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하면 가정살림도 제대로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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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5월 22일 05: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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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표가 오늘(22일) 본격적으로 자신의 미래구상을 밝혔다. 역시 보수의 원조답게 화끈한 세금깍기를 제시한 것이다.

두 가지 방향이다. 우선 근로자 감세공약. 평범한 사람에게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물가연동소득세제를 비롯해 차량용 유류에 대한 교통세와 난방용 유류에 대한 특소세를 각 10%씩 깎겠다는 것이다.

다음은 경제활성화 감세공약. 늘 주장했던 법인세 인하다. 법인세 과표를 1억에서 2억으로 늘리고 2억 이하의 세율을 13%에서 10%로 3% 포인트 깎아준다는 것이다. 기타 소득공제와 세액공제제도 등도 있으나 이건 보수들이 늘 주장하던 것이라 새로울 것도 없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이다.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물가연동소득세와 감세로 인해 줄어들 연간 6조원의 세수이다.

물가연동소득세 – 왜 영미식 국가만 채택할까?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사진=박근혜 홈페이지)
 

물가연동소득세는 말 그대로 물가가 오르면 그에 연동하여 소득세의 과표도 올려 세금이 오르는 결과를 막겠다는 것이다. 일견 그럴듯 하다. 실질소득은 그대로인데 물가 좀 올랐다고 세금을 올리면 억울한 사정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터. 그러나 이러한 방식을 쓰는 나라들은 미국,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 영미식 신자유주의를 경제기조로 채택한 자본주의 나라들이다. 물론 복지체제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그렇다면 왜 유럽의 복지국가들은 채택하지 않았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세입은 세출과 맞춰야 한다. 가계부처럼. 물가가 올랐다면 복지혜택을 받는 저소득계층과 중간계층들은 그에 상응하는 가치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물가는 올랐지만 작년과 동일한 소비를 누릴 수 있는 급부만 받는다면 실질혜택은 줄어드는 것이다. 따라서 물가가 오르면 세금도 올라 세입도 많아져야 하고 그래야 이 재정으로 복지정책 등 재정지출을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고 물가가 오른만큼 세금도 걷지 않는다면 정부는 부채를 끌어않고 기존의 재정정책을 펼칠 수 밖에 없다. 아니면 복지와 행정서비스를 줄이던가. 이러한 감세정책으로 미국이 엄청난 재정적자를 갖거나 뉴질랜드에서 행정서비스를 민영화시키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결국 박근혜는 세입만 생각한 것이고 세출의 유지는 아예 무관심했던 것이다.

자유주의자와 보수주의자의 세금깎기 경쟁

법인세 인하도 마찬가지다. 보수들의 히트곡인 법인세 인하와 상속세 인하는 선거 때만 되면 트는 흘러간 옛노래이다. 법인세를 깎아준다고 해서 그 돈이 투자로 연결된다고 해석할 수 없다. 왜냐하면 법인세가 줄어들면 그 돈은 주식회사의 경우 배당으로 갈 확률이 큰데 결국 감세의 효과를 부자들이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가정신이 흐려져 설비투자가 부진한 한국경제에서 법인세 인하의 약효는 더욱 떨어진다. 상속세 인하는 거론할 가치조차 없다.

법인세와 상속세 인하는 세후소득의 격차를 더욱 벌여놓을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자의 절반 정도가 세금을 한푼도 안낼 정도로 소득이 적은데 부자들을 위한 감세로 빈익빈 부익부가 진행되면 소득양극화와 소비양극화는 엄청난 추세로 커질 것이며 세원 부족으로 우리나라 복지는 채 피기도 전에 저물고 말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자의 평균 실효세율(실제로 지출하는 세금의 비율)은 3.4%로 독일(21.1%), 미국(15.7%), 일본(7.3%)을 포함해 OECD 평균인 15.7%에 비해서도 세부담이 훨씬 낮은 형편이다.

노무현 정부가 소득세 전 구간을 1%포인트씩 인하한 적도 있다. 세금도 적은 판에 자유주의자와 보수주의자 간에 깎아주기 경쟁이 붙었다. ‘불황기에 재정정책을 더 펼치라’는 케인즈의 ‘보이는 손(visible hand)’은 한국의 보수들에겐 보이지 않나보다.

국가경제를 가정경제 운영하듯 해서야

가장 큰 문제는 줄어든 세수를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의 여부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밝힌 연간 6조원의 손실은 어떻게 새롭게 확보할 것인가? 

그는 “늘어난 공무원 축소, 기금정비, 중복사업 정리 등 정부혁신과 재정개혁으로 나라살림을 알뜰하게 하면 한해 9조원의 여유가 생긴다”고 한다. 정부혁신으로 ‘쓸모없는(?)’ 돈이 모아진다는 말도 의문이거니와 과연 매년(!) 재정개혁이 가능한 지도 의문이다. 그렇다면 예산편성을 매년 엉터리로 한 기획예산처를 없애면 될 일 아닌가?

박 전대표의 이 말이 매달 200만원으로 살림하던 주부에게 180만원만 주면서 반찬가지 수를 줄이지 말고 늘 먹던 대로 식탁을 차리라는 개념없는 남편의 말과 무엇이 다른가? 주부는 반드시 다른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애들 학원비를 줄이든지, 부모님 용돈을 줄이든지, 경조사비를 줄이든지 등등.

가정경제가 이렇거늘 국가경제를 책임지겠다는 대선 유력주자가 이렇듯 주먹구구식으로 감세를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고등학교 시절 배웠던 경제의 삼주체를 박근혜와 이명박은 기억하는가?

가계-기업-정부. 결국 박근혜의 수준은 가정경제를 뛰어넘지 못하는 것이고, 이명박의 수준은 기업을 뛰어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올 12월 뽑을 사람은 가장도, CEO도 아닌 한 나라의 살림을 책임지는 대통령이란 사실을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일깨워야 한다. 나라살림 거덜내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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