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헨티나 대선, 우파의 절치부심 승리?
    [L/A 칼럼] 극우 신자유주의자 밀레이 대통령 당선의 의미
        2023년 11월 28일 03: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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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아르헨티나 대선의 2차 결선투표에서 극우 신자유주의자인 밀레이가 당선되었다. 그의 정치세력 이름은 “자유가 전진한다.”인데, 장기매매의 자유까지 거론했고 과거 극우 군부독재 시절 약 3만명이 실종되었던 사실까지 부인한다고 한다. 텔레비전에 자주 나온 경제 평론가로 정치 아웃사이더인 그로서는 놀랄만한 승리였다.

    외신 보도에 의하면 당선자인 밀레이는 현직 대통령인 페르난데스와의 면담은 불발(불발된 이유가 현재 대통령의 거주지인 대통령궁에 오라고 했는데 밀레이가 거절했다고 한다)된 반면, 전직 우파 대통령이었던 마크리와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모 호텔에서 3시간이 넘게 면담했다고 한다. 아람 아로니안(Aram Aharonian)에 의하면 이번 우파 승리에 전직 대통령 마우리시오 마크리의 공이 제일 컸다고 한다(여기서 우리나라의 모 정치인 생각이 많이 난다).

    우선 짚어볼 수 있는 것은 1940년대에 출현한 페론주의의 수명이 이제 거의 다했다는 점이다. 페론주의 우파(대표적인 경우가 1989년에 집권한 메넴)는 물론이고 페론주의 좌파도 레토릭은 노동자 대중을 위한다고 하지만 특히 경제정책에서 보수적이었다. 이번에 형식적으로는 국가의 최고 권부가 좌에서 우로 바뀐 것 같지만 실제로는 원래 우파였던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과거 마르크스주의를 추종하는 게릴라들이 막강(?)했음에도 불구하고, 페론주의 때문에 역설적으로 좌파가 없다. 오랫동안 페론주의가 막강했던 것은 일종의 선거기계가 작동했기 때문인데 이것이 현재의 젊은 세대에는 잘 안 통했던 것 같다. 그런데 젊은 세대 중에서 남녀에 따른 지지율 분석 등의 자세한 선거 후 정보가 없어 아쉽다. 또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시민사회 자체의 정치지형에 대한 심층적 해석이 필요할 것 같다.

    라클라우에 의하면 포퓰리즘은 정치적인 것의 기본논리라고 했는데, 옛날의 고 키치네르는 레토릭과 함께 카리스마가 있었는데 그의 아내인 현재의 부통령, 크리스티나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하비에르 똘까치에르(Javier Tolcachier)에 의하면, 투표율이 76%에 달할 정도로 높았는데 그 이유는 당연히 최악의 경제 사회 상황을 만든 페론주의 좌파 대통령 알베르토 페르난데스(키르치네르 부부 밑에서 총리를 맡았으며, 페론당 대선 후보로 당선)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과거 실패한 우파의 귀환으로, 새롭게 집권하기 위해 절치부심하며 다양한 전략을 잘 준비한 것이 아닐까 한다. 특히 전 세계적인 극우의 바람을 잘 탔다고 보인다(대표적인 예로 이탈리아다. 아르헨티나는 이탈리아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미국 주류의 소망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라틴아메리카에서 경제적으로 힘을 쓰는 나라들(브라질, 칠레,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반신자유주의가 아주 강한 나라가 아르헨티나이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유일하게 마치 독일처럼 대학 등록금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맥락에 대해 잘 모른다. 더군다나 메르코수르가 남미 국가들의 전략적 자율성 확보에 큰 기여를 한 것도 잘 모른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포르투알레그레시에서 참여예산제를 실천하게 된 배후 맥락도 메르코수르의 기여가 컸다. 물론 진짜 좌파 국가는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가 있지만 전자는 차비스모가 막강하고 후자는 원주민의 공동체사회주의가 막강하므로 건드릴 수가 없다.

    1991년에 아르헨티나가 브라질과 협심해서 우루과이, 파라과이와 함께 만든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가 미국 주류의 마음에 안 들었을 것이다. 왜냐면 메르코수르는 설립 목적이 미국과의 교역을 줄이고 자체 블록 내의 교역을 증진하는 것이었으므로. 더군다나 2005년에 미국은 남미 전체를 자유무역지대로 하려 했지만 미주정상회의에서 차베스와 룰라, 키치네르가 반대하여 실패했었다. 특히 현재의 아르헨티나 정부가 얼마 전에 브릭스에 가입하고 글로벌 사우스 내의 역할이 기대되는 것이 두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위의 분석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산투스의 사회적 파시즘의 관점에서의 논평이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 어마어마한 경제위기를 겪었고 약 1994년부터 메넴의 신자유주의 정책(대외개방을 통한 민영화와 인플레 억제를 위한 돌라리사시온(달러화 정책) 등)에 대한 거리 시위 등 저항이 시작되었지만 이런 일은 이미 약 30년 전의 일이다. 대략 한 세대 전의 일이다. 그동안 신자유주의는 사회에 깊숙이 파고들어 노동의 불안정, 행상 등 비공식 노동의 만연을 만들었지만 힘든 상황의 해결을 무조건 약속하는 신자유주의자를 선택한 것은 매우 역설적이다.

    좌파 지식인인 아람 아로니안에 의하면 약 45%의 선거권을 지닌 국민은 밀레이를 지지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미 사회가 사회적 파시즘 때문에 많이 파편화되고 폭력화된 것 같다. 그에 따라 초인플레를 거부하는 중간계급의 관점에서는 파라과이, 볼리비아 등에서 후진국 사람들이 메르코수르 덕분에 자기 나라로 침입(?)해온 것이 싫어서 우파 후보의 레토릭에 호응했을 수 있다. 이런 맥락의 배후에는 텔레비전 등 미디어의(길지 않은 스팟 프로 등) 역할이 당연히 컸을 것이다. 아틸리오 보론(Atilio Boron)에 의하면 밀레이는 정치에서는 아웃사이더였지만 미디어 분야에서는 2018년부터 아주 유명한 컨설팅 전문가였다고 한다.

    필자소개
    성공회대 민주주의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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