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의 머스크 아닌
    중국의 완강(Wan Gang)을 아시나요?
    [정의 경제] 녹색산업에 대한 정부의 박약한 의지
        2024년 01월 26일 10:5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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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경쟁에 가려진 녹색혁신 경쟁

    올해도 반도체 기술과 제조를 둘러싼 미-중 간의 갈등은 지난해에 이어 더욱 첨예화될 전망이다. 미-중 반도체 전쟁이 시작된 것은 트럼프 정부 시절이었다. 그리고 2022년 10월부터 바이든 정부가 중국의 14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개발을 막으려고,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강경책을 쓰자 본격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생산 네트워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최근 미국은 카메라 이미지 센서, 마이크로 컨트롤러, 아날로그 칩, 전기차용 개별 반도체 기기 등에 활용되는 기존 성숙 공정 반도체까지 중국을 배제하는 강수를 두려고 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 설계 관련 오픈소스 기술마저 중국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려는가 하면, MS 중국 연구소 폐쇄를 압박하는 등 사실상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반도체 시장에 대해 미국이 한편으로는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뒤늦게 자국 반도체 제조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반도체법’을 제정하여 대규모 지원과 우방국가 기업 유치를 서두르고 있는 모습은, 반도체 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역시 잘 알고 있고 정치권이나 각종 미디어들이 초미의 관심을 두는 이슈다.

    그런데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치열한 상황 이면에, 태양전지-배터리-전기차 등을 둘러싼 녹색제조 전쟁 역시 만만치 않은 긴장관계로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알려진 기후대응법을 통해 배터리, 전기차, 태양전지 등 핵심 녹색기술 개발과 제조에 전력투구하고 있는데, 문제는 반도체와 달리 녹색 제조부문에서는 중국을 고립시키기는커녕 중국 의존을 줄이는 것조차 당장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세계 전기차는 정말 테슬라가 주도하는가?

    우리는 전기차 시장을 개척하고 대량으로 보급한 공로가 대체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에 있다고 알고 있다. 이는 물론 부분적으로 맞는 얘기지만 지난 20여 년 동안 세계 전기차 생산과 시장이 확대되어 온 그림 전부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사실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것도 아니다. 2003년 7월 1일에 테슬라라는 기업을 창립한 이는 마틴 에버하드(Martin Eberhard)와 마크 타페닝(Mark Tarpenning)이었고, 일론 머스크는 2004년에 투자자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가 최고경영자가 된 것은 2008년이다.

    테슬라는 현재 전기차 생산량이 한 해 100만 대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해서 세계 최고의 시가총액을 자랑한다. 그런데 비야디(BYD), 상하이자동차(SAIC) 등이 중심이 되어 중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는 한 해에 700만 대를 넘을 정도로 거대하다. 또한 우리는 중국이 서구의 전기차 기술을 베끼거나 기술을 훔쳐서 품질이 낮은 전기차를 양산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전기차 생산에서 이룬 중국의 성취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중국이 제일의 전기차 생산과 소비시장에 된 배경에는 전 중국과학기술부 장관과 지난해까지 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을 역임한 완강(Wan Gang)이라는 특출난 인물이 있다. 어쩌면 진정으로 전기차의 부상에 공헌한 이는 일론 머스크보다 완강일지도 모른다. 그는 1980년대에 일찍이 독일에서 자동차 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1991년에 아우디(Audi)에 입사했는데, 여기서 탁월한 역량을 보이며 고속 승진했던 이력을 가지고 있다.

    완강과 중국 정부의 합작으로 일궈낸 중국 전기차 시장

    완강은 1990년대 후반 중국이 고속성장을 하면서 수반된 어마어마한 내연기관차 팽창이 극심한 대기오염을 초래한 상황을 목격하면서 중국 자동차 시장의 미래는 새로운 방식, 즉 전기차에 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테슬라가 세워지기 3년 전인 2000년, 그는 중국의 극심한 오염을 해결하면서도 자동차 시장에서 서구를 뛰어넘기 위한 방안으로서 내연기관차가 아닌 전기차 전환을 위한 전략을 중국 정부에 제안했다. 중국 정부가 이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이자 완강은 그 길로 중국으로 귀국해서 과학기술부가 구성한 대규모 전기차 프로젝트의 리더가 되었다.

    전기차 프로젝트를 시작한 중국은 일차적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청정 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해 1천 대의 전기버스와 전기차를 생산하는 목표를 세웠다. 그 결과는 약 50대의 전기버스와 50대의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생산에 그칠 정도로 기대 이하였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 중국이 한 해에 1,300만대를 소비하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 되면서, 대기오염이 더욱 심해지고 기후대응에 대한 요구가 서서히 커져가자 전기차 프로젝트는 더욱 강력한 정부 지원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전기차 구매 시 1만달러의 직접 보조를 받는 등 전기차 구매자는 물론 생산자 모두에게 상당한 보조금이 지급되었던 것이다. 2009년에서 2017년까지 중국 정부가 전기차 지원에 쏟아부은 자금은 약 600억 달러라고 한다. 이 와중에 2010년대 초반부터 선전 기반의 배터리회사인 BYD가 전기차에 뛰어드는 등 전기차 기업들이 생겨났다. 동시에 완강은 규제책도 도입했는데,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해 각 도시별로 매해 면허 총량을 정하고 경매에 부치는 식으로 제한했던 것이다.

    그 결과 2011년 전기차 판매량이 고작 1천 대에 불과했지만 2022년에는 7백만 대를 돌파해 중국은 이제 부동의 세계 최대 전기차 판매 국가가 되었다. 전기차는 현재 중국에서 전체 자동차 판매의 25%를 넘어가고 있고, 글로벌 광물자원 확보부터 배터리 생산, 전기차에 탑재되는 복잡한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전체 공급망을 완결적으로 갖추게 되었다.

    완강과 머스크

    기후대응 위한 녹색혁신, 정부의 녹색산업정책이 결정적

    최근 저서 <기후 자본주의(Climate Capitalism)>를 쓴 블룸버그 뉴스 저널리스트인 악샷 라티(Akshat Rathi)는 중국의 전기차 제조의 부상을 평가하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맺는다. 보조금과 규제정책 수단을 기반으로 한 중국의 산업정책 접근법이, 기술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만나면 기후대응에 중요한 진전을 가져올 녹색혁신이 얼마든지 가능했다고.

    그는 “헨리 포드 이래 어떤 자동차산업도 정부 개입 없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단언하면서, 미국이 한때 최대의 자동차 대국이 되었던 것도 1930년대 루즈벨트 시대에 대규모 도로 인프라를 정부가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짚는다. 1990년대 중반 미국이 잠깐 전기차 시장에 손을 댔던 것 역시 캘리포니아주가 강력한 내연기관 규제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이 세계 전기차 시장의 리더가 된 것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사실 순수하게 민간의 역량으로 최고기업이 되었다고 믿는 테슬라 역시, 일론 머스크가 경영권을 쥐고 2009년 곧바로 경영난에 빠졌을 때, 미국 정부가 무려 4억 6,500만 달러의 정부 대출보증을 해주어 위기를 넘긴 경력이 있다. 또한 현재 전기차 시장에서 크게 뒤떨어진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약 1천억 달러를 자동차 전기화 지원에 투입할 예정인데 이를 지렛대로 기사회생을 노리고 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질문을 할 수 있다. 한국은 태양광, 배터리, 전기차, 풍력 등을 비롯한 녹색기술을 혁신하고 탈-탄소산업전환을 위한 녹색산업정책이 있는가? 냉정한 지금의 현실은 녹색산업 대신에 원전이나 방산, 석유화학 같은 탄소집약적 산업을 오히려 촉진하는가 하면, 배터리나 태양광 등은 국내기반이 아니라 미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중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한국의 녹색산업 전망은 매우 어둡다.

    *<정의 경제> 칼럼 연재 링크

    필자소개
    녹색전환연구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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