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헨티나 대선 이후
    밀레이 정부의 행보가 궁금한 이유
    [L/A 칼럼] 강력한 시민사회와 노동계의 흐름은?
        2023년 12월 07일 05: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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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우 신자유주의를 지향하는 밀레이 정부는 12월 10일 임기를 시작한다. 그런데 대선 후보로서 내세우고 있는 정책들이 취임 후 그대로 집행된다면 빚어질 사회, 정치, 경제적 저항과 부작용 등을 어떻게 처리할지 정말 궁금하다.

    우선 의회 내 여소야대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지 궁금하다. 그리고 사회운동세력과 전국 노조들이 정부의 정책들에 대해 거리에 나와 비판하고 충돌할 것인데, 현재 억압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만 어떻게 될지도 궁금하다.

    다리오 발비다레스(Dario Balvidares)에 의하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노동부 등을 폐지하고 인적자원부로 통폐합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어느 정부가 교육부를 이렇게 불렀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거의 쓰지 않는 전략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치적 실용주의를 통해 대중의 상식과 가까이 하겠다는 것인데 일단 그것이 먹혔다고 본다. 그러나 많은 수의 공무원들이 실직자가 되어 길거리로 쫓겨날 텐데 괜찮을지 궁금하다.

    특히 한국은행과 같은 중앙은행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은 황당하기만 하다. 현재 경제가 상당히 발전한 나라들 중에 중앙은행이 없는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정말로 궁금한 것은 이런 정책들은 아무리 신자유주의가 좋고 시장이 좋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규제, 통제와 균형은 그것이 필요해서 만든 것인데 이런 균형을 무너뜨리고 근대(현대)국가가 유지될지 궁금하다.

    산투스 교수에 의하면 근대 국가는 사회적 규제와 사회적 해방 사이의 긴장과 균형 위에 작동한다고 했는데 과연 어떻게 될지……물론 라틴아메리카에서 국내 화폐 유통을 미국의 달러화에 근거하는 나라가 에콰도르와 엘살바도르가 있지만 이들 나라는 소국이라면 아르헨티나는 매우 경제 규모가 큰 나라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는 시장에 대해 무한 신뢰를 표명하고 자유를 극대화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모순적이게도 경제주권을 다국적기업과 IMF 등 국제금융기관에게 갖다 바치는, 자유와는 거리가 먼 행동을 현재 아르헨티나는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지나친 자신감 같은 게 엿보이는데 과연 자신의 노선에 반대하는 국민들이 많고 그 최전선에 사회운동세력이 버티고 있음에도 그들을 정부 여당 마음대로 조작 가능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이런 자신감은 특히 19세기 이후 앵글로 색슨 지역에서 추종된 근대과학 또는 주류 경제학의 사상에서 나온 것일 테지만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호세 요르그(Jose Yorg)에 의하면,“예산의 경제-재정 규모의 축소와 함께 정치적 전술로서 구조조정의 대가는 ‘정치권‘에 돌아갈 것이라는 밀레이에 의해 만들어진 민첩한 거짓말은 곧 거짓말로 확인 될 것이다.” 사실 구조조정의 대가를 대중이 아닌 ‘정치권’이 치를 것이라고 하는 거짓말은 대중의 정치권에 대한 증오를 이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과거 페론주의와 척을 진 자유주의 세력(UCR)에 함께 했다가 나중에 중간계급의 위선에 분노하고 오히려 페론주의에 참여하기도 한 정치 사상가, 언론인, 작가인 아르뚜로 하우레체(Arturo Jauretche)의 말을 인용하고 있는데 하우레체에 의하면, “전체주의자(파시스트)들은 대중 의식에 도움이 될 모든 정보와 표현을 억압한다. 금권정치의 우두머리들은 미디어의 조직된 운용을 통해 대중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에 대해 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이익에 충실할 것을 막는다.”

    또한 재미있는 표현도 있다. “우리의 적의 기술은 대중을 기죽이고 슬프게 하는 데 있다. 기가 죽은 대중은 승리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나라를 위해 즐겁게 투쟁하러 온 것이다. 그 어떤 위대한 일도 슬픔과 같이 이룰 수 없다.” 마치 스피노자가 [에티카]에서 강조한 ‘정서’의 힘을 다시 듣는 것 같다(예를 들어, “나는 정서를 신체의 활동능력, 코나투스를 증대시키거나 감소시키고 촉진하거나 저해하는 신체의 변용인 동시에 그러한 변용의 관념으로 이해한다.”p. 153). 호세 요르그에 의하면, “신자유주의는 삶의 상업화(물화)를 추진하면서 공통 선, 연대와 우애를 공격하는 데 열심이다.”

    이번의 아르헨티나의 정치 변화는 두 가지 점을 우리에게 시사한다. 하나는 아직 아르헨티나 시민사회는 신자유주의와 거리가 먼 삶의 방식이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되게 강하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는 이번의 정치 변화가 단지 브릭스, 메르코수르에 끼칠 직접적 정도가 아니라 두 가지 서로 다른 삶의 방식 또는 문화(각자도생/연대)의 전 세계적 흐름에 끼칠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필자소개
    성공회대 민주주의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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