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을 지키지 않는
    다이어트의 결과는 ‘요요’
    [에정칼럼] 윤석열 대통령과 COP28
        2023년 11월 21일 02: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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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5월, 우리 정부는 엔데믹을 선언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첫 감염자가 나온 지 3년 4개월 만이다. 팬데믹 기간 우리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당시 강력하게 시행됐던 사회적 거리 두기는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였지만 공교롭게도 다른 건강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신체 활동이 줄어들고, 배달 음식 섭취가 늘어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었다. 이 상황을 반영하듯 2023년 1월 한국리서치에서 발표한 ‘새해맞이와 2023년 개인 목표’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1%가 건강 유지·회복을 2023년의 목표로 세웠다고 한다. 나 역시 올해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다이어트였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음식 조절이다. 팬데믹 기간 배달 음식은 ‘매콤새콤’, ‘단짠단짠’ 같은 아주 자극적인 조합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길들였다. 자극적인 음식은 중독되는 경향이 있어 조절이 쉽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만든다. 특히 스트레스가 만연한 사회에서 음식이 주는 쾌락은 거부하기 어렵다. 고된 하루를 마치고 마주한 치맥이 주는 위로를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몸은 에너지 과잉 상태가 되어 살이 찌게 되고, 자칫하면 건강을 잃을 수 있다.

    다이어트 이야기를 하다 보니, 화석연료에 기대어 성장한 우리 사회의 모습이 떠오른다. 산업혁명 이후 무분별하게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풍요’라는 자극에 중독된 모습 말이다. 풍요 중독의 결과는 기후변화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가 얼마나 몸살을 앓고 있는지, 이 상태가 지속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지 경고해 왔다. 하지만 그 경고를 무시한 채 달려온 결과는 참혹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들은 건강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곳곳을 헤집었고, 그 피해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욱 가혹하게 밀려들었다. 그 사례를 하나하나 열거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 상황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은 기후변화에 대응한 국가적 차원의 노력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만들어 냈고, 그 결과물 중 하나가 유엔 기후변화기본협약 당사국총회(UNECCC COP)다. 이 당사국총회는 1992년 유엔 환경개발회의에서 체결한 기후변화기본협약의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다. 당사국총회는 1995년 1차 회의(COP1)를 시작으로 매년 개최됐고, 이달 말 제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다.

    27차 COP 회의

    COP28의 주요 의제는 지난 2015년에 합의한 파리협정 이행 상황을 평가하는 ‘전 지구적 이행점검(Global Stocktake, GST)’ 결과에 대한 메시지를 정하는 것, 기후변화에 의한 손실과 피해를 본 국가를 지원하기 위해 COP27에서 설립하기로 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기금’의 실질적 작동에 관한 사항 등이다. 이 의제들은 온실가스 감축 현황을 평가하고,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입장의 차이를 반영한 실천적 논의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참석 여부는 불투명하다. 우리 정부가 이번 총회 안건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정하지 않은 탓인지, 국내 탄소 감축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는 국제 사회의 비판을 의식한 탓인지, 대통령의 참석은 쉽지 않아 보인다. ‘1개월 1순방 외교 대통령’이 정작 챙겨야 할 기후 외교는 뒷전이다.

    그런데 정부가 COP28에서 ‘CFE(무탄소 에너지 사용)’를 의제화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CFE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은 일부 국가만 달성 가능하다는 이유로 한국 정부가 전 세계 국가와 기업들에게 제안하는 일종의 ‘RE100의 대안’이다. RE100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전환 에너지원을 태양광, 풍력, 수력, 지열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한정하고 있으나, CFE는 재생에너지에 더해 원전과 청정 수소가스 에너지를 무탄소 에너지로 설정하고 있다.

    윤 정부는 세계에 한국이 마련한 ‘선도적인’ 제안을 확산하기 위해 매우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은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CF(무탄소) 연합’을 제안했고, 지난 10월 정부는 ‘CF(무탄소) 연합’을 출범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제안하는 CFE가 국제 사회에서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다.

    CFE가 척박한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의 한계를 반영한 ‘내수용’에 가깝다는 평가와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인정할지에 대한 합의가 국제 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현실 속에서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윤 대통령이 항상 강조하는 ‘글로벌 스탠더드’, ‘과감한 혁신’과 어울리지 않고, 오히려 우리 정부 정책의 한계를 덮기 위한 핑계와 편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다이어트(diet)는 ‘건강한 삶을 지키기 위한 생활방식’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디아이타(diaita)’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 어원에 비추어 보면 다이어트는 건강을 해치는 생활방식을 근본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바꾸어 건강한 상태로 변화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나는 2024년에도 다이어트가 중요한 목표가 될 것 같다. 우리 정부 역시 탄소 다이어트가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될 것 같은데, 원칙을 지키지 않는 다이어트는 요요라는 복병을 반드시 만나게 되어 있다.

    *<에정칼럼> 연재 링크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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