빈도 역시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두 보고서는 이산화탄소 방출량 억제를 위한 행동이 시급함을 보여주었다.

    한편, 세계경제포럼인 다보스포럼에서도 기후 변화는 주요한 의제가 되었다. 지난 2월 열린 다보스포럼에서는 향후 10년간 기후변화로 인해 최대 2,50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리고 포럼에 참석한 CEO의 38%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환경변화가 앞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았다.

    즉, 지구 온난화 문제는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서 산업 경제, 사회의 존속까지도 결정하는 중심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경고에 가장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곳은 유럽 연합이다. 환경문제에 관한한 높은 국민적 공감대를 다져온 유럽연합에서는 정부간 패널 보고서가 나온 다음 달인 3월,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환경의제’ 채택을 위해 브뤼셀에 모여 온난화 대책을 합의하였다.

    즉,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기준 20% 감축한다는 목표에 27개 회원국들이 합의한 것이다. 초안에 따르면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60-80%까지 감축하고 2020년까지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20%를 수력, 풍력, 태양열 등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한편, 그간 온난화 대책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던 영국 정부도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정부로서는 처음으로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해 오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60% 삭감하는 것을 의무로 하는 기후변화 관련 법안을 마련한 것이다.

    지구 온난화 문제와 아울러 에너지 정책에 변화를 초래하고 있는 것은 석유 정점에 관한 논의이다. 석유정점론자들은 2010년경에 석유생산량이 정점에 달할 것이고, 그후로 석유생산이 줄어드는데 반해, 석유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전세계에 석유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캠브리지 에너지 연구협회와 같은 곳에서는 물이나 이산화탄소를 삽입해서 암석으로부터 더 많은 석유를 뽑아내는 2차 추출 방식과 석유 점액성을 낮추는 증기 삽입으로 석유 추출을 하는 3차 추출 기술이 기술 발달과 석유 가격 변동에 따라 경제적인 기술로 이용 가능해져서 추출량에 급격한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런 공방에도 불구하고, 석유 정점 이론의 반대자건 옹호자이건 현존하는 유전에서 생산될 석유의 양이 감소할 것이고, 이에 따라 에너지원으로서 석유 확보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에너지원으로서 석유의 경제성이 지금과는 달라지리라는 데에는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석유 자원의 이런 한계를 인식하여, 최대 석유 소비국인 미국에서도 2006년에 에너지의 석유 의존 감소를 내용으로 하는 에너지 전략을 수립하게 되었다. 이렇게 지구 온난화와 석유 정점 논의를 배경으로 세계 각국의 에너지 정책이 전환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2. 에너지 위기 대안과 미래 산업으로서 재생가능에너지

    기후 변화와 석유정점이라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타개해나가고 있는 국가들 중의 하나가 덴마크이다. 30여년 간의 50%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2004년 현재도 1970년대 에너지 소비 수준을 유지할 정도로 덴마크의 에너지 정책은 환경친화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인식 덕분인지, 덴마크 교통과 에너지부에서는 이미 2004년 3월에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에너지 전략 2025”를 내놓았다. 이 전략은 에너지 소비의 효율화, 재생가능에너지 확산을 통한 에너지원의 다양화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함과 동시에 불안정한 석유 자원의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재생가능에너지 기술과 에너지 효율 기술 개발로 에너지 산업을 육성하여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경제적 목표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덴마크 에너지 정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덴마크 정부에서 에너지 소비 노력을 강화하기 위해 2005년 6월에 각 정당들과 “수송 분야를 포함하는 전 분야의 에너지 소비를 감소해야 한다”는 목표를 두고 정치 협약을 체결하였다는 점이다. 협약의 내용에는 2006년에서 2013년까지 연간 평균 7.5PJ(Petajoule)을 감축한다는 목표치도 들어가 있었다.

    수송 분야에 대해서는 에너지 소비 절감 대책 뿐만 아니라 바이오 연료 대체를 통해 석유 의존을 낮춘다는 계획도 수립되었다. 한편,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위해 덴마크 에너지국(DEA: Danish Energy Authority)에서는 2025년까지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생산을 35%까지 높인다는 시나리오를 작성하였다.

    에너지국에서는 석유 가격의 급등 여하에 따라 풍력과 바이오매스를 이용해 총전력의 80%까지 충당할 수 있다고 보았다.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위해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 에너지 세금 면제, 이산화탄소세 등의 정책들이 실행되어왔고, 이후로도 지속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재생가능에너지 시장 확대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에서도 덴마크 정부에 의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덴마크의 경우 1990년대 초만 해도 풍력 산업 종사자는 수천명에 지나지 않았지만,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풍력발전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2002년에 풍력단지에 직간접으로 고용된 사람은 21000명에 이르게 되었다.

    재생가능에너지 확대가 현재의 에너지 위기와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음을 확신하고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정책적 전환을 꾀하고 있는 또 다른 국가가 독일이다. 정부간 패널 보고서 발표가 있던 2월 독일 연방환경부에서는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전략” 시나리오를 새로이 내놓았다.

    이 전략에 따르면, 2010년 재생가능에너지는 일차에너지의 8.4%를 담당하고, 이후 이 비율은 2020년에는 15.7%로, 다시 2050년에는 48.5%로 증가한다. 독일에서 사용되는 일차에너지의 절반을 재생가능에너지가 담당한다는 것이다.

    최종 소비 전력에서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차에너지 비중에 비해 훨씬 높아진다. 이 전략에 따르면, 독일 원자력이 모두 폐쇄되는 2030년에 소비 전력의 절반은 재생 가능에너지로 충당된다.

       
     

    물론, 이런 전략의 전제가 되는 것은 앞서 덴마크 정책에서와 마찬가지로 에너지 수요의 감소이다. 독일 정부는 2050년까지의 에너지 수요를 1990년의 50% 수준으로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목표가 결코 허황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독일은 2008년-12년 사이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방출량의 21%로 줄여야할 의무를 갖고 있는데, 이미 2004년에 에너지 효율 향상을 통한 에너지 소비 감소에 크게 의존해서 이 방출량을 19%로 줄이는데 성공한 것이다.

    한편, 최근 독일 연방환경부에서 나온 보고서는 재생가능에너지 정책이 갖는 환경적 효과 만큼이나 경제적 효과도 크다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 독일연방환경부의 연구에 따르면, 2004년 재생가능부문 총 고용수 157,000명(풍력에 64000, 바이오에너지 부문에 57000, 태양 에너지, 수력과 지열에 36000)인데, 이 고용수는 2020년에는 300,000으로 증가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고용 증가는 2000년 1억유러에 불과하던 태양광발전 매출액이 2006년에 37억 유러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정책이 고용 창출이라는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REPP(재생가능에너지정책프로젝트)에서는 2006년에 미연방정부에서 발전 분야 이산화탄소 방출 안정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이 목적을 위해서 10년간 18,500MW의 재생가능용량을 해마다 더해가기로 하면, 관련 기업들이 산재해있는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95000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연구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캘리포니아주에 대한 2002년의 또 다른 보고서는 천연가스 발전의 경우 1MW 당 1.02명의 일자리 창출에 불과하지만, 풍력의 경우 2.57명, 태양광의 경우 7.14명, 태양열의 경우 5.71명의 고용창출이 일어난다는 결론을 내놓은 바 있다. 즉, 풍력이 천연가스에 비해 70% 이상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석탄 광산에 비하면, 풍력과 태양에너지는 1달러 투자당 40% 정도 더 많은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낳는다.

    이렇게 유럽 및 미국 주정부 등에서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기후 변화 해결, 미래세대 에너지 안보의 확보와 더불어 고용 창출이라는 경제적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3. 에너지 전환이 요구되는 한국

    한국의 에너지 소비와 수급 구조를 들여다보면, 우리가 현재의 기후 변화와 석유 위기 상황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가를 알 수 있다.

    한국의 에너지 소비를 보면, 1970년부터 80년까지 10년 동안 에너지 소비가 연평균 8.4%씩 증가했는데, 이 추세는 80년대에도 이어져 90년까지 7.8% 증가했고, 2000년까지도 7.5%를 유지했다. 80년대 경제성장률 9%에 비해 90년대 경제성장률은 6.2%로 줄어들었지만, 에너지소비 증가율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즉, 생산 단위당 에너지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해서, 에너지 효율이 악화되어왔음을 알 수 있다.

       
     

    일인당 에너지 소비는 우리 사회가 에너지 다소비 사회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데, 국제에너지 기구 통계에 따르면 일본은 4.06, 독일 4.20, 영국은 3.83, 스위스는 3.72에 머무르고 있었다. 사용된 에너지 소비를 석유로 환산하게 되면, 1980년부터 20년간 에너지 소비는 4.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장이 50% 성장하였지만, 에너지 소비는 1970년대 수준으로 머물고 있는 덴마크의 경우와 상당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에너지 소비 증가 추세가 2000년대 들어 둔화되기 시작했지만, 에너지 소비 감소를 위한 획기적인 정책이 없는 한 일인당 에너지 소비는 7.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에너지원 구성비는 2004년 통계에 따르면,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이 석유(45.7%), 다음이 석탄(24.1%), 원자력(14.8%), LNG(12.9%), 기타(재생가능에너지 포함, 1.8%)로 나타났다. 일차 에너지 수급이 전적으로 화석 연료인 석유와 석탄에 의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에너지 수급 구조가 이산화탄소 저감 정책에 의해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절반이 넘는 일차 에너지를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석유 정점으로 인한 위기에도 절대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일차 에너지 소비와 더불어 에너지 정책에서 중요한 통계가 전력 소비이다. 에너지 소비를 최종 소비자 측면에서 관찰하게 되면, 산업과 가정 수송 부문으로 보게 되는데, 이때 최종 소비되는 에너지는 수송을 제외하고는 대개 전력의 형태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에너지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이 전력을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 하는 것이고, 이들 소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이다. 전력 소비를 보게 되면, 일차 에너지 소비보다 전력 소비가 훨씬 빠르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1970년부터 80년까지 연평균 전력 소비 증가율은 15.5%, 그후 10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11.2%, 1990년부터 2000년까지 9.8%였다. 전력 소비 역시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 거의 증가를 보이지 않는데 비해, 우리의 경우 가파른 증가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속될 경우, 늘어나는 전력 수급을 맞추기 위해 우리가 치루어야할 경제적 비용은 다른 국가에 비해 훨씬 많게 된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보게 되면, 2006년 현재 96.6%를 수입에 의존하고 국내에서 조달하는 것은 3.4%에 불과하다. 국외 유가 상황이나 자원 고갈에 좌지우지 될 수 밖에 없는 현황이다.

    이렇게 높은 수입의존도로 인해 우리 에너지 정책에서 가장 중심적인 문제가 바로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이다. 이를 위해 해외에너지 자주 개발이 언급되고 있지만 국제적인 에너지 확보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재, 이 정책은 뚜렷한 한계를 안고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전적으로 해외에 의존해야 하는 에너지원에 기반하고 있는 에너지 수급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 재생가능에너지와 같이 자립적인 에너지 수급을 가능하게 하는 에너지원 비중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덴마크나 독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여 절대적인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것과 동시에 재생가능에너지 증대를 높여 에너지 수급의 자립을 추구하는 것이 기후 변화와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내놓은 ꡒ에너지비전2030ꡓ이나 “제 3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보여주는 행보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에너지비전”은 신재생에너지보급율을 2005년의 2.1%에서 9%로 높이고, 석유 의존도를 현재의 44%에서 35%로 낮춘다는 발전적인 제안을 내놓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에너지 전환을 지향하고 있지는 않다.

    에너지 수요 절감 대신에 외교를 통한 석유 자원 등의 자주개발이 우선하고, 재생가능에너지의 획기적인 확충 대신 원자력과 수소 경제를 토대로 한 이산화탄소 방출량 억제가 선호되고 있다. 이는 우리 에너지 정책이 지속 가능 사회라는 보다 폭넓은 지향점보다는 산업 정책에 부속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재생가능에너지 정책이 실질적인 의미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은 3차 전력 수급기본계획에서도 드러난다.

    이에 따르면, 2020년까지 전력의 43%는 원자력이 담당하게 된다. 재생가능에너지로 얻는 전력의 비율은 수력 포함해서 1.5%에 불과하다. 소비전력의 30%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하고자 하는 독일의 정책에 비하면, 우리의 정책은 그저 구색 갖추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정책은 결국 위기에 허약한 우리의 에너지 수급 구조를 더욱 악화시키기만 할 것이다. 정책 전환은 더이상 미루어져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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