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일하다 아픈 여자들』 외
        2024년 01월 06일 11:2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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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하다 아픈 여자들> – 왜 여성의 산재는 잘 드러나지 않는가?

    이나래,조건희,류한소,송윤정,이영희,정지윤,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지은이) / 빨간소금

    젠더 불평등이 실재하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산업재해가 상대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으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연구자와 활동가들은 ‘실제로 그런지’ 확인해 보기로 결심하고 19명의 노동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더불어 고용노동부 발행 자료와 근로복지공단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얻은 통계 자료를 분석했다. 이 책에는 그렇게 만난 여성 노동자, 장애여성 노동자, 성소수자 노동자, 산재 피해자 가족이 솔직하게 꺼내 놓은 이야기와 통계 자료 분석이 담겨 있다. 생생한 이야기와 통계 분석을 통해 글쓴이들이 확인한 산재에서의 젠더 불평등은 예상을 넘어선다. 객관적 수치가 드러내는 불평등은 물론이거니와, 여성 노동자의 산재는 아픈 몸이라는 자책과 쓸모없는 노동력이라는 사회의 낙인으로 구성되고 있었다. 이는 신청-요양-복귀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산재 처리 과정에 더욱 섬세한 제도적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산재 제도 접근 자체에 대한 어려움, 산재 요양 시의 어려움과 복귀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책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기 때문에 여성의 산재가 더 많이 승인되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글쓴이들이 여성의 산재를 이야기하는 목적은 일하다 다친 몸, 자본주의에서 쓸 만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몸이 어떻게 소외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따라서 여성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한 대안은 여성의 몸만이 아니라, ‘표준이 아닌 모든 몸’을 위한 제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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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항을 깨고, 바다로 간다> – 전진하는 김예지의 단단한 기록

    김예지 (지은이) / 사이드웨이

    여기, 자신을 둘러싼 어항을 깨고 바다로 전진하는 사람이 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자신을 가로막는 세상과 부딪치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시각장애인 국회의원 김예지다. 그는 무엇에 맞서 싸우고, 어떤 세상을 꿈꾸어왔는가? 그는 이 세상의 차별과 혐오를 극복하기 위하여 오랫동안 어떻게 분투해 왔는가? 『어항을 깨고, 바다로 간다』는 김예지가 자신의 인생 여정을 돌아보는 내밀한 일대기이며, 지난 2020년 21대 국회에 들어와서 정치 현장을 두루 경험한 뒤 써 내려간 치열한 고백록이다.

    김예지는 살아오는 내내 자신을 포위한 규정과 낙인을 꿋꿋하게 전복했다. 그는 비장애인들과 겨루면서 피아노를 쳤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박사학위를 취득해서 돌아왔고,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국회에 들어온 후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300명 의원 중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숫자의 대표 법안들을 발의했다. 그는 “안내견과 함께 국회를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큰일을 하는 것”이라는 식의 들러리와 같은 역할을 온몸으로 거부했다. 그 많은 오해와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장애인 이동권 시위 현장에서 시민들 앞에 무릎을 꿇었고, 독립적 헌법기관으로서 민의를 대변하기 위해 때로는 당론과 다른 선택을 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김예지는 천천히 나아간다. 자신의 몸을 물결에 맡기고, 어항을 벗어나서 수족관과 강물과 바다로 나아가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국민 누구나 기회의 균등 속에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아직도 산소가 희박한 어항 안에서 고통받고 있는 존재들을 잊지 않으며, 자신을 둘러싼 벽을 깨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언어이자 하나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짊어지고 있다. 그리고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이 진정 이 사회를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으리란 신념을 놓지 않는다. 이와 같은 책임감과 신념이야말로 김예지가 상대방을 악마화하며 민주주의의 기반을 훼손하는 우리 정치판에서 독보적인 품격과 예의의 미덕을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이며,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뛰어넘어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전달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어항을 깨고, 바다로 간다』는 그러한 과정을 꾹꾹 눌러 담은 증언록이다.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마라톤을 완주하고, 자신을 닮아 자유롭고 고집이 센 조이와 함께 세상 곳곳을 누비면서, 때로는 모차르트와 슈만을 연주하고 때로는 아름다운 노랫말의 동요를 흥얼거리며, 김예지는 조금씩 바다로 나아간다. 우리도 같이 나아간다. 그는 우리를 보지 못하더라도, 우린 그를 본다. 우리는 앞으로도 김예지라는 존재가 사회에 새겨놓은 그 모든 것을 오래도록 바라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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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급실 로봇 닥터>

    윤여경,정지훈 (지은이) / 네오픽션

    새로운 의사가 G의료센터에 입사했다. 분홍색 머리카락, 동그랗고 부드러운 인상 그리고 편안한 목소리. 로봇 의사 ‘로사’의 모든 것은 환자들에게 거부감이 없도록 설계되었다. 겉으로 보면 평범한 인간형 로봇처럼 보이지만 로사에게는 다른 로봇들과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자기 결정권’을 가졌다는 것이다.

    로사의 창조자, 정도원 박사는 로사를 만들 때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로사는 인간 의사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도 스스로 판단하여 환자들을 진료할 수 있다. 그리고 로사의 곁을 정도원 박사의 아들이자 의사인 수호가 지키고 있다. 로봇 의사 곁에는 인간 의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로사의 의사 생활은 순조로울 듯했다. 정도원 박사가 개발한 마지막 로봇 의사로서 로사는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로사는 동시에 수만 명의 사람과 소통할 수 있고 SNS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의료 상황에 대해 성실하게 공유하며, 로봇이라 먹지도 못할 음식 사진을 SNS에 올리는 엉뚱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로사가 ‘환자의 동의 없이는 진료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한 당뇨 환자에게 약을 주입한 사실이 알려지며 사람들의 AI 로봇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킨다.

    사실 그 당뇨 환자는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어서 진료 동의를 구할 수 없는 상태였다. 언론은 로사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자극적인 부분만을 보도하고, 결국 로사와 그녀의 담당 의사 수호는 응급실로 좌천된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응급실에서는 아무도 그들에게 일을 주지 않는다. 순탄치 않은 응급실 생활. 로사는 사람들의 의혹과 오해를 벗어던지고 진정한 의사로 거듭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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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트 윤석열> – 한동훈에서 김관영까지

    황형준 (지은이) / 인물과사상사

    온라인에서 55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독자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아온 <황형준의 법정모독>이 마침내 단행본으로 증보, 출간됐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2024년 국회의원선거는 물론 2027년 대통령선거까지 영향을 미칠 유력 인사들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이낙연 전 국무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 책은 온라인에 연재한 <황형준의 법정모독>의 골격을 유지하되 약 30퍼센트는 일부를 새로 쓰고 보완했으며, 2023년 연말 상황에 맞게 업데이트를 했다. 이 이야기들은 사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쳐서 어떤 계기로 정치를 시작했는지, 정치 입문 뒤엔 어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거쳤는지, 그리고 최종적인 정치적 지향점은 무엇인지 등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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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펜하우어 행복은 농담이거나 완전무결한 환상>

    셀린 벨로크 (지은이),류재화 (옮긴이) / 자음과모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예리한 일침을 가하는 쇼펜하우어의 열풍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왜’ 비관적이고 격렬하게 아파하는 쇼펜하우어에 열광하는가? 『쇼펜하우어, 행복은 농담이거나 완전무결한 환상』의 저자 셀린 벨로크는 쇼펜하우어 철학의 본질을 관철해 독자들이 철학 이론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실제 삶에 응용하도록 돕는다. 독자들이 자신을 직접 진단하고 처방하는 네 단계의 독법 과정을 거쳐 쇼펜하우어의 철학 세계를 보여주고, 쇼펜하우어적 통찰과 수행을 제안함으로써 우리를 보다 나은 삶으로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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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거와 혼종> – 유라시아 다중 접경

    중앙대·한국외대 HK+ 접경인문학 연구단 (엮은이) / 소명출판

    잡거와 혼종이라는 대주제 하에, 특히 유라시아 다중 접경을 새롭게 조망하는 이 책은 기존 연구들에서 발견되는 공간적 관점의 편협성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이다. 접경 혹은 접촉지대의 메타이론, 개념, 그리고 연구방법(론)을 재검토하고, 이를 과거와 현재의 내외적 접경과 관련된 여러 사안들에 적용하였다. 전통적 접경연구에서 중시되던 국경만이 아니라 도시, 도시 내의 특정 주거지, 영화제작을 위한 로케이션, 소수민족의 언어, 이주/이민, 동포, 인종주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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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도서관저널> 2024.1.2

    (주)학교도서관저널 (지은이) / (주)학교도서관저널

    사서라면 익숙히 아는 참고서비스. 이용자에게 양질의 도서관 자료를 활용하는 방법을 알리는 일 전반을 일컫는다. 이용자의 질문에 해답을 즉각 건네는 정보봉사도 이에 속한다. 이번 호에서는 살면서 맞닥뜨린 절박한 질문에서부터 기상천외(!)하지만 끝내 답을 찾고자 책공간으로 도움을 요청하러 온 이용자의 질문까지 한데 모았다. 그 질문들이 못내 이상하지만 끝내 아름다운 이유는? 책을 지키는 사람들의 또 다른 답안지가 되어 다음 독자에게 건넬 긴요한 정보로 기록되기 때문이다. 도움이 되고자 납작한 마음으로 귀를 기울이는 사서의 자부이기 때문이다.

    어린이·청소년이 오가는 학교도서관 너머 지역 서점, 헌책방 운영자가 간직한 신묘한 사연도 눈여겨보길. 여행은 무섭지만 세계를 누빌 수 있게 하는 책, 책이 싫어지게 만드는 책,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펼치는 책, 한글을 미처 못 익힌 어르신도 마음 놓고 읽을 수 있는 이야기… “검색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세계를 안내해 주는 곳(『있으려나 서점』)”이 집요하리만치 저물녘에도 불을 켠 채 이야기를 정비하고 기다릴 것이다. 당신이 삶의 갈피를 잡을 수 있도록 절호의 책갈피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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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온 고릴라와 너구리> – ㄱㄴㄷ으로 만든 로맨스 그림책

    이루리 (지은이),유자 (그림) / 북극곰

    전편에 이어 『돌아온 고릴라와 너구리』도 ㄱㄴㄷ 순서대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런데 이번엔 시작부터 삐그덕거립니다. 결혼은 현실이자 생활이라더니, 고릴라와 너구리 부부에게 도대체 어떤 위기가 찾아온 걸까요?

    흰 눈이 소복소복 쌓인 어느 겨울날, 너구리 신랑이 사랑과 정성을 담아 함께 먹을 라면을 끓입니다. 나란히 앉아 맛있게 라면을 먹으려는데, 어찌 된 일인지 고릴라 신부가 불같이 화를 냅니다. 너구리 신랑은 아무 말 없이 집을 나서는데…. 과연 고릴라 신부와 너구리 신랑은 화해할 수 있을까요? 다툼을 통해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보듬어 주는 『돌아온 고릴라와 너구리』로 올겨울 마음에 따스함을 더해 보세요.

    자음으로 시작하는 재미있는 말놀이

    초성 게임 좋아하세요? 그렇다면 퀴즈를 맞혀 보세요. ㄷㅇㅇ ㄱㄹㄹㅇ ㄴㄱㄹ은 무슨 책일까요? 딩동댕! 너무 쉬운 문제였지요? 『돌아온 고릴라와 너구리』는 자음으로 시작하는 재미있는 말놀이 그림책입니다. 기역부터 히읗까지 한글 자음자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글짓기의 재미에도 푹 빠지게 될 거예요. 자음자에 맞춰 나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함께 읽고 즐기며 새로운 이야기의 탄생도 기대하게 되는 그림책, 『돌아온 고릴라와 너구리』로 재미있는 한글 놀이를 경험해 보세요.

    재치 있는 말놀이와 매력적인 캐릭터의 완벽한 조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으로 손꼽히는 라면! 라면은 끓이는 방법도 먹는 취향도 가지각색입니다. 여러분은 꼬들 면과 퍼진 면 중, 어느 쪽을 선호하시나요? 『돌아온 고릴라와 너구리』는 일상 속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할 만한 사건을 통해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화해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 줍니다. 이루리 작가의 재치 있는 말놀이에 유자 작가의 매력적인 그림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읽는 재미에 보는 재미를 더해 주는 그림책이지요. 고릴라 신부와 너구리 신랑의 사랑 싸움에 놀란 동물 친구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깨알 재미를 선사합니다. 창밖의 동물 친구들의 표정과 행동을 자세히 살펴보세요. 『돌아온 고릴라와 너구리』는 볼수록 재미있는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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