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책사유 없는 기간제교사
    중도계약해지는 부당해고
    이미 국민권익위의 폐지 권고 있어
        2024년 01월 11일 07: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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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전 10시 서울교육청 앞에서 기간제교사 귀책 사유 없는 ‘중도계약해지’ 규정 삭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회를 맡은 박영진 전교조 서울지부 기간제 특위 위원장은 “기간제교사는 정규교사의 휴직, 파견 등으로 인한 결원을 보충하거나 특정 교과의 한시적 담당을 위해 채용되는 비정규직 교원이다. 그러나 기간제교사가 학교와 계약할 때, 계약서에 휴직교원이 조기복직 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어 기간제교사에게 귀책 사유가 없음에도 자동으로 계약해지”가 이루어져 왔다고 말했다. 이 조항으로 기존에 근무하던 기간제교사가 방학 중 월급, 정근수당, 퇴직금, 명절상여금, 호봉승급 불인정 등 약 천 만 원 이상의 금전적인 피해를 입은 바 있다며 기자회견 취지를 설명했다.

    기자회견 측에 따르면 ‘계약해지조항’은 임용권자(학교장)가 마음에 들지 않는 기간제교사를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허용한 독소조항이며 중도계약해지로 인해 교육 현장의 기간제교사들은 계약기간 내내 임용권자의 눈치를 보거나,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의 무분별한 민원에 대해서도 교육적 소신을 가지고 대응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사진=필자

    김성보 전교조 서울지부장은 “기간제 선생님 중도 해고는 교육 당국이 져야 할 책임을 아무 죄 없는 기간제 선생님에게 떠넘기는 일이다. 학생과 학교에도 날벼락 같은 일이며, 중도 복직 교사도 ‘휴직 사유 소멸 시 즉시 복직’이라는 국가공무원법상 의무를 이행하고도 도덕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고 했다. 또한 “휴직교원이 조기복직을 했다고 자동계약해지를 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계약기간 동안 교육청이 보장하지 않는 반노동적인 행위”임을 강조했다.

    이러한 비인권적이고, 반노동적인 ‘중도계약해지’ 조항은 이미 2020년 5월에 국민권익위로부터 폐지 권고가 있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기간제교사의 ‘중도계약해지’를 없애려는 적극적인 제도개선 대신 단지 각 학교에 ‘타학교 재임용을 통해 계약기간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라는 실효성 없는 입장만 반복해왔다고 한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중도계약해지로 해고 당한 교사는 “해고 전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체육교사로 근무하면서 부장이라는 직책도 맡았다. 근무 종료일은 2024년 2월말인데 어느 날 원래 발령받은 체육교사가 갑자기 복직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고 5일 후에 아무 준비 없이 학교를 떠나라고 통보를 받았다. 중도계약해지’는 기간제교사라면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러한 비극이 앞으로도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왔다”다며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지금도 학생들이 체육 선생님 어디 갔냐 묻는다. 1월에 졸업하는 우리 학생들에게 응원도 해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해고를 당하니 마음이 씁쓸하다. 서울시교육청에게 바란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중도계약해지’ 관행을 없애 기간제교사의 계약기간을 꼭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박은선 법률사무소 이은 대표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계약제 교원 운영지침에 마련된, 기간제교사 강제해지 계약 규정으로 피해를 입은 기간제 교사가 한 둘이 아니다.

    첫 번째 경제적 피해가 심각하다. 근무기간 중 갑자기 계약해지를 당하면 수입이 중단되고 소정의 실업급여를 받을 수는 있지만 본래 받았던 보수 수준과 차이가 너무도 크다.

    두 번째 기간 중 계약해지를 당하면 재취업이 어렵다. 통상 기간제교사들은 당해연도 12월에서 2월 사이에 각 학교와 계약을 맺어, 그해 3월부터 다음연도 2월까지 근무하게 되는데 만약 4월경 갑자기 계약해지를 당했다고 하면, 이른바 채용시즌이 아니여서 일을 할 다른 학교를 찾을 수가 없다.

    세 번째 교육적 악영향이다. 교사의 근로조건에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것은 그의 생활 안정뿐 아니라 그가 만나는 학생들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런데, 자신을 가르치던 담임 선생님이나 교과목 선생님이 갑자기 학년 중 교체되면 학생들로서도 혼란을 겪을 수밖에는 없다.”는 점을 일례로 언급했다. 또한 박 대표는 “근로자인 기간제교사가 다른 근로자의 복지를 위해 무조건 희생하여 귀책 없이 실질상 해직을 당하도록 하는 해당 규정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어 무효이며, 그에 따른 강제계약해지는 정당한 이유없는 부당해고로서 근로기준법 제23조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서울시교육청에게 다음과 같은 요구사항을 전했다.▲휴직교원 조기복직 시 ‘중도계약해지’ 조항 삭제 ▲휴직교원의 조기복직 시 기간제교사의 계약기간까지 일시적 과원 인정 ▲학교장 직권으로 ‘계약해지’ 금지하고 철저한 조사와 학교 구성원 간 합의 과정 감독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필자소개
    레디앙 현장 기자. 현장의 삶과 이야기를 기록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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