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 있나...”
    이재명, 선거제 '병립형 회귀' 시사
    민주당, 또 현실론·국힘 핑계로 ‘선거제 퇴행’ 시동
        2023년 11월 29일 01: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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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내년 총선에서 원내1당을 사수하기 위해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위성정당 방지법 도입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등 선거제 개혁을 약속했으나, 최근 대선 때 공언했던 대로 선거제 개편이 이뤄질 경우 의석수가 현저하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탄희 의원 등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의원들 사이에서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 선거제 개편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29일 의원총회를 내일인 30일로 미뤘다. 선거제 관련 당 내홍이 깊어지자 의총 일정을 순연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 오후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선거라고 하는 것은 승부가 아닌가.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 있겠나”라며 “정상적인 정치가 작동하는 사회라면 타협과 대화가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론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 국회까지 집권여당에 넘어가면 이 폭주와 퇴행, 역주행을 막을 길이 없다”며 “현실의 엄혹함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상과 현실 중에서 현실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의 제안처럼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나 위성정당 창당을 전제로 한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가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이 위성정당 창당 근거로 앞세웠던 현실론을 거론하며 공약 파기 수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선거제 퇴행’ 비판을 의식해 연동현 비례대표제 유지 여부에 대한 입장을 유보해온 당내 의원들도 이 대표의 발언 이후 ‘병립형 회귀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29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고민하는 의원들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 역사적인 퇴행을 반드시 막는 것이 국민적인 요구인데, 그것과 정반대되는 결과를 초래할 선거 제도를 우리 손으로 만드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공언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위성정당 방지법에 대해선 “우리 정치의 이상적인 모습”이라며 “우리 정치의 이상적인 모습을 약속한 것과 당면한 총선 현실에서 무엇이 가장 선차적인 정치적 과제냐를 놓고 비교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권 견제를 위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하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보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진 의원은 위성정당 방지법을 처리해도 위성정당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구에도 후보 내면서도 사실상 비례의석을 목표로 하는 정당을 만들 수 있다”며 “위성정당이 나중에 합당을 하게 되면 국고보조금을 삭감하자고 하는데 ‘우리는 그렇더라도 합당하겠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당내에서 ‘선거제 야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에 대해 “왜 야합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모르겠다”며 “정치학 원론만 난무하고 정당학에 대해서는 고민이 없는 것 같다. 민주당 소속 의원이 다당제가 지고지선이라고 하면서 민주당의 의석을 헐어서 다른 소수정당들이 국회에 많이 진출하게 하자고 하는 주장은 자기모순”이라고 비난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해온 비명계는 즉각 반발했다.

    김종민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거 승리를 위해서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선거제 퇴행으로 가겠다는 이야기”며 “이재명식 정치에 반대한다. 이건 우리가 알던 민주당이 아니다. 옳지도 않거니와 이렇게 하면 이길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이 속한 ‘원칙과 상식’ 모임도 “말 바꾸고, 약속 뒤집는 것도 모자라 이젠 대놓고 거꾸로 갈 작정이냐”며 “기득권 지키겠다고, 국회의원 뱃지 한번 더 달겠다고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국민의힘 이겨보겠다고 결의 따위, 약속 따위, 모른체 하면 그만인가”라고 반발했다.

    당내 정치개혁에 앞장서온 이탄희 의원도 전날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와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추진에 관한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며 자신의 지역구인 용인시 정 불출마와 험지 출마를 선언했다.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이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최소한 병립형으로의 퇴행은 막는 유의미한 결단을 해달라”며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은 잘 알고 있지만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구호에 걸맞은 역사적 응답을 기대해 보겠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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