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바와 사회·문화적
    이해 깊어지는 계기 되길
    [L/A칼럼] 한국과 쿠바, 역사적 수교
        2024년 02월 19일 10:2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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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2월 14일, 쿠바는 한국과의 수교를 발표했다. 1959년 쿠바혁명 성공 후 피델 카스트로는 2006년까지 대통령이었고 동생인 라울은 2006년에서 2018년까지 국가수반이었다. 쿠바의 입장에서 경제 강국인 한국과 수교를 원한 것은 아마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쿠바와의 교류를 통해 정치, 경제적 이익 외에 사회적, 문화적 이해도 깊이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전통적으로 우리의 대 중남미 외교정책 방향은 북한과의 대결로 인한 정치적 이익추구 또는 수출 및 투자 진흥에만 집중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쿠바는 공동체적이고 대안적인 의료 시스템구축과 생태관광의 특성을 통해 우리에게 주는 새로운 정책개발의 시사점이 크다. 더군다나 우리 사회는 현재 의사 수 정원확대를 계기로 하여 의료 공공성 확보와 의료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쿠바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사회, 문화적으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대략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쿠바 독립 이후 라틴아메리카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있어 개인주의적인 자유(리버럴) 자본주의 대신에 공동체적 연대를 강조하는데, 관련해서 탁월한 업적의 시인 호세 마르티를 들 수 있다. 둘째 “Casa de las Americas”(아메리카의 집)가 수행한 라틴아메리카 문학, 문화연구, 출판 등의 영향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 기관은 1959년 쿠바혁명 성공 직후 라틴아메리카에 사회문화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피델이 쿠바산 시가를 작고한 가르시아 마르께스 등의 라틴아메리카 작가들에게 선물했다는 에피소드도 유명하다. 셋째, 쿠바의 열대 카리브음악(살사, 메렝게 등)이 미국 뉴욕의 프로듀서를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짐으로써 쿠바의 ‘소프트’한 열대(트로피칼) 사회주의가 해외에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도 중요하다. 이런 흐름이 쿠바의 관광산업의 번영에도 밑돌을 놓은 것 같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데카르트식 패러다임 또는 경제발전 패러다임이, 자연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비유럽 중심적 관점에서 투쟁을 조직해온 새로운 사회운동의 논리와 힘을 이해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사회가 인식할 필요성이다. 다시 말해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우리 정부의 외교적인 전략의 확대를 이번 쿠바와의 국교 개설을 계기로 새롭게 모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현재의 지정학, 지경학적 상황은 어떤 중요한 역사적 분기점이 아닌가 하는 인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팽배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포르투갈의 사회학자인 산투스는 오늘날 글로벌 사우스가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노스에 대해 그동안의 자본주의, 식민주의, 가부장주의가 그들에게 끼친 약탈과 억압에 대한 청구서를 내밀기 시작하고 있고 그런 청구의 최전선에 라틴아메리카의 원주민과 아프리카계 후손이 주도한 사회운동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구는) 세계에 대한 비서구 중심적 이해 예를 들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서의 결정적인 문화적, 정치적 경험과 이니셔티브를 무시하거나 하찮은 것으로 치부해버렸다. 그러나 억압, 소외, 배제에 대항하여 글로벌 사우스에서 등장해온 저항의 문법 또는 운동의 이데올로기적 기반은 20세기에 걸쳐 우세함을 보인 지배적인 서구의 문화 및 정치적 흐름(좌우의 이념적 지평은 물론이고 신자유주의 흐름)과 관련이 거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지난 30 또는 40년 동안, 라틴아메리카에서 매우 정치적으로 활동한 원주민과 아프리카계 후손들의 운동이 그 가장 뛰어난 사례라 할 수 있다(산투스 2014, 21).

    특히 1990년의 에콰도르 원주민 운동이 중요했음을 지적하고 싶다. 그러나 이런 문제의 천착은 다른 기회로 미루고 여기서는 2021년 라울 카스트로가 미겔 디아스 카넬(Miguel Diaz Canel)에게 쿠바 공산당 제1서기의 권력을 승계한 이후 쿠바의 소위 개혁개방의 오늘을 살펴보기로 한다.

    미겔 디아스는 1960년생으로 쿠바 역사상 처음으로 혁명 이후 세대이다. 우선 그가 집권한 이후의 쿠바 경제는 매우 어렵다. 특히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오바마 이후에도 여러 이유로 여의치 않아(이를 통해 미국의 자유주의 엘리트층과 대중의 견해 차이가 상당히 벌어져있음을 알 수 있다), 1962년에 시작된 미국의 경제, 금융 재제와 봉쇄가 약 60년 이상 계속되고 있다. 쿠바가 2020년 UN총회에 제출한 보고에 의하면 이로써 약 1,400억불의 손해를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통적으로 쿠바와 ‘형제국가’인 멕시코의 대통령 로뻬스 오브라도르는 인권 차원에서 분노하고 즉각적인 봉쇄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요구에 대해 라틴아메리카는 진보, 보수를 떠나 동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바의 경제적 어려움은 사회주의 경제의 관료체제의 경직성에서 오는 경제적 비효율을 지적하는 전문가도 많다. 특히 젊은 세대의 반발이 크다. 그 예로 59년 혁명 이후 처음으로 전국에 걸쳐 일어난 2023년 7월 11일의 자유주의를 주장하는 대규모 시위를 들 수 있다. 혁명 당시에는 “조국 아니면 죽음”을 외쳤다면 이들 젊은이들은 “조국도 중요하고 삶도 중요하다”는 절규였다.

    만일 우리나라와 쿠바의 경제협력 모델이 성공한다면(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지나치게 트리클 다운(낙수효과)를 믿지 않는 인식전환을 이뤄야 할 것이지만) 나머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 예를 들어, 브라질과 볼리비아 등과의 경제통상 수준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저성장에 시달리는 우리에게 돌파구가 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의 상식과는 다르게 또한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국들의 현재 흐름과는 다르게,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수혜를 제일 많이 받은 우리나라로부터 무언가 배울 것이 있다는 생각을 라틴아메리카의 엘리트 지도그룹, 특히 좌파 엘리트들이 분명히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성공회대 민주주의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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