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인지자본주의와 전 지구적 경제위기』 외
        2023년 12월 23일 01: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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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지자본주의와 전 지구적 경제위기>

    산드로 메자드라,안드레아 푸마갈리 (엮은이),진성철 (옮긴이) / 두번째테제

    최근 별세한 안토니오 네그리를 비롯한 일군의 이론가들이 주창한 이탈리아 자율주의 운동에 기반하여, 그것을 혁신하며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네오오페라이스모 이론가들의 경제위기 분석과 커먼즈론을 모은 선집이다.

    이 책은 이탈리아에서 2009년 처음 출간된 이래 다양한 논의를 이끌어 내고 있으며, 이번에 정치철학 연구자 진성철의 번역으로 국내에 소개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자율주의로 알려진 이 흐름은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오페라이스모(노동자주의) 운동에서 기원하여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네오오페라이스모 혹은 포스트오페라이스모라고 불리는 이론적 흐름을 일궈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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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성으로 산다는 것>

    스기타 슌스케 (지은이),명다인 (옮긴이) / 또다른우주

    결혼이 중산층 이상의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는 김영하 작가의 지적처럼, 경제적, 사회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비정규 삶’을 사는 남성들은 결혼하고 가족을 부양하는 ‘정규의 삶’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글로벌 자본주의의 폭주, 그것을 합리화하는 능력주의의 폭력 속에서 소외된 남성들에게 기존 정치세력이 응답하지 못하면서, 그들의 고통과 울분을 자양분으로 삼은 포퓰리즘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잃어버린 세대를 대변하며 오타쿠로서의 관심사와 노동·정치·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결합한 비평 활동을 펼쳐 온 스기타 슌스케는 자신도 여성을 혐오하는 인셀(비자발적 싱글)이 될 수 있다는 내면의 어둠을 자각하고, 프리터 시절 경제적·사회적 불안정보다 여자친구가 없는 것이 가장 괴로웠다는 솔직한 고백과 함께, 소수자도 주류도 아닌 평범한 ‘약자 남성’을 키워드로 남성성을 분석했다. 슬라보예 지젝, 조르조 아감벤, 마이클 샌델, 마크 피셔의 철학, 하루키, 체호프의 문학과 시대를 결합한 시대비평, 문화비평 성격의 저서이다.

    ‘약자 남성들’은 내면의 불행, 고뇌에서 비롯된 마음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안티’나 ‘인셀’의 어둠에 빠지기 쉽다. 저자는 ‘약자 남성들’이 처한 현실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그들이 안티를 넘어 스스로를 해방시킬 가능성을 탐색한다.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조경희는 해제에서 “통계에서도 사회통념에서도 여성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에 있는 남자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괴로운가, 라는 물음을 정직하고도 과감하게 던진다”고 감상을 밝혔다. 지방 도시 용접공 출신으로 『쇳밥일지』를 출간해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천현우 작가는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무기력했던 초식남들은 어쩌다 과격한 인셀이 되었을까? 이 책은 남성다움을 강요받아왔던 약자 남성들 마음속 구멍을 파고든다. 내 또래 남성들도 정체성 정치 담론에서 소외되지 않길 바란”다면서 이 책을 강력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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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내가 별에서 왔다지요>

    노신임 (지은이) / 밀알속기북스

    노신임 에세이.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선 ‘속기(녹취)사무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곳을 찾아오는 고객들은 주로 법적 분쟁을 위한 녹취물을 의뢰한다. 그만큼 사연도 깊고 간절하다. 이곳에선 증거 자료를 만들기 위한 녹음 원본들이 다루어지는데, 그 원본들은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적나라한 내용들이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끝’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어떤 이는 인생의 끝을 맛보기도 하고, 어떤 이는 관계의 끝을 맛보기도 한다. 속기사무소 대표인 저자는 하루에도 수차례 이러한 ‘끝 인생’들을 대한다. 그리고 저자를 마주하는 사람들은 ‘끝’에서 돌이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게 된다.

    이렇듯 이곳은 수많은 독특한 삶들이 펼쳐지는 곳이다. 그래서 그녀의 사무실은 작은 지구이고 또 하나의 우주다. 저자의 사무실을 찾아온 지구인들은 그녀에게 속내를 털어 놓는다. 그리고 그녀는 특유의 안드로메다급 4차원적 기지로 그들과 공감한다. 저자의 사고는 너무나 독특해서, 지인들로부터 ‘별나라에서 온 외계인’이란 말을 자주 들을 정도다. 그런데 그 기지 앞에서 사람들은 놀라운 치유를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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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똥이 약이다> – 대장 건강부터 대변 이식까지

    사빈 하잔,셸리 엘즈워스,토머스 보로디 (지은이),이성민 (옮긴이) / 히포크라테스

    이 책 『똥이 약이다』를 통해 독자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크게 세 가지다. 대변 이식, 소화기 질환 그리고 장을 위한 식사법이다. 우선, 대변 이식을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하는지 하나하나 답한다. 2013년부터 미국과 캐나다에서 대변 미생물 이식(이하 ‘대변 이식’, FMT, Fecal Microbiota Transplants)을 공식적으로 상용화했다. 다음으로, 소화기 질환 파트에서는 소화기 전체가 미생물로 가득 찬 하나의 우주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자세히 규명되지 않아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미생물이 질병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피면서, 저자는 건강이 장내 미생물군계(마이크로바이옴, microbiome)에 달렸다는 결론으로 독자를 자연스럽게 이끈다. 마지막으로, 장내 미생물을 배불리 먹이는 식단을 알려준다. 고구마부터 김치까지, 대장 건강에 필수적이면서 쉽고 빠르게 준비할 수 있는 음식을 독자에게 소개한다. 이 책을 읽으면 장에 좋고 나쁜 식품을 가려내는 기준이 명확히 자리 잡을 것이다. 분명한 점은 장내 미생물은 우리가 무엇을 먹는지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이다.

    1부 <미생물의 정원>에서 소화관에서 발병하는 질환과 치료법을 개괄한다. 달라진 식습관과 도시 생활이 장내 미생물군계의 다양성을 줄였고, 이 때문에 현대인에게 질병이 만연해졌다고 말한다. 2부 <똥이 약이다>에서 대변 이식을 통해 미생물군계의 다양성을 되찾으면 현대 유행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한다. 크론병, 심장질환, 비만, 자폐증, 건선, 우울증, 과민대장증후군 등의 질환을 개선하는 데 대변 이식이 지닌 효과를 여러 사례를 통해 뒷받침한다.

    다음 파트에서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할 내용을 담았다. 3부 <대변 이식에 대한 모든 것>에서는 대변 이식 적응증, 투여 경로, 부작용 및 합병증, 대변 은행 등을 상세히 밝힌다. 4부 <대변 이식의 미래>에서는 대변 이식이 지닌 한계를 밝히고 미생물이 인간의 지배자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우리의 미생물군계를 다양화할 수 있도록 독자에게 장 건강 방법을 실천하는 방향을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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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작가, 희스토리>

    성희승 (지은이) / 학민사

    별과 꿈을 테마로 작품 활동을 하는 화가 성희승의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글과 그림이 작가에게는 소박하지만 가장 힘 있는 그릇이라고 말하며, 그것들을 통해 세상과 삶, 그리고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이 책의 글과 그림에 담긴 메시지가 독자와 관람객의 가슴에 오랫동안 남을 수 있도록 표현했다고 하면서, 앞으로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인생의 순간들을 이어가겠다고 한다. 곧 끊임없는 창작활동으로 삶의 흔적을 쌓아가고, 거기에 철학적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시도가 바로 성희승 작가의 사유의 세계이자 예술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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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기 전에 증여하지 마세요>

    김국현 (지은이) / 리치타임

    증여와 상속세는 몰라서 내는 세금이 많다. 계획을 짜고 조금만 안다면 줄일 수 있는 세금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사소하지만 중요한 증여와 상속에 관한 이야기를 상식수준에서 알려드리고 싶어서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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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력의 조서>

    장혁주 (지은이),장세진 (옮긴이)소명출판

    조선이라는 과거를 ‘청산’하고 일본의 ‘보통 작가’로서 전후 일본 사회와 함께 새롭게 출발하려는 장혁주, 아니 노구치 가쿠츄(野口赫宙)의 오랜 소망의 기록인 셈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후 그의 글쓰기 행보를 보면 그 자신의 희원처럼 조선적인 것의 흔적으로부터 말끔히 벗어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어 글쓰기를 수행했다는 점에서는 동질적이지만, 전후 일본에 계속 거주하되 ‘조선인’이라는 마이너리티로서의 정체성을 여전히 유지하려 했던 재일(在日) 작가들과 장혁주가 확연히 구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실제로, 재일조선인 사회와 그의 갈등은 골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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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이야? 눈알이야?>

    시시 벨 (지은이),안에스더 (옮긴이) / 북극곰

    미국의 그래픽노블 작가 시시 벨의 말놀이 만화이다. 똑똑이는 어디선가 하얗고 둥그스름한 것을 발견한다. 삐약이는 알이라고 주장하고, 똑똑이는 알이 아니라 눈알이라고 한다. 강아지 점박이, 고양이 빵빵이도 알이라고 주장하며 먹고 싶어 한다. 그러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몰랑이가 등장하는데 결국 몰랑이의 눈알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말놀이를 통해 친구들 사이의 우정과 서로 다른 의견을 포용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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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킁킁, 발 냄새 어때?>

    시시 벨 (지은이),안에스더 (옮긴이) / 북극곰

    말놀이를 통해 예의와 우정을 배우는 책

    삐약이는 친구들에게 늘 예의 바른 말을 하라고 강조합니다. 예를 들면 “내 발 냄새 맡아 봐!”라고 하지 말고, “내 발 냄새 좀 맡아 줄래?”라고 부탁하는 말을 사용하자고 하지요. 그런데 똑똑이는 삐약이의 말을 잘못 알아듣고 자꾸 엉뚱한 말을 합니다. 똑똑이가 이름처럼 똑똑한 건 아닌 걸까요?

    그때 점박이가 등장해서 삐약이의 발 냄새를 맡아 보며 무척 관심을 보입니다. 점박이는 삐약이를 집에 초대하는데, 사실은 삐약이를 먹고 싶은 거예요. 삐약이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똑똑이의 갑작스러운 방문 덕분에 위험에서 벗어납니다. 알고 보면 똑똑이는 진짜 똑똑한 걸까요?

    삐약이와 똑똑이가 주고받는 말을 통해 예의 바른 말을 재미있게 배우고, 친구 사이에 쌓여 가는 우정은 흐뭇함과 감동을 줍니다.

    재미와 재치, 웃음과 감동을 느끼는 책

    독서가 재미없으면 아이들은 책과 멀어지게 됩니다. 재치 있는 말의 향연이 펼쳐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이 독자는 깔깔 웃음을 터트리며 책과 친해집니다. 작가 시시 벨은 보청기를 끼어야만 소리를 듣는 청각 장애인이지만, 친구들 사이에 말을 주고받는 재미를 생생하게 그려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똑똑이는 똑똑함과 엉뚱함을 둘 다 갖고 있고, 삐약이는 영리함과 어리숙함을 둘 다 갖고 있습니다. 둘 사이 대화를 지켜보면 저절로 웃음이 터집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감동도 있지요. 특히 삐약이가 똑똑이에게 진심 어린 고마움을 전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친구에 대한 고마움과 우정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이렇듯 좋은 책은 독자를 행복한 세계로 이끕니다. 책장을 펼치는 재미, 저절로 터지는 웃음, 그리고 감동이 함께 있는 책입니다.

    역할 놀이와 낭독에 적합한 말놀이 책

    이 책에는 삐약이와 똑똑이, 그리고 점박이가 등장합니다. 세 명의 단순한 등장인물이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티키타카 조화를 이루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 저절로 웃음이 납니다.

    삐약이는 작은 병아리지만, 똑부러지고 예의 바른 말을 사용하는 친구입니다. 똑똑이는 엉뚱하고 어눌한 매력이 있지만, 늘 친구를 위해 줍니다. 점박이는 얕은 수를 내어 삐약이를 잡아 먹으려고 하지만, 똑똑이의 재치 때문에 목표를 이루지 못합니다.

    부모와 아이, 혹은 친구들 두세 사람이 각자의 역할을 정하고, 이 책을 낭독한다면 아주 재미있는 역할 놀이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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