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에 대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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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5월 19일 01: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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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7일에 발표한 대외경제연구원(KIEP)을 포함한 12개 국책연구원이 발표한 “한미FTA 경제적 효과 분석”에 나타난 결과를 보면 한미FTA는 한국의 GDP를 0.3%, 생산성과 자본축적을 고려해 보면 6.0% 증가시킨다고 한다. 2006년 3월에 KIEP가 발표한 경제적 효과보다 1.5% 정도 낮은 수준이다. 국책연구원들의 설명은 한미FTA 타결시 쌀이 제외되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CGE를 모르는 일반인이나 비전문가의 눈에는 국책연구원이 공동으로 발표한 연구결과가 경이로울 것이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실제로 CGE 프로그램의 하나인 GTAP으로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를 추계해 온 필자에게나 CGE 프로그램을 다루는 경제학자에게는 의아함을 넘어 웃음거리가 되었다.

이는 결코 국책연구원의 전체 연구를 폄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작년 KIEP의 연구보고서의 ‘복제’ 과정에서 제기되었던 문제점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채 동일한 ‘뻥튀기’방법, 동일한 ‘과대포장’ 논리가 동원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자에 따라서는 ‘개그’ 수준의 ‘뻥튀기’ 결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작년에 KIEP와 농촌경제연구소의 연구보고서를 본의 아니게 복제를 해 본적이 있다. 연구의 복제란 연구논문에 설명한대로 따라해 보고 결과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에서 다른 연구자의 연구방법을 복제하는 것은 대학원 수준에서 계량경제학의 연습으로 혹은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연구자의 오류를 찾고자 시도하는 것이 통례이다.

필자도 약20년 전 미국 대학원 석사학위과정의 졸업을 앞두고 두 번째 계량경제학 과목에서 담당교수님의 학기과제로 미국 학회지의 논문 중 하나를 선택해 복제해 본적이 있다. 원저자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복제의 목적을 설명하고 자료를 받아 컴퓨터로 재현해 본다.

필자는 운이 좋았던지 저자에게 쉽게 허락을 얻어냈고 자료와 컴퓨터코드까지 받아 어렵지 않게 논문의 결과를 복제하였다. 이 후 필자는 어려운 학회논문에서 사용된 자료와 컴퓨터코드를 저자에게 직접 요청한 적이 여러 번 있었고 실제 이를 이용해 새로운 연구에 적용했던 즐거운 경험이 있다.

하지만 작년의 KIEP의 연구보고서의 복제는 별로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었다. 왜냐면 KIEP의 한미FTA의 거시경제적 효과에 관한 ‘조작된 뻥튀기’ 연구결과를 확인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에 설명하겠지만 결론만 이야기 하면 검토한 KIEP의 연구보고서 두 편 중 2004년 연구보고서의 결과는 2006년 10월에 일부를 복제하는 데 성공하였지만 일부는 복제에 실패하였다. 보통 1개월이면 충분한 복제에 무려 8개월이 걸렸고, 그 마저도 일부만 확인했을 뿐이다.

필자의 전문성이 문제였다면 얼마나 좋으랴. KIEP가 엉뚱하게도 저작권 침해를 들어 핵심적인 수치(컴퓨터 코드)를 내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제에 필요한 다른 자료도 2006년 5월부터 세 번에 걸쳐 국정감사 자료 요구 때마다 찔끔 찔끔 제출했다.

생산요소 이동성에 관한 자료는 심상정 의원이 요구하자 2006년 10월에야 내 놓았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결과를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 조차도 그 일부만 겨우 받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나마 KIEP가 2006년도 3월에 발표한 ‘뻥튀기’보고서는 아직도 그 결과를 완전히 복제하지 못하였다. 이유는 동일하다. 국정감사의 요구도 거부했고 보고서를 만들 때 입력한 구체적인 수치조차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수법은 동일했다. 뻥튀기, 아니면 사기라는 것이 그 결론이다.

국민의 돈으로 만들어낸 기초 자료는 공공재이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야 세금이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된 것이다. 국책연구원이 무슨 재벌 연구소인가?(아마 재벌 연구소는 기관의 신뢰에 금이 갈 정도가 되면 기꺼이 소스 코드를 내 놓았을 것이다) 한미 FTA의 영향력을 추정해 보는 일에 모든 학자가 참여한다면 훨씬 공정하고 객관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걸 얼토당토하지 않게 저작권을 붙여 왜 원천봉쇄하는가?

‘뻥튀기’의 근거

국책연구원 한미FTA 경제적 효과 분석에서 근간으로 하고 있는 KIEP의 연구결과가 ‘뻥튀기’라고 보는 이유는 특히 세 가지이다. 첫째로 무역개방이 생산성 증대를 통해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KIEP와 정부 주장이 문제이다.

이론적 근거가 불확실하고 이를 입증할 만한 실증적 증거도 확실치 않다. 둘째는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를 추계하는 CGE모형 자체의 문제이다. 경제학자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 CGE결과를 국가의 중대 정책 판단에 사용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CGE가 유일한 접근방식인 것처럼 과대포장하여 일방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KIEP가 사용하고 있는 외생적 생산성 모형의 이론적 결함과 접근방법의 오류이다. 특히 마지막의 이유가 ‘뻥튀기’ 논쟁의 핵심이다.

어려운 질문, 허탈한 답

우선 KIEP의 보고서가 한미FTA에 따른 거시경제적 효과가 ‘뻥튀기’일 수 있다는 이론적 근거를 간단히 살펴보자(자세한 것은 민주노동당 홈페이지 참조). 정부가 홍보하고 있는 한미FTA의 이론적 주장을 국책연구원이 제시한 다음 그림을 통해 살펴보자. 정부의 주장은 경제(무역)개방이 여러 가지 채널(자원배분 효율성, 규모경제, 경쟁촉진 등)을 통해 생산성을 제고하고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역개방과 경제성장간의 관계는 세계 주류경제학계 내에 여전히 중요한 논쟁거리이며 가까운 미래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즉 이 문제는 이론적으로도, 또 실증적으로도 여전히 논쟁 중이다. 이에 관련된 많은 이론적 전개와 실증적 연구가 최근까지도 계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만 보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하바드대 경제학과 교수인 로드릭(Rodrik)과 로드리게즈(Rodriguez)는 최근 논문(2001, 2003)을 통해 무역개방이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주장을 비판하였다. 이들의 결론은 무역개방이 경제성장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을 대표적인 親개방론자인 볼드윈(Baldwin) 교수도 부분적으로 수용하였다.

즉 무역개방만으로 경제성장이 유발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거시정책(안정적 환율정책, 신중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등)과 제도정비(정부 내 부정부패 척결 등)가 함께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표적인 親개방론자인 크뤼거(Krueger, 1992)는 “자유무역이 파레토적정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시장과 제도가 그 결과를 비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개방이 성장을 촉진하려면 대단히 많은 개혁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허탈한 답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정도의 결론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즉 필요한 제도개혁과 거시정책, 미시 산업정책에 개방에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코 개방이 이러한 개혁을 자동적으로 가져 오지 않는다. 세계의 저명한 개방 찬성론자들도 ‘외부충격에 의한 내부개혁’, 또는 ‘선개방, 후개혁’논리를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미FTA를 제도개혁과 산업혁신의 외부적 충격요법으로 사용한다면 한미FTA가 실패할 것은 뻔한 일이다. 더군다나 우리 정치시장의 후진성은 동시적 제도개혁 가능성을 더욱 낮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CGE모형의 결과는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KIEP의 한미FTA에 따른 거시경제적 효과가 ‘뻥튀기’일 수 있다는 두 번째 이유는 GDP 6%증가의 숫자를 믿기에는 CGE모형 자체의 문제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CGE모형은 계산(연산)이 가능한(computable) 일반균형모형이다. 몇 개의 시장만을 분석 대상으로 하는 부분균형과 달리 이론적으로 모든 시장을 동시에 분석하고자 하는 모형이다. 이 일반균형모형의 장점은 어떤 시장에서의 예상치 못한 충격이나 혹은 외생적인 정책적 변화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부 충격에 따른 새로운 균형을 추적하여 경제지표의 변화를 계산하고 이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추계하는 것이다. KIEP가 사용한 GTAP도 바로 CGE모형을 구현한 하나의 프로그램인 바, 무역정책의 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추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CGE모형은 아주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우선 CGE모형에서는 소비자간의 선호 상 차이와 생산자간의 생산기술 상의 차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우리 쌀에 대한 선호와 농부의 선호가 동일하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LCD를 생산하는 재벌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기술의 차이도 인정되지 않는다.

재벌총수와 단칸방에 사는 서민의 선호도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들을 이해할 수는 있을 것이다. 왜냐면 만약 이러한 차이를 인정한다면 CGE모형이 ‘연산불가능 일반균형 모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개별적 차이를 인정한다면 개인 효용함수를 모두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개별기업의 생산기술을 모두 알고 있어야만 합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애로우(Arrow)는 사회후생함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불가능성 정리를 증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GE는 사회후생함수를 갖는다. 개인의 효용을 단순히 합산한 이른바 공리주의적 효용함수를 가정한다. 사회후생함수를 가정하고 그 함수의 극대치를 구한다.

사회후생함수가 개인의 효용을 단순 합산한 것이므로 그 결과는 기존 부의 분배 상태에 비례하여 모든 사람에게 나눠지게 될 것이다. 즉 CGE는 이론 상 분배문제는 다룰 수 없게 되어 있다.

둘째 CGE모형은 미국 MPS모델이나 Brookings모형과 같은 대형 예측모델(Big Model)과 마찬가지로 노벨상 수상자인 루카스(Lucas) 교수의 비판에 치명적이다.

이 루카스 비판은 경제주체자인 소비자와 생산자가 정부정책의 변화로 발생할 수 있는 미래의 경제적 효과를 예상하고, 자신들의 현재 경제적 행위에 이를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정부정책의 효과가 예상대로 발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비판을 기술적으로 해석하면 정부의 경제정책의 발표는 경제주체자의 경제행위를 변화시켜 행태방정식의 파라미터 값을 변화시킨다. 하지만 이러한 대형모형들은 파라미터의 값이 고정되었다고 가정하고 외생적으로 주입하기 때문에 예측오차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1970년대와 1980년대 이러한 대형 모델들의 세계경제에 대한 예측은 빗나가기 시작하였고 두 개의 방정식에 불과한 미국 연방은행 세인트 루이스지점의 시계열 예측모형보다 오히려 예측오차가 크게 발생하면서 이러한 거대모형(Big Model)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학자들도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CGE의 가정은 모든 시장에서 균형에 도달한다는 시장청산조건이다. CGE세계는 언제나 시장이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초과수요나 초과공급에 따른 경기변동도 존재하기 어렵고 노동시장에 실업도 존재할 수 없다.

더군다나 실업이 어떻게 해소될 수 있느냐의 문제는 중요하지도 않다. 또한 CGE세계에서는 시장이 항상 균형에 도달하기 때문에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할 필요가 없고 나아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장청산의 가정은 신고전학파와 케인즈 경제학파간 오랫동안 주된 쟁점이었다는 것은 경제학도라면 대부분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외 많은 CGE 가정 중 여전히 논란거리의 가정은 상품과 생산요소 시장에서 완전경쟁과 완전정보(현실적으로 정보의 불완전성에 따른 여러 가지 경제적 문제는 이미 스티글리츠 등을 포함한 많은 경제학자에 의해 밝혀진 바 있음)를 전제하고 있거나, 생산에 있어서 규모수익의 불변을 가정(따라서 내생적 성장론은 원천적으로 고려대상에서 제외되었음)하거나, 생산요소의 완전 이동을 가정(따라서 실업의 사회적 비용이라든지, 자본이동에 따른 매몰비용이라든지 하는 단기 시장조정비용을 무시하고 있음)하는 등 아주 다양하다.

KIEP가 사용하고 있는 미국 퍼듀대학의 GTAP모형과 세계은행의 Linkage모형은 이러한 CGE모형에 해당한다. 따라서 KIEP가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를 추계하는 데 활용하였던 GTAP 모형도 CGE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고스란히 갖게 된다. 게다가 GTAP모형은 그 외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 모수의 불명료성과 부정확성, 무역수지의 통계상 오류 등 이 그것이다.

결국 수 없이 많은 가정을 전제하는 이 CGE는 계산(연산) 가능한 가상의 세계일뿐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 경제와는 거리가 너무 멀다. 따라서 이러한 GTAP과 같은 CGE 모형의 예측결과는 엄격하고 좁게 해석할 수밖에 없고 그 예측치로 정책을 판단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 다만 최초에 참조할만한 숫자로 이해되어야지 이걸 대 국민 홍보의 유력한 숫자로 사용하는 건 웃음거리일 뿐이다.

물론 이러한 CGE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GTAP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KIEP 주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12개의 국책연구소가 모두 나서서 ‘뻥튀기’ 결과를 합당하다고 주장한다면 대다수의 국민과 비전문가들이 믿을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GTAP의 역사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KIEP

KIEP의 FTA팀장인 이홍식 박사는 ‘국정브리핑’에서 “그들의 주장은 왜 메아리가 없을까? 한미FTA 경제효과분석에 대한 황당한 비판들,”에서 1년 이상 지속되어 온 민주노동당의 한미FTA 경제적 영향평가를 폄하하면서 여전히 뻥튀기 방법을 비호하고 과대포장의 논리에 집착하고 있다.

이 팀장은 정부의 권위에 편승하여 CGE모형이 발전하여 ‘… 2세대 모형(불완전경쟁 모형)을 거쳐 현재 제3세대 모형 즉, 자본축적모형(흔히 동태모형이라고도 함)에 이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치 KIEP가 사용하고 있는 자본축적모형이 현대적 기법임을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은 GTAP 발전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였거나 아니면 또 한번 ‘뻥튀기’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자본축적모형은 볼드윈이 1992년에 이론적 기초를 제시하였다. 볼드윈은 무역자유화가 생산요소를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이동시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한다고 주장한다. 즉 경제 전체로 볼 때 자원투입의 총량은 변화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향상된 자원배분의 효율성으로 더 많은 산출량을 생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전통적 무역이론과 완전경쟁에 기초한 정태적 연산일반균형모형의 기본 가정에서 비롯되는 정태 효과이다. 여기에 더해 볼드윈은 자원배분의 효율성 제고로 인해 증가된 생산량이 소득증가로 이어지고 이 소득증가의 일부가 저축되어 자본스톡이 증가할 것이라는 가정을 추가하였다. 자본스톡 증가가 경제성장을 촉진할 것이라는, 이른바 장기성장이론의 응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볼드윈 모형에서 생산요소의 이동이 여러 가지 비용을 발생시키고 실제로 생산요소가 효율적 산업으로 이동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자본의 산업간 이동은 이른바 매몰비용을 유발하고 노동의 이동은 실업자의 교육, 훈련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

설령 이러한 문제점을 완전히 무시한다 하더라도 볼드윈의 자본축적모형은 단일방정식의 부분균형모형이라는 것이다. 이 자본축적효과가 일반균형에 추가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여전히 정태적 일반균형모형일 뿐이지 동태적 일반균형모형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GTAP 모형에 성장함수를 추가해서 볼드윈의 아이디어를 반영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정태적 일반균형모형일 뿐, KIEP가 강변하는 것처럼 동태적 일반균형모델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볼드윈의 자본축적이론을 CGE모형인 GTAP에 추가하여 컴퓨터코드화한 것은 Francois, McDonald, and Nordstrom에 의해 1996년에 이루어졌다. 한마디로 10년 전에 이미 만들어진 GTAP 초기 모형이다. 이것을 ‘제3세대 모형’, ‘최신 모형’이라고 오해하는 것은 아마도 국내에서 이 모형이 2002년에 처음 도입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모형을 국내에 소개한 KIEP 출신 모교수에게 물어보면 알 일이다. 실제로 이 모형을 최신 동태모형이라고 믿는 것이 아니라면 KIEP는 왜 터무니없는 강변을 하고 있는 것일까? 프리드만의 말대로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는데도 말이다.

이흥식 팀장이 제2세대모형이라고 주장하였던 ‘규모의 경제와 불완전경쟁시장 모형’은 사실 Francois(Scale Economies and Imperfect Competition in the GTAP Model, GTAP Technical Paper, No. 14)에 의해 1998년에 GTAP에 관련된 방정식을 추가하여 컴퓨터로 추계하는 데(즉, 코드화)에 성공하였다.

GTAP모형 발전측면에서 보면 2세대라고 구분하였던 규모경제와 불완전경쟁시장 모형은 KIEP가 ‘현재 3세대’라고 부르는 자본축적모형보다 오히려 뒤늦게 코드화된 것이다. 불행히도 국내연구에 이 Francois의 불완전 경쟁시장 GTAP모형이 활용된 적이 없는 것을 보니 아직 복제에 성공하지 못한 모양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미 제4세대, 5세대 GTAP모형이 개발되었는데도 KIEP는 10년전 모델을 ‘최신 모형’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이런 건 또 무슨 종류의 ‘개그’인가?

필자가 보기에 4세대이니 5세대이니 하는 모형의 분류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이홍식 팀장의 주장에 따라 굳이 분류한다면(사실 이 모형들을 4세대 혹은 5세대로 말하지 않았지만) 제4세대 모형은 그가 Hertel(2003)이라고 언급했던 Itakura, Hertel and Reimer(2003)에 의한 생산성증대 모형이고 제5세대는 호주의 모나쉬-글로벌 모형(2003)의 동태 GTAP모형과 세계은행의 Linkage모형에서 구현된 동태 CGE모형일 것이다.

이흥식 팀장이 주장한대로 Itakura, Hertel and Reimer(2003)의 모형은 생산성 증가를 GTAP모형에 감안한다는 점에서는 KIEP의 생산성 모형과 ‘유사하다.’ 하지만 이팀장이 인용한 Hertel(2003)과 Hans and Frank(1999)란 Itakura, Hertel and Reimer(2003)와 Hans van Meijl and Frank van Tongeren(1999)의 논문일텐데(지나가면서 한 마디 하자면 KIEP는 인용을 정확히 하는 것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우리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는 국정브리핑 팀의 실수라고 믿는 편이 낫겠다), 그 내용은 KIEP의 외생적 생산성 주입방식과 전혀 다르다. 그리고 이 차이는 KIEP의 추정을 ‘뻥튀기’와 ‘사기’의 경계선에 서게 만든다.

Itakura 등의 모형은 시장경쟁 확대와 생산성 증대가 세 가지 경로(즉, 투입비용 하락에 따른 기업의 평균비용 감소, 수출확대에 의한 생산성 증대효과, 그리고 FDI 증가에 의한 생산성증대 효과)를 통해 이루진다는 가정 하에 필요한 방정식을 추가하였고 동태적(dynamic) GTAP 모형에서 이러한 생산성 증대 효과를 내생화하였다(‘내생화’라는 말은 연립방정식 체계 내에서 해가 동시에 결정된다는 것을 뜻한다. 반면 ‘외생적’이라는 것은 계수로 외부에서 집어넣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 내생성과 외생성과의 차이를 국책연구원의 이번 보고서가 제시한 그림으로 간단히 설명해 보자. 개방(외생변수)을 하면 생산성 증대를 매개로 경제성장이 촉진된다. 단순히 생산성 증가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역개방으로 경제시스템 내에서 실현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솔로우 경제성장 방정식에서는 생산성을 ‘흔히들’ 외생변수로 취급한다. 하지만 일반균형에서는 생산성이 경제시스템 내에서 결정되는 내생변수이기 때문에 생산성을 결정하는 메커니즘이 포함된 새로운 방정식 체계가 필요하다. 이것이 Itakura 등의 모형에서 생산성을 내생화한 이유이다.

그러나 이 모델을 응용했다는 KIEP의 생산성 증대 모형은 생산성을 외생변수로 간주했다. 즉 CGE체계 밖에서 제조업은 1.2%, 서비스업은 1% 생산성 증가를, 즉 또 한번의 외부 쇼크를 가했다. 이건 이론적으로 Itakura 모형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아니 오히려 그 모형의 성과를 완전히 무시하고 10년 전 모형에 단지 외부쇼크를 추가했을 뿐이다. 이런 방법을 이론적으로 합리화할 수 있다면 그것은 세계 최초이며 KIEP의 위상 역시 드높아질 것이다.

제5세대 모형은 호주의 무역제조업통상부 연구보고서(2003)의 모나쉬-글로벌 모형에 구현된 동태적 GTAP 모형이다. KIEP는 ‘생산성증대 모형’을 이 동태 GTAP 모형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예컨대 이번의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분석”에 제시된 그림(아래)이 그러하다.

   
 
 

KIEP의 생산성 증대모형은 앞에서 본대로 정태 균형 모델이므로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의 이행경로를 추적할 수 없다. 단지 초기 균형과 최종 균형, 두 점만 나타날 뿐이다. 국민이나 비전문가의 눈에는 KIEP가 마치 동태적 이행경로를 추적한 것처럼 비칠 것이다.

물론 설명의 편의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려면 KIEP의 모델에서는 이런 그림이 나올 수 없지만 국민들의 이해를 돕고자 그렇게 했다고 밝혀야지, 오히려 자신의 모델이 동태모델인양 포장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더욱 심각한 실증적 문제들 – 의도적 뻥튀기

KIEP의 생산성 모형이 ‘뻥튀기’라고 주장하는 결정정인 이유는 KIEP 모형이 이론적 결함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음 세 가지 점에서 실증적인 문제점도 안고 있기때문이다.

첫째는 국책연구소들이 발표한 한미FTA의 거시경제적 효과를 보면 한미FTA 체결로 인해 GDP만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후생수준도 급증하게 된다. 자본축적모형에서는 사회후생수준이 약4조원 증가하고 생산성까지 감안하면 약21조원정도 사회후생 수준이 폭등한다(GDP 대비 0.56%에서 약2.9%로 증가). 정말 생산성 증대는 요술방망이이다.

개방에 따른 사회후생수준의 변화를 추계하려는 시도는 약 50년 전 하버거 교수(1959, ‘하버거 삼각형’으로 유명한 그 하버거 )를 필두로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하버거 교수는 모든 산업에서 관세를 철폐하여 완전한 무역개방을 할 경우 사회후생증진이 GDP대비 약 0-1%이내라고 주장하였다.

이 결과는 세계은행의 연구에서도 확인되었다(L. Taylor, 2006년 참조). 만약 이 하버거교수의 GDP룰을 이용한다면 한국이 완전히 관세를 철폐하더라도 사회후생 증가는 2001년도 기준으로 보아 기껏해야 6조원미만이다. 그런데 KIEP의 생산성 모형은 한미FTA만으로도 21조원의 사회후생이 증가된다고 예측하니 정말 엄청나다. 이 모형이 ‘뻥튀기 기계’라면 몰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숫자이다.

두 번째 문제는 나라 별로 비대칭적인 가정을 했다는 점이다. (이유는 작년 KIEP의 연구보고서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발견했다.) 왜 개방으로 인한 생산성 증가는 한국에서만 나타나고 미국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KIEP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서비스산업의 총요소생산성의 증가율이 연평균 0.88%이고 한국의 서비스업의 생산성증가율이 미국의 1/4이라고 가정하여 한국의 5년간 서비스업 생산성증가율이 1.1%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미국은 서비스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4.4%가 되고 두 나라 방정식에 모두 반영되어야 한다.

필자가 이 방식대로 미국의 서비스산업의 생산성 증가를 고려하였을 때 미국의 GDP 증가가 0%수준에서 5%~6%로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기꺼해야 1-2%인 점을 감안한다면 아마도 미국인들은 깜짝 놀라 자빠질 것이다.

이 결과가 사실이라면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하신대로 한미FTA는 한국 보다 미국이 적극적이었다는 강변이 이해될 법도 하다. 이 사실을 알려 주었으면 미국이 그렇게 마지막 한 방울까지 빼먹자고 모든 분야에서 압력을 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에게는 결정적인 뻥튀기, 또는 대국민 사기로 보인다.

세 번째, 뻥튀기의 근거 역시 2006년 KIEP의 연구보고서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발견했다. GTAP에서는 생산요소의 분류방식과 이동성 크기에 따라 경제적 효과의 크기가 달라지는데 KIEP보고서는 자세한 설명도 없이 GTAP이 제시한 표준값과는 다른 수치를 집어넣었다.

특히 GTAP과 달리 토지와 자연자원을 통합하여 부존자원으로 전환하고 이동성 크기의 수치를 두 생산요소와 전혀 다른 값을 주입하였다. 사람들이 추정 결과를 신뢰하게 하려면 하필이면 왜 그 수치를 넣었는지 밝혀야 하는데 KIEP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것도 ‘저작권’ 때문일까? 또한 이는 자의적인 가정을 해서 GTAP의 결과를 ‘마사지’ 혹은 ‘조작’할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정부는 한미FTA 경제적 효과 분석에서 이미 객관성을 상실하였다. 과거의 권위주의적 방식과 일방적인 선전으로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 ‘한미 FTA는 좋은 것’이라는 선험적 가정을 하고 나면, 나아가서 대통령이 나서서 ‘역사적 사명’으로까지 미화하면 정부가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동기는 사라지게 된다.

단지 효과를 과장해서 국회의 비준, 국민의 동의에 필요한 정당화만 필요하다. 따라서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국책연구원의 연구결과를 믿으라는 건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것이다. 개그는 즐거울 뿐 객관이 아니다. 작년 KIEP의 한미FTA에 대한 연구보고서에서 동원되었던 ‘뻥튀기’ 수법은 이미 여러 번 지적했다. 그러나 그들은 ‘메아리가 없다’고 정당한 비판을 오히려 비웃고 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국책연구원의 경제효과 분석이 ‘뻥튀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비현실적 가상의 CGE세계에서 추계된 결과를 한국 역사상 최대의 사건이 될 수도 있는 한미 FTA의 추진과 효과의 결정적 근거로 삼는다는 것은 무모하다. 아니 무식해서 그렇다고 믿어야 할까?

CGE 모델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FTA 등 거대한 정책이 어떤 효과를 낳을지 짐작하는 데 유용하다. 나라 별로 상대적인 크기나 방향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비교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독 미국에 대해서만 다른 가정을 해서 결과를 과장하니 ‘뻥튀기’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더구나 그걸 ‘장밋빛 미래’의 증거로 사용하는 건(우리의 언론이 받아서 대서특필한 것들이 모두 위에서 본 한심한 수치들에 근거한 것이다) 분명 대국민 사기극이다.

마지막 의문을 제기한다. 또 한번의 졸속 협상인 EU와의 FTA도 CGE 분석을 했다. 그런데 왜 이번에는 도깨비 방망이인 ‘1% 생산성 증대’를 들고 나오지 않았을까? 미국과 마찬가지로 서비스 강국이고 우리의 핵심 부품을 대체해서 우리의 생산성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데도 말이다. 이런 태도야말로 ‘이데올로기적’인 것이 아닐까? 우리의 학문적 양심에, 청와대가 비아냥 거린대로 또 다시 ‘메아리가 없다’면 우리의 미래는 지극히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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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과 생산성 및 경제성장

일반적으로 무역자유화의 확대는 수출시장을 확대하고 수출기업의 학습효과와 선진기술과 경험을 습득하여 생산성이 향상된다고 주장된다. 이 수출의 학습효과 가설에 따르면 구매자로부터 학습과 다른 기업과의 경쟁으로 한계비용을 줄이게 되어 수출시장에 진입만으로도 수출기업이 보다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가설에 따르면 수출이 생산성을 향상시키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학습의 효과에도 불구하고 일부의 기업은 수출을 하는 반면 일부의 기업은 수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부의 기업이 수출시장에 진입하지 않는 것은 매몰비용 때문이다. 이윤극대를 추구하는 기업은 이윤의 현재가치가 진입의 고정비용, 즉 매몰비용을 초과할 경우 수출시장에 진입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출기업은 이미 내수기업보다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것이다.

국제무역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보다 생산적인 기업이 수출을 하게 되고 보다 비생산적인 기업은 국내에서만 판매하게 될 것이다. 결국 수출은 자기선택적(self-selected)이라는 것이다. 기업수준에서 수출과 생산성에 관한 연구가 이른바 자기선택가설(self-selection hypothesis), 즉 수출업체들은 수출시장에 진입하기 이전에 이미 더 생산적이라는 가설을 검증하였다. 이 자기선택가설은 많은 연구에서 지지를 받는 반면 수출의 학습효과는 거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수출이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것보다는 오히려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수출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기업수준의 인과관계뿐만 아니라 국가 수준의 수출과 성장간의 인과관계에 있어서도 수출 증가가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확실한 증거를 찾기 어렵고 여전히 학계에 가장 큰 논란거리 중의 하나이다.

수입의 생산성 제고 효과

기본적으로 수입증가가 경쟁심화를 통해 국내기업의 생산성 증대를 유발한다는 주장은 세계 주류경제학계뿐만 아니라 국내학계에서 조차도 여전히 논란거리라고 할 수 있다.

핀스트라(Feenstra, 1990)와 헬프만(Helpman, 1991)은 수입경쟁 자체는 경제성장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주장한다. 이는 수입경쟁 심화가 기술혁신의 수익성을 감소시켜 기술혁신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즉, 국내기업이 기술혁신 활동에 강화하여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것보다 수입품으로 대체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수입증가로 인한 수입경쟁 심화가 생산성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실증연구 역시 여전이 일치된 결과를 보이지 않는다. KIEP에서 인용된 안상훈·김기호의 연구를 보더라도 무역증대의 생산성 증가는 수입보다는 오히려 수출 증대에 의한 것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수입의 생산성효과는 유의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수입경쟁 심화가 경제성장을 촉진한다고 주장하였던 볼드윈(1995)도 수입경쟁 증가의 생산성 효과를 수용한다고 하더라고 기존의 내생성장모형이나 이 주제에 관한 실증연구의 결과가 이 결론을 지지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외국인 직접투자와 경제성장

이론적으로 외국인직접투자가 국내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해외자본유입과 기술이전을 통해 국내 산업활동을 높여 고용과 생산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외국인직접투자의 거시경제적 효과는 생산유발효과, 고용창출효과, 기술이전효과 등의 대내적 효과와 국제수지효과 같은 대외적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직접투자의 생산성 효과에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많은 연구 논문에서 생산성 효과에 주장이 찬반을 엇갈리고 있다. 국내연구도 예외가 아니다. 예컨대 김윤철·안병권(1994)과 산업연구원 보고서(2001)는 FDI가 생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주장한 반면 김준동 외(1998), 김승진(1999)과 산업연구원(2000) 등은 생산성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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