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래하는 전쟁위기에 맞서
    사회운동 무엇을 할 것인가?"
    2004 체제전환운동 포럼 7번째 세션
        2024년 02월 06일 01: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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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3일 오전 10시 대방역 스페이스 살림에서 체제전환운동 제7세션인 ‘도래하는 전쟁위기에 맞서 사회운동 무엇을 할 것인가’ 포럼이 열렸다. 사회를 맡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황수영 활동가는 “이번 포럼에서 지금 우리가 직면한 위기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위기에 맞서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두 가지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한다”라고 밝히며 다섯 명의 발제자와 질의응답 플로어 토론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다섯 명의 발제 중 박기형 서교인문사회연구실 활동가의 ‘국제질서 변동에 관한 지배 담론에서 놓치고 있는 것들’ 발제 내용을 소개한다.

    사진=필자

    국가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난 국제질서 인식의 중요성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서교인문사회연구실 박기형 활동가는 “중국에 대한 비판이 미국에 대한 옹호가 되고, 미국에 대한 비판이 중국에 대한 옹호가 되는 양자택일의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발제를 시작했다.

    국제질서 변동에 관한 담론을 ‘신냉전론’과 ‘전후질서 붕괴론’으로 구분했는데 박 활동가는 두 담론 모두 국가중심적 시각에서 탄생했으며 국제질서를 오직 국가중심주의 시각으로만 보는 것의 문제를 지적했다. 주요한 예시로 안보라는 이름의 경제적 쟁점들이 국가의 생존 문제로 환원되는 것과 강대국의 지정학적 문제로 환원되는 주류 담론을 비판하면서, 단순히 국경으로 집약될 수 없는 실질적인 쟁점을 잃어버리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는 강대국들 간의 경쟁과 공생의 모순적 구조를 타파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그 구조 속에 재생산되는 불평등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성격, 반인권적 행태, 거기서 벌어지는 억압과 착취를 전략적 연대라는 이름으로 무시해버리기도 한다며 국가중심적 시각은 그 속에 다양한 행위자와 존재자들이 겪는 사회경제적 쟁점을 은폐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를 포착하기 위해 지배담론이 빠뜨린 몇 가지 개념 즉 상호격차성, 자본축적과 계급갈등, 젠더, 생태, 인종과 같은 쟁점을 연결하는 식인 자본주의 논의가 필요하고 국경으로 가를 수 없는 경계지대의 얼룩덜룩함의 개념 등도 재고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국제질서 변동에 관한 새로운 인식론을 고찰하기 위해 신냉전론을 되짚으며 미국의 주류 외교 안보 엘리트들의 신냉전론은 세계화가 이뤄지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 등이 경제적으로 성장했고 그 결과 미국의 지위를 위협하게 되었기에 미국의 확고한 군사적 우위를 활용해 중국과 러시아 등 신흥국들을 견제하는 한편 미국을 중심으로 정치적 경제적 질서를 재편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신냉전은 결국 바이든 행정부가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는 동맹국이나 나토 가입국에 주를 이루지만 이에 반해 수많은 국가들이 중국 미국 러시아의 대결 구도 사이에서 양 진영의 경계에 자리하고 있으며 광범위한 반러 반중 전선 또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로 뭉친 연합이 결성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미국이 내건 자유주의 공세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걸 함의하고 있다고 했다.

    신냉전론의 한계들

    박 활동가는 반미·반제를 강조하는 좌파 버전의 신냉전론의 한계를 되짚으며 미국 제국주의만 비판하고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충분히 비판적으로 성찰하지 못하는 한계를 설명했다. 특히 중국 내의 경제 불평등이나 구조적 위험을 무시하거나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에 대항할 주요 거점이기에 연대를 강요하면 정작 중국과 러시아의 권위주의적이거나 반인권적 행태에 눈감아버릴 위험이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어 또 다른 의미에서 신냉전론 자체를 비판하고 신냉전을 반대하는 좌파 주장 중 진실 하나로 세계 곳곳 유럽과 미국에서도 민주주의 쇠퇴가 우려되고 있으며 미국 자신조차 자유주의나 민주주의 또는 국제적으로 합의된 규범조차 이행 못하고 있고 이는 미국과 대치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 또한 결코 자유롭지 못한다고 했다. 또한 경제적으로 국가 상호의존이 증대한 상황에서 중국이나 러시아 등과의 경쟁이 격화되고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여파가 개발도상국이나 빈곤국 주변부 경제를 악화시킨 뒤에 미국 경제에 타격이 가해지는 식이었다는 점도 꼬집었다.

    또한 신냉전론에 대한 서구 내 우려와 반발도 소개했다. 미국의 나토의 장기적 확대 경향은 유럽연합을 미국의 영향력 아래 옭아매는 결과를 낳았으며, 러시아의 군사적 침공 위협이 실질화되었고 독일을 비롯한 국가들에서 군축이 아닌 군비 증강 기조로 전환되면서 미국을 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자원을 분담해야 했고, 미국과 중동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 또한 높아진 점을 예로 들었다. 유럽에게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유럽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 변화가 강제되었고 결국 유럽에서 전쟁과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증대되면서 핵무기 비확산, 핵구축 억제에 대한 지지가 약화되었다는 것이다. 국제질서 안정을 위한 노력이 퇴행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신냉전론에 한계를 넘어 국제질서 공간의 다차원성과 불평등의 구조에 주목해야 함을 강조했다.

    전후질서 붕괴론의 물음들

    박 활동가는 신냉전론에 반론을 제기하는 것으로 전후질서 붕괴론을 들었다. 그는 발제문에 백승욱 교수의 논거를 제시했는데 백승욱 교수가 현 국제 정세가 냉전이 아니라 제1차 세계대전 전후와 유사하다고 강조한 점을 밝히며 그 근거로 ▲ 세계적 팬데믹의 발생 ▲ 자유주의 위기 ▲ 자기 조정적 시장 경제의 신화 붕괴 및 파시즘의 부상 ▲ 전시자본주의 등장을 소개했다.

    이에 박 활동가는 다양한 예를 소개하며 백승욱 교수가 미국의 다자주의와 자유주의 이념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안정성을 강조하는 데 그쳤으며 미국의 패권이 자유롭게 행사되던 시기를 냉전 시대에 투영한 회고적 상상의 담론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전후 질서에 대한 회의와 비판 그 일련의 예시들을 나열한 뒤, 주권 규범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건 미국, 중국, 러시아 모두 마찬가지이며 근본적으로 전후 국제질서가 과연 국제적이고 자유주의적이었으며 질서 정연하고 안정적이었는가 반문했다.

    전후질서 붕괴론에서 중요한 것은 국제규범의 중요성이며 여전히 국제규범은 국가들의 행동을 판단하는 기준점이 되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최근 주목할만한 사례로 23년 12월 29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에 대해 ‘국제 제노사이드 협약’의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며 국제사법재판소에 이스라엘을 제소한 일을 예로 들었다. 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국제규범의 정치적 가능성, 제노사이드의 대명사인 남아공이 제소의 주체라는 점 등을 유의미한 예로 들었다.

    현 정세가 사회운동에 제기하는 과제들

    앞서 말했듯 국제질서 지배담론에 관한 국가중심적 사고를 벗어나 세계와 지역, 지역과 사회를 가로지르는 상호교차성에 주목할 것을 요청하며 체제전환 운동의 세력화로 전쟁 체제와 군사주의 강화에 맞서고 공존을 지향하며 국제질서 변동을 마주하는 우리의 자세로 관계를 재발명할 것을 주장했다. 끝으로 체제전환을 지향하는 사회운동의 윤리적-정치적 실천은 최대주의가 아니라 최소주의에서 비로소 시작될 수 있을 것이란 점도 이야기하며 발표를 마쳤다.

    필자소개
    레디앙 현장 기자. 현장의 삶과 이야기를 기록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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