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은 태어나지도 마라?"
        2007년 05월 16일 02: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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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태어나기도 전에 우리가 무슨 죄를 졌기에 태어나는 것조차도 안 되는 겁니까? 태어나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어쩔까요?"

    믿어지지가 않는다고 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고자하는 사람이 대중을 상대로 가장 영향력이 큰 매체에서 자신을 겨냥해 ‘불구자 낙태’ 발언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정 아무개(31)씨는 "나에게 ‘왜 태어났냐?’고 묻는 것 같아 당황했다"면서 한자 한자 힘주며 손짓과 발짓을 섞어 온 몸으로 말했다.

    더불어 네티즌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 포털사이트 다음에서는 이 전 시장의 낙태 관련 발언이 검색어 1순위에 오르며 이에 대한 댓글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렇듯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불구자 낙태 허용’ 발언 파문이 점점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 예비 후보인 이 전 서울시장이 지난 13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낙태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대인데,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이 전 시장의 공식 사과를 촉구하는 전국장애인인권연대 관련 단체 소속 장애인 10여명은 16일 오전 10시께 여의도에 있는 이 전 시장의 캠프를 기습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이명박 후보는 차라리 장애인을 죽여라’, ‘장애인의 삶 무시하는 이명박은 사죄하라’, ‘불구라면 낙태할 수 있다?’,‘장애인은 살 가치도 없는가?’라고 적힌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이 전 시장의 직접적인 해명과 한나라당의 공식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   

       
      ▲ 장애인인권 단체 소속 관계자 10여명은 16일 오전 10시부터 ‘불구자 낙태’ 발언을 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공개 사과를 촉구하며 이 전 시장의 여의도 사무실에서 기습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레디앙 김은성 기자)  
     

    이에 이 캠프 측 관계자들은 사무실로 걸려오는 전화를 “죄송합니다. 지금은 전화받을 상황이 아닙니다”라고 받으며 처음엔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였으나, 이내 캠프 내 공식 성명을 처음으로 발표하는 등 파문 진화에 나서고 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이 전 시장이 직접 인터뷰했기 때문에 우리가있는 이 자리에 서 직접 이야기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해야한다"면서 "이 전 시장의 잣대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는 주류 사회의 시각도 우리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나라당은 480만 장애인의 표를 무시하는 건가?”라고 반문하며 “한나라당과 대선 예비 후보는 이 사안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와 동시에 이 전 시장의 캠프 안에 먼저 도착한 장애인 10여명이 점거 농성을 벌일 동안 사무실 입구에서는 장애인인권단체 소속 관계자 10여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시장의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들 기자 회견은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와 경찰의 해산 요구로 인해 혼잡한 분위기 속에서  40 분간의 실랑이 끝에 준비된 규탄 발언을 모두 마무리하지 못한 채 금방 해산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 전 시장이 발언한 ‘낙태는 근본적으로 반대하나 불구로 태어날 아이의 낙태는 용납될 수 있다’ 고 한 것은 장애인의 생명은 존중될 가치가 없다는 발언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장애인의 열악한 상황을 개선할 생각은 커녕, 장애를 불구로 표현하며 비하한 것도 모자라 장애인의 생명이 가치가 없다는 발언은 대통령 후보로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며 “만약 이 전 시장이 공개 사과하지 않는다면 480만 장애인들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이명박 후보를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명박 "장애인 비하하는 의도의 발언 아니다"

    이어 장애인단체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이명박 캠프 측은 처음으로 공식 성명을 내고 오해의 소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이명박 캠프는 "이 전 시장의 발언은 결코 장애인을 비하하기위한 의도의 발언이 아니다. 다만 용어의 선택에 있어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고 본다"면서 "이 전 시장의 발언 취지는 낙태가 반대라는 전제하에 산모와 태아의 생명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때 신중히 법과 의료적인 판단에 따라 낙태가 허용 될 수 도 있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명박 캠프는 "그리고 이는 이미 현행법에도 규정돼 있는 내용"이라며 "이 전 시장은 그동안 장애인등 약자를 위한 보호에 앞장서왔고 장애인의 복지는 국가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철학과 소신을 지니고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한편, 장애인들의 점거 농성은 이 전 시장이 공개적으로 직접 사과할때까지 무기한으로 이어간다는 입장이어서, 현재 강원도 속초. 강릉 지역 행사에 참가하고 있는 이 전 시장이 돌아오는 오늘 밤까지는 계속 농성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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