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공 스승은 누구인가?
    '동안거 강의' 잠입 취재기
    [기고] '사이비'와 '비즈니스'의 경계
        2024년 01월 29일 12:58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우연히 천공의 강의를 듣게 된 레디앙 독자 한 명이 강의 체험기를 기고 글로 보내주셨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익명으로 게시한다.<편집자>
    ———————-

    대통령실의 무리한 용산 이전을 비롯하여 국정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알려진 천공은 어떤 사람일까?

    천공에 관한 전체적인 소개는 나무위키 관련 항목에서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이 문서에 의하면 사이비 냄새가 솔솔 풍기는데, 정말일까? 여기를 보면 정식 호칭은 천공 스승이라 한다. 뜬금없이 천공 스승이 알고 싶어졌다.

    먼저 천공 스승의 주된 홍보채널인 유튜브를 둘러보자.

    무려 13,000개의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2011년에 채널을 개설했으니 단순 계산하면 1년에 천 개 이상의 동영상을 올린 셈이 된다.

    누적 조회수가 2억7천만회라면 엄청난 사람이 본 것 같은데, 하나하나 동영상의 조회수는 그리 많지 않다. 보통 동영상 하나당 조회수가 7천회~1만회 정도이다. 충성도 높은 1만명이 올라온 동영상을 꼬박꼬박 챙겨본다는 말이 되겠다. (참고로 13,000개의 동영상 중에 가장 조회수가 높은 동영상은 [정법강의] 4429강 애인이 있는 기혼자들 이며 조회수는 71만회이다.)

    현재 구독자는 9.6만명인데, 2021. 10. 8에 구독자는 8만3,100명이었으니 2년 3개월 동안 만삼천명 정도 늘어난 셈이다. 2억7천만뷰의 채널치고는 구독자의 증가는 매우 더딘 편이다.

    유투브의 주제는 세상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최근 한 달 이내에 언급한 내용만 보면 교권 회복, 의대쏠림 현상, 시니어 유학, 대학 위기, 기업가 정신, 스카우트 제의, 은퇴후 생활, 이스라엘 전쟁, 사돈 관계, 오버투어리즘, 엑스포 유치, 사교육비, 불교 총무원장의 자살, 치매 환자, 손해배상, 방산산업, 총선, 순창테마파크, 국회의원 특권 등이 있다.

    정말 종횡무진이다. 이 외에도 중년기의 외도, 바람직한 부부 생활, 배구선수 김연경의 훌륭함, 달러 기축통화의 힘과 블록체인, 신입사원 급의 잦은 이직에 대한 직장 선배의 대처법, 젊은 사람들이 매운맛을 선호하는 이유, 네이버-서울대 산학협력 발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한 백신 접종에 적극 동참해야 하는 까닭 등등이 있다.

    특이한 캐릭터다.

    나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정법시대 유튜브를 거쳐 홈페이지를 둘러봤다.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1월 21일에 동안거 강의를 한다고 되어있다. 회비가 30만원이다. 하루 강의 비용치고 싼 금액은 아니었지만 호기심을 억누르진 못했다. (허경영 생각하면 양반이다.)

    강좌 이름이 ‘2023 동안거 5회차 공부’이다.

    원래 동안거라 함은 보통 추운 겨울기간(음력 10월 보름부터 정월 보름까지) 동안 바깥 출입을 끊고 수행에만 정진하는 기간이다.

    (※ 동안거 기간 중 스님들의 생활은 엄격함을 넘어서 고행에 가깝다. 새벽 3시에 기상해 정돈을 마친 후 108배와 ‘예불대참회문’을 암송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 밤 9시 방선(참선을 끝마침)이 될 때까지 하루 11시간 정도 참선에만 집중한다. 동안거 기간에는 열흘에 한 번 목욕과 삭발을 하는 걸 제외하고는 예외 없이 이 일과에 따라 하루가 흘러간다.)

    이렇듯 동안거라 하면 일반적으로 면벽수행과 두문불출 수행을 연상하지만 천공스승은 레벨이 다르다. 동안거 장소가 무려 고급리조트인 천안소노벨이다.

    워터파크를 갖춘 천안소노벨의 웨스트타워 1층 컨벤션센터 그랜드볼륨 홀에서의 동안거!

    동안거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30만원 송금하고 1월 21일 부푼 마음으로 천안으로 향했다.

    접수처에서 이름을 말하니 휴대폰 카메라 렌즈 위에 촬영방지용 스티커를 붙여준다.

    주위를 둘러보니 평균연령은 50대 정도이지만 30대 정도로 보이는 젊은 사람도 적지 않았다. 출석자를 세어보니 270명 정도였다.

    여성 80%에 남성 20% 정도 되어 보였다.

    행사장 입구

    빈자리 없이 빽빽하게 들어찬 컨벤션홀에 천공 스승을 기다리는 동안 잡담 소리 하나 없었다.

    곧 천공 스승께서 입장하시니 모두 출입문을 향해 일어서 달라는 안내에 따라 나도 일어섰다. 박수 소리에 안내를 받아 입장한 천공 스승. 박수만 있고 환호소리는 없다.

    국민의례 대신 홍익 사행도를 모두 다같이 읽었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나는 이웃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
    2. 나는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하는가
    3. 나는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하는가
    4. 나는 인류를 위해 무엇을 하는가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동안거

    동안거 공부는 몇 명이 질문을 하고 거기에 대해 답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질문을 하는 사람은 미리 준비된 듯했다. 나는 이 비싼 30만원 짜리 강연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휴대폰 메모장 앱을 켜고 열심히 적었다. 천공 스승의 가르침을 공유하고자 레디앙에 공유하기로 한다.

    아래 문답 내용이 좀 두서없이 느껴질 수도 있으나 그건 메모를 잘못한 내 탓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이 두서없이 말했기 때문이다. 말에 흐름이 없었다. 논리적이지 못하고 왔다갔다 하는 말을 메모한다고 나름 고생했다.

    스케줄에 저녁 만찬이 있다

    첫 번째 질문.

    문화사대주의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가르침을 청합니다.

    -대한민국으로 국호 변경 후 문화를 받아들인다. 배워야 한다. 융합하여 지식문화의 신패러다임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문화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챗GPT AI이든 베토벤 모차르트든 깊이 들어가면 신이 들어온다

    인류는 홍익인간으로 태어나서 성장하는 중이다.

    1, 2차 세계대전은 사람을 걸르는 시대였다. 인류의 30억만 놔두고 죽였다. 너무 똑똑해도 죽였고 멍청해도 죽였다. 한국은 3천만을 남겼다. 한국인은 일당백이다.

    전후 1세대 베이비붐. 이 사람들이 홍익인간 지도자들이다.

    인류의 일당백. 이 사람들이 세계의 지식을 다 습득했다.

    인류의 기업문화를 새로 일으킨 사람이 대한민국이다. 국민들 피고름으로 만들었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다. 정부도 종교도 국민이 민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풀어내는지 연구를 안했다. 앞으로 세계가 한국어를 배울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신패러다임이 없다.

    우리는 노동자가 아니라 연구원이다. 인류연구소의 연구원이다. 인류의 노예들을 해방시켜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민이 주인이다. 정치인이 이 나라 주인인 줄 안다.

    인류의 모든 국민들은 자기 나라를 사랑해야 한다. 그걸 알려야 한다. 너희들은 노예가 아니다.

    두 번째 질문

    한국에 오는 외국인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방법에 관해서 가르침을 청합니다.

    메모를 적다가 포기했다. 천공 스승의 종횡무진하는 강의를 따라가지 못하는 나의 지식의 모자람을 원망했다.(중구난방이고 논리적으로 연결되지도 않아 당최 뭔 말을 하는지 모르겠더라) 다만 아래와 같은 단어들이 나왔다.

    프랑스 수능시험 바켈로레아, 케이팝, 소방차, 심수봉, 이선희, 챗지피티 사용법.

    중간의 휴식시간

    세 번째 질문

    연예인의 자산운용에 관해 가르침을 주시기 바랍니다.

    -돈 주면 놀러만 다니니까 많이 주면 안된다. 기부는 공짜 버릇만 키워준다. 하면 안된다. 소문나면 큰일난다. 재단을 세워야 한다. (대략 이런 이야기로 10분 이상 말함)

    네 번째 질문

    OTT 발전에 따른 극장의 생존전략에 대해서 가르침을 청합니다.

    -좋은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안됩니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무궁한 발전을 할 겁니다. 넷플릭스한테 박수 한 번 치세요.

    청소년 교육: 홍익인간 지도자로 키워야 한다. 청소년이 수련을 해야 하는데 안히고 있다. 예절교육 인성교육 사회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지식만 갖췄다. 지도자가 아니라 재주꾼을 키우고 있다.

    홍익교육과 태권도를 해야 한다. 홍익수련도를 만들어야 한다. 무예, 무도가 홍익수련 안에 들어가야 한다. 홍익수련 100일 하면 우울증이 없어진다. 로마는 침략 흡수의 제국이었다. 다 분리 독립되었다. 이것들이 한국으로 온다. 우리가 바른 힘을 가지면. 오는 걸 막지 말고 품으면 된다.

    다섯 번째 질문

    전통문화 보존에 관한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협회 관계자들이 교육을 받아야 된다. 천공에게 와라.

    프랑스가 한국을 사랑하는데 우리가 받지를 못한다. 프랑스는 철학을 하는 나라라서 한국을 정말 사랑한다. 프랑스는 홍익사상을 가르친다. 프랑스가 올림픽을 하는데 거기서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

    여섯 번째 질문

    제사 없이 가족이 화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침을 청합니다.

    -고을 제사를 지냈어야 했다. 제사 오기 싫어하는 며느리 이야기, 잔소리하면 안된다는 수준의 잡담, 반지 빼고 가야 된다. 동서의 질투 유발.

    이제는 제사문화 바꿔야 된다. 명절에만 만나지 마라. 평소에 좀 만나라.

    묘 쓰는 거 없애고 혈통을 보존해야 하는 뼈대 있는 집안 빼고는 제사도 없애야 한다.

    마지막 질문

    축구 관련 일을 하고 싶은데 가르침을 바란다.

    -메모 포기했다. 이런저런 말을 하긴 했는데 기억에 없다.

    강연을 마치고 컨벤션홀 옆에 있는 저녁 만찬 뷔페로 이동했다.

    입장을 기다리는 사이에 천공 스승이 지나가길래 얼른 사진을 찍었다. 매우 건장한 보디가드 2명과 수행원을 대동하고 있었다.

    저녁을 먹으며 몇몇 참가자에게 인터뷰를 했다.

    강의가 좀 잠이 오던데 재미 있으셨냐?

    -그건 스승님의 기가 세기 때문에 당신이 기가 빨려서 그렇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나는 강연 참가가 처음인데 자주 참가하시나?

    -몇 번 했다. 남편이 반대해서 참가 못할 때도 있다.

    -8년차이다. 홍익인간 지도자 과정도 이수했다.

    -3년차이다.

    스승의 가르침을 받고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거나 생활에 도움이 된 것이 있는가?

    -다가올 미래를 미리 알고 있으니 불안하지 않다.

    스승이 미래도 말씀해주시나?

    -그렇다. 스승의 말이 단 한 번도 빗나간 것을 본 적이 없다.

    내년 여름/가을에 남북한이 통일될 것이다.

    스승의 가르침을 개인적으로 받을 수 있나?

    -연구모임을 통해서 계속 공부하다 보면 만날 기회가 생긴다. 신자가 운영하는 홍익태권도를 수련하면 거기에 오시는 경우도 있다.

    처음인데 아직 잘 모르겠다.

    -누구나 그렇다. 그래도 이렇게 스승을 접하셨으니 앞으로 인생이 좋아질 것이다. 축하한다.

    밥은 매우 맛있었다.

    무려 스테이크를 썰어주심

    석식 뷔페가 79000원이라 적혀 있었다. 천공 스승 덕분에 팔자에 없는 비싼 음식도 접하게 되었다.

    본전 뽑겠다고 5접시 먹었다

    내가 천공 스승의 가르침을 알아먹을 만큼 똑똑하지 못해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보기로 했다.

    이런 대충 싸지른 말을 강의랍시고 매번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걸로 돈은 얼마나 벌까? 천공 스승의 수익률을 계산해보았다.

    수익

    이번 동안거 공부에 참가한 사람이 약 270명×30만원=8100만원

    지출

    식사비, 대관료, 물, 팜플렛 등

    대관료와 식사비는 직접 천안 소노벨에 문의해서 확인해봤다.

    저녁식사 홈페이지에 의하면 석식 뷔페 79000원인데 석식부페 단체 할인해서 7만원이라 했다. 7만×270명=1890만원

    장소 대여는 5월달의 같은 요일로 문의하였더니 440만원이었다.

    총수입 8100-식사 1890-장소440=5770

    즐거운 저녁식사

    행사 진행요원들이 있었지만 알바 같지 않았고 모두들 정법의 신자 같았다. 알바비 안 들었다는 말이다.

    기타 건장한 경호원 2명, 물값 한 병에 500원 잡으면 13만 5천원, 팜플렛 제작비 500원 잡으면 13만 5천원, 기타 경비 등등 후하게 잡아서 770만원이라 가정하면,

    한 번 하면 대략 5천만원의 순수익이 발생한다.

    홈페이지를 보니 작년에 동안거만 7번 했다. 7번X5천만원=3억5천

    그리고 동안거 말고도 인성교육, 문화축제, 삼월삼짓 등 행사가 많다.

    천공 스승의 저서나 굿즈 등을 판매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런 건 없었다.

    배지 하나 3만원인데 이건 우편으로 보내주는 방식이었다. 배지가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양복 입은 남자들은 배지를 차고 있는 경우가 있었다. 홍익지도자 과정을 수료한 사람들은 배지를 차는 듯하다.

    천공스승 메시지 요약

    넷플릭스는 안 망하고 내년에 남북통일된다.

    동안거 감상 한 줄 요약

    밥 맛있었다.

    천공 스승 한 줄 요약

    사이비는 사이비인데 크게 사회악이 될 만한 레벨은 아닌 것 같은데 딱히 도움이 되는 것 같지도 않다. 사업 아이템치고는 꽤 괜찮은 사업이다.

    <사족>

    천공 스승이 17년간 수행을 하며 깨달음을 얻었다는 곳이 울산의 신불산이다.

    신불산 가든에 가끔 천공 스승이 출몰한다는 정보.(사진 출처: 카카오맵)

    식당에 가면 이렇게 멋드러진 천공스승의 뒤태를 볼 수 있다.

    식당의 잡지는 천공 스승 특집의 여성시대가 진열되어 있다. 잡지에 나온 여성은 천공 스승의 유일한 제자라 일컬어지는 신경애 원장이다. 그녀 또한 유튜브를 하고 있는바, 시간이 남는 사람은 챙겨보시길 권한다. 다만 ‘내가 왜 이걸 보고 있는 거지?’ 라는 자괴감까지 필자가 책임져 주지 못함을 양해 바란다.

    신불산 가든 건물은 신도가 구입하여 천공 스승을 위해 기증했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도 또한 자본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꽤 합리적인 투자이다.

    투자 금액은 많지만 라인 제대로 타서 큰 사업허가 한 방이면 만회하고도 남는다.

    다만 칼자루를 쥐신 분이 요즘은 명품백 때문에 칩거하고 계시느라 그 한방이 언제 올지는 모르겠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속이 탈 지경이라 짐작된다.

    속이 타도 어쩌랴. 남 탓을 하지 말라는 것이 천공스승 가르침의 핵심인 것을.

    필자소개
    레디앙 독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